25.04.25 15:33최종 업데이트 25.04.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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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신천지 홈페이지프랑스 신천지 홈페이지 캡처

수년 전 유럽에 상륙한 한국의 신흥 종교 신천지예수교증거막성전(아래 신천지)이 프랑스 사회의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신천지를 이탈한 전 신도들의 증언이 잇달아 보도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8일, 프랑스 정부 기구인 <종파적일탈행위감시-퇴치위원회 (Miviludes, 아래 미빌뤼드)>가 2022-2024년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이들의 정황이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3년간 접수된 '이단 종교 관련' 신고 1550건 가운데, 신천지 관련 사례는 50여 건에 이른다.

미빌뤼드는?
미빌뤼드는 2002년 내무부 산하에 설립된 부처간연합 기구로, "종파적 일탈(La dérive sectaire)" 행위로 인한 사회적, 개인적 피해를 감시하고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종교 집단에 국한하지 않고, 코칭, 치유, 신체 수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를 박탈하거나, 개인을 심리적, 신체적 예속 상태에 놓이게 하는 집단 혹은 개인을 감시하고 이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2024년에 이들이 접수한 신고 및 정보 요청 건수는 4571건으로 9년 전에 비하여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종교 집단 관련 사례는 35%를 차지하며, 피해자의 19%는 미성년자들이다.

정부 레이더망에 포착된 신천지

2025년 4월 발간된 프랑스 정부 기구 <종파적일탈행위감시-퇴치위원회 활동 보고서>MIVILUDES 사이트 캡쳐

미빌뤼드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 외국계 기독교 복음주의 교회 사례는 한국계 교회 사례로만 채워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신천지에 대한 소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여러 외국계 복음주의 교회가 성장해 왔다. 이 중 일부 교회에서 우려스러운 신고 사례가 발생했는데 특히 한국계 기독교 복음주의 교회에 관한 신고들이 있었다. 과거에는 통일교와 (파리)열방교회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으나, 2023년과 2024년 들어 다른 교회에 대한 신고와 정보 요청이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신천지는 2023년 말 통계로 1180명의 교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약 70%가 18세~39세의 청년들이다.

"해당 교회 신도들은 성경 학습 심화 또는 대중교통 중심지인 기차역, 지하철역에서의 전도 활동 참여를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도록 종용된다. 전도, 성경 공부, 홍보 활동, 예술 공연 등으로 구성된 '사명'에 참여해야 하는 다수의 신도들은 지쳐 있고, 해당 교회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거나 자신의 행동을 성찰할 시간·에너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가족 관계를 비롯한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금전적 요구를 받고, 이를 거부할 시 제명의 위협을 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도들은 '정신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단체에 대한 온라인 검색이나 정보 수집을 자제해야 하며, 신도의 외모와 개성에 대해서도 통제당한다. (...) 탈퇴를 원하는 구성원들은 협박을 받으며, (교회 활동에 대한) 가족의 반대가 있을 경우 해당 교인을 주변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조치가 시행된다. 이 단체를 떠나는 자는 "배교자" 혹은 "사탄의 사람"으로 낙인찍히며, 다른 신도들은 이들과 접촉하면 안 된다.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이 교회는 청년, 청소년은 물론 어린이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미빌뤼드 보고서 내, 한국계 복음주의 교회에 관한 피해 내용MIVILUDES

"교회를 떠나는 것은 영적 자살 행위"

언론과 유튜브 등에서 자신의 체험담을 밝힌 전 신도들의 증언들도 다수 접할 수 있다.

인터넷 매체 <코비니 (kobini)>는 유튜브 영상(2025.3.16)를 통해 로라(가명, 18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올해 18세인 로라는 2년 반 동안 신천지 교인으로 생활하다가, 1년 전에 신천지를 떠났다. 기독교인이던 로라는 15살에 신천지 교인들을 길에서 만났다. 다니던 교회에 회의를 품고 있던 그녀에게 그들은 성경 공부 모임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로라는 기꺼이 이 제안에 응했다.

이 영상에서 로라는 신천지 교회 모임에 나가게 됐을 때의 경험을 설명한다. 그들은 신천지의 창립자이자 메시아로 간주되는 이만희(총회장)의 지명을 받아 14만 4000명 안에 들어야 종말에서 구원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그 14만 4000명이 결정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전 세계에 30만 교인이 있고 그중의 일부만 구원자가 될 수 있기에, 교인들 간에는 서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쟁하고 때로는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 로라의 주장이다.

교인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역 주변에서, 전도의 임무를 수행했다. 한편 한달에 490유로씩 나오던 장학금으로 생활했던 로라는 집세와 생활비를 제외하고 남은 100유로가량을 헌금으로 내야만 했다.

로라의 말에 따르면 신천지는 인터넷을 뱀이 품고 있는 독에 비유하며, 인터넷을 보지 못하게, 또 신천지 교인 이외의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로라는 끈끈했던 부모님들과도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넷플릭스를 통해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모든 걸 깨달았다. "신천지가 아닌 다른 종교를 다루고 있었지만, 거기서 신천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걸 보며 펑펑 울었다."

신천지를 떠난 후, 로라는 자신이 겪은 일을 미빌뤼드에 신고했다 이후, 심리상담을 받고 있지만, 신천지의 영향에서 여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거기서 나온 후, 로라는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또한 <코비니>는 신천지가 특히 흑인들을 포교의 대상으로 삼아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는 개신교인의 비율이 2~3%에 불과하고, 개신교인의 절대다수가 흑인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보도에 대해 프랑스 신천지 측은 "14만 4000명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지명한다는 것은 허위 주장"이며, 그는 스스로 메시아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제보자의 발언을 '개인 경험에 기반한 추측'이라며 <코비니>의 보도가 편향되고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2025.4.7)은 또 다른 피해자 사브리나(가명, 26세)의 증언을 소개했다.

6년간 신천지 교인으로 살았던 그녀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난 두 여성에게 성경 공부 모임을 소개받았다. 지방에서 올라와 외로웠던 그녀는 친구를 사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모임에 나갔다.

그들은 초반에 자신들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신천지 프랑스 본부에서 신도들은 한국식 이름으로 불렸다. 거기서 종말이 다가오고 있으며, 자신은 그 종말로부터 구원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훈련 캠프'에 가게 될 경우 일종의 체벌과 정신적 통제가 가해졌다. 30명이 한 방에서 지내며 가혹한 스케줄을 따라야 했다. 사브리나에 따르면 사소한 규칙을 어겨도 체벌이 뒤따랐다. 모임에 지각을 하면, 1분당 1유로를 내거나 머리를 땅에 대고 발은 공중에 띄운 자세의 체벌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주변의 인간관계에도 제약을 가했다. 교회는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종용했고, 사브리나는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수입의 10%를 교회에 바쳐야 했으며, 한국에 교회를 짓는다는 이유로 특별 헌금을 요구받기도 했다. 결국 피폐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교회를 떠날 것을 알리자, 교단은 그녀가 "영적 자살을 택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신천지 측은 <르 파리지앵> 보도에 대해서도 "교회와 신도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라며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신천지는 어떠한 형태의 신체적, 심리적 제재도 허용하지 않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열린 공동체다. 구성원의 생활, 업무, 대인관계, 정보 접근 등을 강요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간의 방식을 시정하겠다는 약속도 하고 있다. "교회는 (캠프 등의) 활동이 일부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오해를 불러일으킨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했으며 재개되지 않을 예정" 이라며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전도 방식에 대해서도, "이러한 방식이 일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하였고 (...) 현재는 전도와 스터디 활동의 시작에서 신천지 교회의 과정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라고 전했다.

보도 후 며칠 뒤, 파리 중심, 샤틀레역에서 볼 수 있던 신천지 포교자들이 자취를 감춘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프랑스 정부의 대처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020년 3월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수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이희훈

미빌뤼드의 보고서 서문은 "21세기는 영성의 시대가 되던가, 그렇지 않다면 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앙드레 말로(작가, 초대 문화부 장관)의 말로 시작된다. "현대 사회 도처에서 영성에 대한 인간의 추구가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것을 보며, 말로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권력, 부 혹은 추악한 본능을 채우려는 개인이나 집단의 영향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고 미빌뤼드 단체장 에티엔 아뻬르는 말한다. 개인의 영성 추구에 대한 욕망을 존중하면서, 사이비 종교의 폐해에 조심스럽게 맞서려는 이 기관의 관점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크게 4가지 전략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인간의 영적 추구의 영역에 이단과 사이비의 잣대를 들이대는 공권력의 존재는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관은 비교적 관대한 눈으로 현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정보의 공유를 통한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 영성 추구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미빌뤼드 보고서가 소개하는 그들의 4단계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예방이다. 캠페인, 교육, 강연 등을 통해 사이비 종교 집단의 일반적인 사례들을 공유하고, 이 피해자들을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직업군들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3년간,미빌뤼드의 자문단은 330회의 교육과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20초짜리 대중 광고를 4편 제작, 방영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3년마다 한 번씩 발간하는 보고서에는 관련 사건, 단체들에 대한 모든 사례들이 망라되어 있어, 누구든 열람하고 참고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은 언론매체를 통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또한 중등학교 교과과정에 종파적 일탈 현상을 학생들이 자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피해자 지원이다. 미빌뤼드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전문 사회단체(사이비종교피해자 전국연합 UNADFI 등 5개 단체)들을 통해, 심리 상담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입은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중 UNADFI는 18세 아들이 통일교에 들어간 것을 알게 된 부모가 1974년 처음 설립한 단체(당시에는 ADFI) 로 1982년 전국 규모로 성장했다. 그들은 풍부하게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정부 지원하에, 피해자가 홀로 설 수 있도록,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심리상담과 법률적·제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세 번째는 관련 법규 강화를 통한 제도적 단속과 처벌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사이비 종교 그 자체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형법 제222-15조는 '취약 상태 또는 무지에 대한 사기적 악용' 범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 법안에 따라, '종파적 일탈 집단에 의해 발생한 피해'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관련 영역의 피해가 급증한 상황에서, 미빌뤼드는 프랑스 법체계에 '강압적 통제(coercitive control)' 개념 도입과 종파적 일탈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은 기존 종교 단체들과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체계 구축이다. 미빌뤼드는 다양한 종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일탈적 종교 현상에 대한 심층적 논의, 정보 및 분석 공유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공유 체계는 다양한 이단적 현상의 형태와 이를 촉진하는 요인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주면서 예방 체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일단 피해 당사자나 가족이 전화나 메일을 통해 미비뤼드에 사례를 알리면, 보안/교육/종교/청소년/직장/보건의료 등으로 분류된 영역의 전담 상담원들이 사례를 담당하게 된다. 이후, 신고자와 메일, 전화,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상담을 통해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각 피해자가 당한 피해의 성격에 따라, 관련 전문 사회단체로 연결해 주게 된다.

전국 조직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피해자들이 정상 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지원을 제공한다. 법적인 조치가 필요할 경우, 곧바로 형사 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4년엔 총 45건의 형사 고발이 이뤄졌다.

미빌뤼드 보고서는, "코로나 19와 함께 보건 위기와 그에 따른 통제된 시간의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연결, 영성에 대한 질문, 대안적인 치유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기간 동안 극적으로 성장한 인터넷 시장이 영성, 코칭, 웰빙, 종교의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강좌와 워크숍, 모임 등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 갔다"라며 보건 위기와 사이비 종교 현상이 맺는 관련성에 주목한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안드레아 그뤼에프-빈틸라(파리10대학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사이비 종교의 증가를 불확실성과 위기 상황에 처한 사회의 특징으로 분석한다. 이는 여러가지 심리사회적, 상황적 요인의 결합으로 촉진된다. 한편으로는 누적된 위기(보건, 환경, 경제)가 시민들로 하여금, 더 이상 정부 시스템이 그들의 요구를 듣지 않거나, 심지어 무시하고 있다고 인식할 때, 사람들은 기존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의미와 안전에 대한 욕구를 키운다. 이는 개인과 집단을 취약하게 만들어 사이비 단체의 핵심 메커니즘인 강압적 통제 전략의 효과를 높인다.

외부 집단으로부터의 고립, 의심이나 비판의 배제, 신체적·성적 착취, 심리 조작과 압박, 위협, 협박을 통해 강압적 통제가 구현되며,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기본 인권은 서서히 침해된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존감이 파괴된 신도들은 사이비 종교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소셜 미디어에서 극단적 담론 확산, 폐쇄적·급진적 그룹에 대한 접근 용이성이 커져 가고 개인은 고립되는 현실이 관계의 확실성, 보호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자극하며 사이비 종교의 번성을 부추긴다고 본다."

한국 역시 종교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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