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997년 경제위기는 한국 사회를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의 구조개혁을 국가 차원에서 단행하게 했다. 현재 4050 연령층이 당시 20대 전후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었고, 노동 차별과 노동권 박탈을 감내하게 되었다. 4050 연령층은 그들이 청년이었던 이유로 보호받았거나, 복지제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여전히 작동했던 가부장 체제에서 공적·사적 위계에 짓눌렸고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했어야 했다. 이들은 지난 약 사반세기 동안 국가의 사회복지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1997년) 수준에서 약 15%(2021년)로 11%p 증가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기반을 제공했던 한 주체이기도 하다. 특정 정치세력은 이들을 두고 꿀 빠는 세대로 묘사하지만, 꿀 빠는 주체를 세대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재용이 50대라고, 모든 50대를 이재용처럼 취급할 수 없듯이, 문제의 본질은 세대가 아닌 계급에 있다. 그러므로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착취하는 양 세대 전쟁을 부추기는 정치세력의 목표는 결코 청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부양에 대한 국가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태어나지 않은 한국의 미래: 저출생 추세 이해하기>를 올해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60년 동안 한국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고, 208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5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므로 이 기간 노령 부양비(65세 이상 인구를 20~64세 인구로 나눈 비율)는 현재 28%에서 155%로 급증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는 저출생에서 비롯됐다. 1960년 여성 1인당 평균 6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약 60년 뒤인 2018년에 이르러 여성 1인당 1명 미만으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0.72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초저출생 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60년간 한국 사회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가장 힘든 국가가 되고 말았다. 과거 60년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었듯이, 향후 60년의 변화 역시 추계가 존재할 뿐, 어떻게 변화할지는 현재에 달려있다.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로 향할 것인지 아니면, 추계처럼 아이를 낳기 어려운 사회를 유지할 것인지, 그 분기점에 우리는 서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사회부양비의 근간을 제공하는 사회 보험 제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65세 이상 시민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노동력은 이전보다 감소하는 반면 의료, 장기 요양, 연금에 대한 재정 지출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60년까지 GDP의 17.4%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을 예상하면서, 기재부를 중심으로 긴축재정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을 포함한 유럽연합 국가와 OECD 회원국에서 공적연금에서만 평균 지출 규모가 GDP의 12~14%에 이른다. 즉 우리는 여전히 다른 국가의 평균 수준만큼도 국가가 사회부양비용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대한 분기점에서 우리 사회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출산, 돌봄, 질병, 실업, 노령 등에 직면한 누구든 개인의 능력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제도로 해결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국가와 자본은 더 많은 재정을 사회적 부양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일지라도, 20세기 중반 이후 많은 국가에서 사회부양비는 증가해 왔다. 우리의 향후 60년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번 조기 대선이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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