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23 06:43최종 업데이트 25.04.2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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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은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편집자말]
2019년 9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사법적폐 청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 쓰기 마련이다.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다시 검찰개혁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고 자폭한 윤석열 검찰정권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연대하겠다는 취지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검찰, 감사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개혁을 얘기하면 누군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말한다. 윤석열 체제에서 정치검찰과 사조직화의 문제점이 극대화했기에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특정한 집단의 문제지 검찰 조직이나 구성원의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다.

그런데 제도보다 사람을 문제 삼는 것은 개혁 반대론자들의 전형적 논리다. 그 주장이 옳다면 윤석열이 퇴장하고 윤석열 사단이 해체되면 검찰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과 제도를 다 겨냥한 몽테스키외의 일침은 권력기관 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아 마땅하다. 권력기관 개혁은 정의롭거나 자비롭거나 합리적인 권력자에 기댈 일이 아니다. 권력의 오·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게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교훈이다.

각 권력기관은 설립 취지에 맞는 권한과 임무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 권력을 저지해야 한다'는 몽테스키외의 말은 견제와 균형을 뜻한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검찰개혁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치검사와 검찰주의자 싹이 움트지 못하게 갈아엎어야

노무현 정부 때 씨가 뿌려져 문재인 정부 때 싹이 자란 검찰개혁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수사권 축소 등으로 겉보기에는 검찰권이 약해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비롯해 영장청구권, 형 집행권 등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검찰개혁은 미완성이다.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 절대권력을 해체하려면 권한과 기능을 분산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박탈하거나 없애는 게 아니라 나누고 옮기는 것이다. 그 점에서 검찰과 언론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프레임은 허위거나 과장이다.

실효적이고 불가역적인 개혁을 하려면 철학과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거기에 정교한 방법론과 강력한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지를 치거나 나무를 뽑아서 될 일이 아니다. 정치검사와 검찰주의자의 싹이 움트지 못하게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앞장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하는 것이다. 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하는가? 권한 분산에 따른 편익이 조직과 업무 축소에 따른 손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통합의 효율성보다 분리의 공정성이 국민에게 이롭고 견제와 균형 원리에도 부합한다.

민주당과 혁신당 방안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검찰이 행사하던 수사권은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즉 검찰청이 둘로 쪼개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3+1 분권형 수사/기소 구도가 자리 잡는다.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경찰, 일반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수사), 중수청(중대 범죄 수사) 세 기관이 나눠서 맡는다. 기소는 원칙적으로 공소청이 전담하되,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 범죄는 예외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한다.

검찰 수사관들이 주축이 될 중수청은 독립적 기구인 공수처와 달리 총리실(민주당 안) 또는 법무부(혁신당 안)에 소속된다. 중수청의 수사 영역은 부패, 경제, 공직,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7개다.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면서 검찰에 남긴 6대 주요 범죄에 마약을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추가했다.

공소청은 중수청과 국수본 수사를 법률적으로 감독한다. 아울러 기소심의위원회라는 자체 점검 장치를 둔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재건축되는 만큼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은 존립할 명분이 사라진다. 공소청장은 장관급인 검찰총장과 달리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실패는 반면교사

2021년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서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다"며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또 더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KTV

그간 저서와 토론회, 기사를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한 나는 민주당과 혁신당의 방안에 공감한다. 다만 방법론을 두고 몇 가지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의욕적인 검찰개혁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데는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검찰주의자 탓도 있지만, 검찰을 적절히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안이한 인식도 한몫했다. 검찰의 자율적 개혁을 기대한 노무현 정부의 오판을 답습한 잘못도 있다.

사실 두 정당이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의 뿌리는 2021년 민주당 김용민과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다. 그때 이미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런데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정치적 득실을 따지다 실기했다. 역풍이 우려되고 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권이 넘어간 뒤 부랴부랴 졸속으로 추진했으나 여론전에서 밀리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개혁의 본질을 훼손한 상처투성이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소청 설치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후속 논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공전하는 바람에 중수청 설치도 물건너갔다.

몇 달 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시행령 개정으로 그나마 축소됐던 검찰 수사권은 거의 복원됐다.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이다. 하위법으로 모법 취지를 훼손한 편법이었지만, 입법부는 행정부의 기습적 반칙에 무기력했다. 정치적 표적 수사와 과잉수사, 먼지떨이 수사, 별건 수사, 봐주기 수사 등 수사권 남용과 선별 기소의 폐해는 검찰정권에서 한층 두드러졌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좀 더 실효적인 견제 장치 마련

둘째, 수사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대신 보완수사 요청, 시정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 등의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찰관이 따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검사가 징계를 요청할 수 있지만, 징계권을 가진 경찰 상급기관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되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처지에서는 기분 나쁜 얘기일 수 있다. '지휘'는 과거 검경이 상하관계 또는 주종관계일 때의 용어이기 때문이다. 현 형사소송법에서는 '지휘'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검찰과 경찰은 협력관계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기사든 수사든 데스크 기능을 강화해 나쁠 건 없다. 용어야 어쨌든 법령 위반이나 인권 침해, 수사권 남용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에 대한 좀 더 실효적인 견제 장치가 마련되면 국민에게 양질의 수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검찰의 보완수사 또는 재수사 요구로 경찰로 되돌아간 사건 처리와 수사 종결이 한없이 지체되는 것에 대해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지금처럼 검사의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보완수사는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맞지 않고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반대한다"면서 "국수본 인력 보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비대화와 권력화 경계해야

2024년 6월 26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 4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남소연

셋째, 중수청 구성과 위상에 관해서다. 민주당과 혁신당 개혁안에 따르면, 검찰의 인지수사 또는 특별 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중수청에는 검사가 설 자리가 없다. 수사관(사법경찰관) 중심 체제이기 때문에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검사는 신분을 수사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실상 검사는 오지 말라는 얘기다. 그게 싫으면 공소청 검사로 남거나 공수처로 이직하거나 옷을 벗어야 한다.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옮겨가면 '제2 검찰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다른 각도로 볼 여지도 있다. 어차피 중수청은 수사 기능만 있기에 지금의 검찰청과는 다르다. 검찰개혁의 본질이 과도한 권력을 가진 검찰청을 쪼개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면, 검사 인력의 중수청 재배치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문제는 검사의 법적 신분이다. 서보학 교수는 "법적으로 기소권이 없으면 검사가 아니다"라며 "중수청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서는 검사 신분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검사들의 특권의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중수청으로 옮겨가 수사권을 가지면 또 다른 특권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적 구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조직 위상이다. 중대 범죄를 수사할 중수청이 정권에 예속되지 않으려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법무부 소속이나 총리 직속이 아니라 공수처처럼 독립기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서 교수는 "(중수청의 독립성 확보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작은 중수청'을 주장했다. 자칫 검찰처럼 거대한 권력기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특화된 분야만 제한적으로 수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서 교수 의견에 내 생각을 덧붙이면, 공수처도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 범죄 정도로 수사 영역을 좁히는 게 조직 형편에 맞고 견제와 균형 원리에도 맞지 않나 싶다. 지금은 수사 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많다. 타 수사기관에 대한 사건 이첩 요구는 종종 혼선을 빚어 수사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채 해병 사건과 윤석열 내란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공수처의 수사 의지와 수사 역량은 따로 놀고 있다.

서 교수의 견해도 비슷했다. "수사기관의 비대화와 권력화는 경계해야 한다. 공수처든 중수청이든 많은 수사를 하는 것보다는 정말 중요한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수처는 사법기관 고위직 범죄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전담하는 전문 수사기관으로 기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전철 밟지 말아야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유시민 작가, 도올 김용옥 선생과 새 정부의 과제 등을 주제로 대담한 영상이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넷째, 개혁의 시기와 속도다. 혁신당은 이미 지난해 8월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하고 이를 당론으로 삼았지만, 민주당은 논의만 할 뿐 여태껏 법안을 내놓지 않았을뿐더러 당론으로 채택하지도 않았다. 그 바람에 혁신당의 입법안은 8개월가량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다.

민주당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두고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이 대표는 2월 27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찰을 없애면 기소, 공소 유지는 누가 하겠나. 제도는 필요한데 지휘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검찰 일부 특수부 라인 등의 문제가 있으니 그 문제를 교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를 검찰개혁의 완성으로 여기는 혁신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인식과는 크게 동떨어진 셈이다. 이 대표 특유의 실용적 사고로 볼 여지도 있으나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생각하면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검찰을 수사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공수처 역량과 국수본 독립성 강화도 언급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검찰개혁 의지는 분명해졌다. 관건은 시기와 속도다. 검찰개혁은 수사기관이 아닌 권력기관 개혁이다. 검찰권력은 정치권력, 재벌권력, 언론권력과 더불어 한국 사회의 4대 권력이다. 전례에 비춰 힘이 있는 정권 초기에 밀어붙이지 못하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 속에 우리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정치는 분열하고 경제는 침체하고 민생은 망가졌다. 두 달 뒤 출범할 새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회복과 민생 안정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은 그 못지않게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민생 안정과 검찰개혁을 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견제와 균형 원리에 충실한 선진적 형사사법체계가 정착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정의와 공정에 대한 냉소주의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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