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유튜버들이 통행을 막는 경찰들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각계에서 유튜브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지만, 이번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는 극우 파시즘 또는 극우 유튜브라는 사회적 폐해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유튜브의 매체적 특성은 극우 파시즘이 자생하고 진화하는 데 최적화된 환경이다. 유튜브는 콘텐츠의 불법성과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은 극우 파시즘에 동조하는 편향된 인식을 강화하며, 수익창출 메커니즘은 극우 파시즘 세력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한다. 극우 파시즘 세력은 유튜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반대로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과 수익창출 메커니즘이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들을 증가시키고 극단적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메시지일수록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추천 알고리즘에 노출되거나 수익으로 직접 환산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들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하지만 극우 성향의 수많은 채널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고 수익을 보충하기 위해 더욱더 극단적인 메시지를 생산하고 있다.
비상계엄의 당위성과 내란 선동을 주장하는 등의 권위주의 옹호, 내전을 주장하고 서부지법 폭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등의 불법적 폭력 선동,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에 기반한 반인종주의, 민주당과 좌파를 북한 추종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는 종북 담론, 부정선거와 이태원 참사 조작 등을 주장하는 음모론, 소수자를 배제하고 공격하는 감정적 혐오 담론, 애국과 반국가 등 이분법적 세계관에 근거한 현실 단순화, 보수 우파에 대한 피해의식,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에 대한 비난과 부정 등 극우 유튜브 채널의 메시지는 극우 파시즘적 요소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같은 극우 유튜브의 파시즘적 메시지와 대중 선동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공동체의 해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권위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폭력을 선동하는 극우 유튜브의 메시지들은 서부지법 폭동 사례처럼 혐오와 증오의 폭력으로 이어지거나 이를 정당화할 수 있다. 이는 국가와 제도 등의 공적 영역을 붕괴시키고 나아가 공동체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둘째, 대중선동을 통해 감정을 정치화하고 정치의 양극화를 고착화한다. 파시즘은 특정 대상을 부정적으로 재현하고 혐오, 증오, 분노, 두려움, 불안 등의 감정을 조직화하고 정치적 정서로 전환시킨다. 사실보다 감정에 반응하는 대중 심리를 이용하는 '감정의 정치화'는 극우 유튜브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갈등과 대립의 적대적 정서를 강화시켜 정치적 양극화를 더 고착화시킬 수 있다.
셋째, 여론을 왜곡하고 공론장의 위기를 가져온다. 음모론, 혐오 담론, 종북 담론, 역사 왜곡과 폄훼 등은 반지성주의를 강화하고 여론 형성을 왜곡하여 분절되고 파편화된 공론장을 구성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다원주의와 상호존중의 민주주의 핵심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극우 유튜브는 특히 공론장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번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에서 언론은 사실을 검증하지 못했으며 때로는 스스로 논란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언론이 기능하지 못하고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신뢰도는 더욱 떨어지고 유튜브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유튜브의 유사(quasi)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양립하여 왔다. 유튜브가 다양한 의견과 소통을 통해 공론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긍정론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상정한 숙의와 합의의 공론장은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규범적이고 이상적인 장치이다. 유튜브가 공론의 장이 되고 진정한 공론장으로 기능하려면 최소한의 합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극우 유튜브가 일부일지라도 합리성이 전제되지 않고 행위에 대한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극단주의는 결국 공론장을 왜곡시키고 위기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방어적 민주주의로 극우 유튜브 대응해야

▲유튜브는 플랫폼 미디어로서 태생적으로 딜레마를 가진다.
셔터스톡
극우 유튜브가 야기하는 사회적 폐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유튜브의 사회적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을 규제하도록 법·제도를 개정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자율규제 개선안을 마련하고, 시민사회 감시와 이용자 압력, 미디어리터러시를 강화하자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이 방안들이 현재 상황의 극우 유튜브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유튜브를 규제하자는 주장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플랫폼 서비스는 태생적으로 감시와 검열이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극우 유튜브 콘텐츠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와 규제 원칙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극우 유튜브는 공동체를 위협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 극우 유튜브는 방어적 민주주의(defensive democracy)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다원주의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내·외부 위험 요소에 대해 선제적·제한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방어적 민주주의에 근거한 규제 원칙을 통해 극우 파시즘 또는 극우 유튜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논의해야 한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이나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처럼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유해 콘텐츠 대응 의무와 투명성 확립 의무를 부과하는 법·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 현행 법·제도인 정보통신망법과 민·형사법(명예훼손죄, 모욕죄)은 유튜브의 불법·유해 콘텐츠를 충분히 규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인간의 기본권을 실제적·잠재적으로 저해하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민주적 과정, 시민 담론, 선거 과정, 공공안전 등에 실제적·잠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를 유해 콘텐츠로 규정하고 규제 대상으로 명시한다.
플랫폼 가이드라인 강화,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알고리즘과 제한 조치,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정기 감시보고서 공개, 사실성과 진실성에 기반한 콘텐츠 품질지수 또는 신뢰성 평가기준 도입 등의 플랫폼 차원의 자율규제 강화도 이같은 규제 원칙이나 실제적 법적 근거가 있어야 실효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유튜브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무조건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극우 파시즘 또는 극우 유튜브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는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를 둘러싼 감정들이 과열되어 있다. 임계점에 다다른 폭발 직전의 용광로처럼 위태해 보인다. 극우 유튜브가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폭발의 기폭제가 되지 않고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유승현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유승현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유승현은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로서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객원교수, TBS 미디어정책실 연구위원,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 총무이사, 기획재정부 보조사업평가단 평가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미디어정책, 디지털미디어, 언론개혁 등에 관심을 가지고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정책위원과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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