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15 06:58최종 업데이트 25.04.1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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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된 중국 베이징 주중국대사관에서 버스를 타고 온 톈진 교민 등이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고 있다.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결정이 됐습니다. 사전 투표는 5월 29일과 30일에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투표하는 유권자도 있습니다. 투표일에 국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외선거가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 동안 치러지거든요.

국내 선거와 다른 재외선거의 특징

이제껏 치러진 재외선거 결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한국에서의 결과와 많이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 치러진 20대 대선 때는 전 세계 115개국 177개 재외공관 219개 투표소에서 재외 투표가 이뤄졌습니다. 16만 1878명이 투표에 참여했죠.

당시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59.77%를 얻어 윤석열 후보를 23.58%p앞섰습니다. 재외 투표는 거주국 공관에서 투표하고 주민등록상의 국내 거주지에서 '재외선거'로 구분해 결과를 집계합니다. 따라서 재외유권자의 지역별 투표 결과도 알 수 있습니다.

20대 대선 재외선거 개표결과 지역별 득표율. 17개 시도 모두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겼습니다.이봉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대구에서 5.2%p, 경북에서 7.9%p를 앞서는 등 17개 시도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특히 경기도와 부산광역시를 포함한 14개 시도에서는 그 안에 속한 모든 지역구에서 한 곳도 빼지 않고 다 이겼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이긴 곳은 서울에서 26곳 중 4곳, 대구에서 8곳 중 2곳, 경상북도에서 24곳 중에서 9곳, 경상남도에서 22곳 중 4곳뿐입니다. 전체 251개 선거구 가운데 19곳밖에 안 됩니다.

재외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긴 건 20대 대선이 처음은 아닙니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부여된 후 처음 치러진 18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13.9%p 차이로 앞섰고,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59.2%의 지지를 받아서 20%를 넘기지 못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습니다.

후보자 간의 표차가 적은 경우 재외선거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선거 관련 정보, 한 눈에 보이지 않는 대사관 홈페이지

역대 네 번째 대선 재외선거를 앞두고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유권자로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재외국민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각국의 한국 대사관이거든요. 외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얻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 재외선거 관련 안내는 없고 지난 2월의 대사 행적만 홍보하고 있는 모습주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

그런데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재외선거 관련 안내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에 처음 접속하면 뜨는 팝업 창에는 외교부에서 독도와 동해를 알리는 내용과 "해외 안전 여행 앱" 그리고 "통역 서비스 지원" 등에 대한 안내만 있을 뿐입니다.

팝업 창을 닫고 마주한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도 재외선거 관련 내용이 안 보입니다. 지난 2월에 홍진욱 대사가 싱가포르 사회 가족개발부 장관을 만났다는 소식이 제일 먼저 소개되고 있고, 공지사항으로는 "서울 디자인상 2025 접수작 모집"이라는 내용이 맨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홈페이지 하단에, 일곱 개의 안내문이 돌아가면서 노출되는 배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연결되는 링크 하나를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메뉴에서 뉴스→공지사항란에 들어가면 선거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하긴 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 않습니다. 싱가포르에 사는 한인들에게 지금 대사의 일상이나 공모전 관련 소식보다는 재외선거 관련 정보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싱가포르 대사관만 이런가 싶어 주미국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가봤지만, 상황은 똑같았습니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한미일 정상회의" 소식은 아직도 첫 화면에 크게 노출되어 있지만, 재외 투표 관련 안내는 싱가포르 대사관과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재외국민 투표가 많이 이뤄지는 나라 가운데 일본 대사관과 베트남 대사관 정도가 팝업 창에 재외국민 투표에 대한 안내문이 있는 정도입니다.

주 미국 대사관(위)와 주 일본 대사관(아래)의 홈페이지 팝업창.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재외투표 관련 안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외교부 대사관 홈페이지

2023년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재외국민의 수는 246만 7969명입니다. 영주권자와 일반체류자, 유학생을 포함한 숫자인데, 이 중에서 투표권이 있는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별도로 신청해야 현지에서 투표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는 22만 6162명이 신청을 했고, 그중 71.6%인 16만 1863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번에 재외 투표에 배정된 예산은 115억 원입니다. 지난 대선 때 투표한 인원으로 계산하면 한 표당 7만 1000원이나 되는 겁니다. 이처럼 큰 예산을 들여 전 세계 우리 재외국민들을 대상으로 투표하는 수고를 하면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투표율이 저조하다면 예산 낭비가 아닐까요? 외교부 산하 각국 대사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21대 대선 재외선거 신청 방법

아직까지 재외투표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는 듯하여 제가 직접 신청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신청 방법을 소개합니다. 재외선거 참여를 위한 신청 마감일은 4월 24일입니다. 이때까지 신청한 유권자에 한해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각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c.go.kr/site/nec/main.do)에 접속하면 팝업창으로 재외선거 안내문이 뜹니다. 그걸 누르면 먼저 주민번호 유무를 확인해서 국외 부재자와 재외선거인으로 나눕니다. 선거 기간에 외국에 단순 체류하는 거라면 국외 부재자, 영주권을 받아서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거라면 재외선거인입니다.

영주권을 받은 재외선거인이라면 재외선거인 영구명부에 등재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미 등재가 되어 있다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투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11일 오전까지는 영구명부 정리 중이라 확인이 안 된다는 안내문이 뜨고 있습니다. 신청일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잡힌 선거 일정 때문인지 대사관도 선관위도 아직 준비가 조금씩 덜 된 것 같습니다.

재외선거 투표인 신청 방법. 이메일 주소와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입력하면 금방 신청이 가능합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외 부재자거나 영구명부에 등재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선거인은 안내를 따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신청을 위한 링크를 보내주는데, 거기에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재외 투표를 할 지역을 선택하면 신청이 마무리됩니다. 재외 투표 신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재외국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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