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8 15:51최종 업데이트 25.04.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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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난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모습.권우성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내려졌으니 (윤석열을 지지하는) 국민도 수긍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윤씨도) 빨리 관저를 나가줘야 하는 거고요." - 한남동 주민 백상훈(49)씨

"윤석열 지지자들이 또 한남동에서 집회를 연다고요? 어우 못살아 진짜. 나 이 동네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데..." - 한남동 도시가스 검침원 김아무개씨


헌법재판소(헌재)의 파면 선고에도 5일째 한남동 관저 퇴거를 미루는 윤석열씨를 향해 인근 주민, 자영업자, 노동자 등이 "빨리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남동 일대에서 윤씨 지지 집회가 재개된다는 소식에는 "무의미하다"고 평가하거나 "지지자들도 헌재 선고 결과를 수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 앞 풍경. 탄핵 이전과 달리 윤석열씨 지지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다.박수림

윤씨 탄핵 5일째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는 비교적 평온했다. 주변 공원엔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여럿 있었다. 그간 탄핵 반대 집회로 매번 임시 버스정류장에 멈췄던 파란 시내버스들은 비로소 기존 정류장에 멈춰 승객을 태웠다.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카페에 들렀고 자영업자들은 밝은 미소로 이들을 맞이했다.

한편, 관저 입구 주변은 여전히 경비가 계속되고 있었다. 윤씨가 헌재의 파면 결정에도 5일째 관저를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저로 향하는 길은 바리케이드(질서유지선)와 함께 경호처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막고 서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경찰도 관저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로 방문했나'라고 묻거나 '이 주변은 사진 찍으면 안 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씨 지지자들은 파면 선고가 있었던 지난 4일 이후 한남동을 잘 찾지 않았다(관련기사: 윤석열 파면 다음날... 텅 빈 한남동, 힘 빠진 광화문 https://omn.kr/2cwwe). 하지만 윤씨의 퇴거가 늦어지면서 자유대한국민연대, 자유통일당, 자유대학 등 윤씨를 지지하는 일부 단체는 이날부터 다시 관저 주변에 집회를 신고해 둔 상태다.

"윤석열과 지지자, 헌재 결정 수긍해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을 비호하는 이들이 탄핵심판 선고일인 지난 4일 오전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박수림

이날 반려견과 함께 공원 산책에 나선 한남동 주민 백상훈(46)씨는 "이전과 비교하면 동네 분위기가 훨씬 조용해지긴 했다"며 "일상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선고 전에는)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이 골목에 불법 주차를 많이 했고, 또 사람이 많이 몰려오다 보니 경찰이 바리케이드 등으로 통행을 자주 막아서 집에 가려면 한참 돌아 들어가야 해 불편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이날부터 다시 윤씨 지지자들이 한남동 일대에 집회를 신고했다'는 기자의 말에 한숨을 쉬면서도 "그런데 헌재에서 파면 결정이 내려졌으니 (윤씨를 지지하는) 국민도 수긍해야 하는 거 아니냐. (윤씨도) 관저를 빨리 나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동에서만 약 15년을 거주했다는 주민 이아무개(71)씨는 "윤석열이 관저에서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탄핵 반대 집회 때마다 동네가 너무 시끄러웠고, 집회 참가자들이 동네에 쓰레기를 버리고 다녔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씨가) 탄핵당한 마당에 (지지) 집회를 벌이는 것도 참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헌재, 윤석열 대통령 '파면'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 선고를 했다. 탄핵 소추 111일, 변론 종결 38일 만이다. 사진은 지난 2024 3월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윤 전 대통령.연합뉴스

도시가스 검침원 일을 하며 4년째 한남동을 담당하고 있다는 김아무개씨도 윤씨 지지자들의 집회 재개 소식에 "어우 못살아 진짜"라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나는 한남동을 돌며 계속 일하는데 이전처럼 또 집회를 열면 경찰이 막아서고 검문하니 일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하루라도 빨리 관저를 떠나야 한다"며 "파면됐는데도 국민 세금으로 사는 꼴인데 (파면 이후) 오늘까지 산 것은 사비로 계산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어쩜 그리 국민 생각은 하나도 안 하나"라고 꾸짖었다.

인근 빌라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유아무개(76)씨는 "그간 윤석열 지지자들이 빌라 입주민이 사용하는 분리수거장에 태극기나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 허락 없이 주차장 바닥에 박스를 깔고 자기도 했고, 심지어는 빌라 1층 공동 현관이 열린 틈을 타 춥다며 건물 안에 들어오기도 했다"면서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가 (관저를) 나가야 (지지자들이) 안 그러지. 뭐 한다고 계속 그 안에 있나"라고 일갈했다.

한편 윤씨는 오는 11일 관저에서 나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면된 대통령이 언제까지 관저를 비워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명문 규정은 없다. 다만, 윤씨보다 앞서 파면된 박근혜씨는 지난 2017년 3월 10일 파면 선고 후 이틀 만인 3월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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