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스카이데일리> '선거 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 이라고 배치한 사진이 2016년 강원도민일보에 게재된 사진과 동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소연
신뢰, 즉 경쟁력을 상실한 기존 언론의 자리는 유튜브를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들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매체는 수용자의 선택 가능성과 휴대성이라는 편의성, 상호작용성에서 기존 매체를 압도했다. 시간, 장소의 제약이 사라진 플랫폼에서 수많은 생산자들이 생산한 무한한 콘텐츠와 기존 언론이 경쟁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기존 매체에도 기회는 있었다. DTV(디지털TV) 도입 시 휴대성을 높일 기회가 있었지만 정책 당국의 거부로 실패했고, 뒤늦게 도입한 UHD(초고화질 해상도)는 상호작용 기술을 포함하지만 정책 무관심으로 보급이 지체됐다. 정책은 부재했고, 방송에서 기술 변화에 대응할 인력과 자원은 부당한 권력의 침투에 저항하는 데 소모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신문의 가구 구독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TV 역시 자체 OTT(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대응해봤지만 넷플릭스의 시장 장악이 거세다.
선택 가능성을 높인 새로운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일부 양질의 콘텐츠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유튜버들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의 범람이다. 특히 현실에 관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 오염은 심각하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이를 강화한다. 필터 버블, 에코 챔버, 확증 편향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보이는 행태를 압축하는 표현이다.
그 여파는 양질의 언론이 시장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리즘에 반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탈진실(Post-Truth)'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애초의 우려가 '과연 진실이 존재 가능한가'라는 회의적인 인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100% 진실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99%의 진실과 50%의 진실이 동등할까? 진실을 추구하려는 노력과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행태가 동등할까?
저널리즘 가치가 부정당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진실보다는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선호한다. 우리는 이렇게 저널리즘 기능이 붕괴된 사회가 초래할 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언론을 살리자는 게 아니라 저널리즘 기능을 지키는 게 본질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매년 언론을 지원하는 정책 논의를 지속해 왔다. 언론사를 살리기 위함일까? 아니다. 정치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이 형성하는 공론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지금 EU의 정책은 언론사보다는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인 지원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 그 방향성은 처음부터 일관적인 것이다.
언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의 미디어 정책은 어땠을까? 노무현 정부는 언론 다양성을 강조했다. 작지만 건강한 언론을 지원함으로써 언론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질적 성장을 지향했다. 하지만 그 정책은 기성 언론, 특히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던 보수 언론의 저항으로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을 침탈하고, 정파적이고 정치를 희화화하는 종편을 도입해 언론의 질적 저하를 야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작위의 오류를 범했다. 최소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침탈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저널리즘 위기 극복 위한 3가지 해법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지난 3월 13일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단식 농성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 촉구 시국선언'에서 참석자들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이름으로 윤석열 파면"을 선언하고 있다.
이정민
이런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쉽지 않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그 방향은 첫째, 매체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널리즘 구현의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1만여 개로 늘어난 기존 매체 전체를 대상으로 저널리즘 회복 또는 강화를 가능케 하는 해법은 없다. 시장의 저항도 완강할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논리 관점에서 볼 때 공공선을 구현하는 언론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즉 선도 언론을 지원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저널리즘 기능을 구현하는 언론이 생존력은 물론 시장 선도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선도력은 경영상의 경쟁력만이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공영방송 정책의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식의 상업 모델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지만, 막강한 사회적 지원(재원 마련)을 기반으로 하는 유럽의 공영방송 모델이 더욱 유용하다.
양질의 저널리즘 콘텐츠 수용 경험이 건강한 시민, 건전한 공론장을 형성한다. 이를 위해 방송의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외부 압력을 배제하는 제도 못지않게 언론인들의 내적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공영방송만이 아니라 전 언론의 언론인에게 부여하는 권리여야 한다. 또 방송이나 언론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기구의 독립성 확보도 중요하다.
더불어 언론사, 언론인을 구별하지 않고 좋은 콘텐츠에 자원을 제공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특정 세력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저널리즘 가치의 실현이 현실적인 보상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새로운 플랫폼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체 건강과 마찬가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사회 건강성을 회복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욕심이다.
두 번째는 매우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진실에 근거한 공론장'의 회복이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는 사회문화적 인식의 확산과 정착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운동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염불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이념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가치는 애초 소수들만의 메아리에 불과했지만 운동으로 보편화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진실(성)'의 회복은 시대적 요구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공교육 과정에서 미디어교육의 필수화다. 어릴 때부터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진실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방법을 배운 건강한 시민이 민주주의 공론장의 중심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지금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 저널리즘 기능의 회복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언론운동 진영과 시민운동 진영은 2019년부터 (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미디어 과제를 논의하고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제도 개혁의 방향은 그 해법 모색만이 아니라 그 해법을 사회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종의 운동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저널리즘 기능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확산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김서중 /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김서중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비판적 언론 연구자 모임인 한국사회언론연구회에서 간사로 시작하여 그 후신인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미디어 정책, 저널리즘을 연구하며 현실 언론 개혁에 관심을 가지고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정책위원장과 상임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교육 개혁에도 관심을 가지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활동을 해왔으며, 사무처장과 상임공동의장직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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