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 제일은행(현재 무등빌딩) 앞에서 최루탄이 터진 상황에서 한 시민이 방독면을 쓴 계엄군에 둘러 싸여 겁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
나경택 촬영, 5.18기념재단 제공
-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5.18이 떠오르기도 했나.
"지난해 12월 3일 이른 아침(계엄 당시 밴쿠버는 2024년 12월 3일 오전 6시 30분 - 기자 말) 밴쿠버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을 알게 됐다. 그 즉시 저는 1980년 5월로 플래시백 되는 경험을 했고,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걱정했다. 하지만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덕분에 서울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얼마나 빨리 행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사학자로서 저는 1980년 광주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더라도 한국은 결국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당시 광주 사람들이 치른 희생이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데 있어 진전을 가속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그해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뒤늦게 알게 된 후, 군사 정부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대거 일어났다. 당시 광주 사람들이 흘린 피가 오늘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튼튼한 민주주의 나무에 비료가 된 거다.
5.18은 지금도 한국인들에게 계속 영감을 주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윤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를 막기 위해 빠르게 반응한 이유 중 하나라고 믿는다."
- 5.18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의 저자인 한강 작가가 얼마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곰곰이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80년 5.18 희생자들이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평가가 이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대학에서 현대한국사 수업을 진행하다 학생들에게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과제를 작성하게 했다. 지난주 수요일 수업에서는 그 책에 대해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했는데, 학생들이 책 내용에 매우 감동한 모습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책을 읽으며 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울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강 작가가 지적했듯 우리는 1980년 5월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 광주 사람들이 보여준 용감함을 기억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워야 한다. 또 그 희생을 기억하며 더 정의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막는 모든 것들에 저항해야 한다."
-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과 윤석열을 비교해 본다면.
"난 역사가로서 과거의 사건과 그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19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직접 목격한 불행한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도 하다. 내 감정은 나에게 '중립적인 입장을 포기하고 두 사람을 모두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선언하라'고 주문한다.
두 사람은 동료 시민보다 자신의 권력에 대한 개인적인 욕망을 우선시했다. 듣자 하니 윤석열은 전두환만큼 재정적으로 부패하진 않은 것 같다. (이번 계엄 당시) 민중의 의지를 억압하려는 시도에서도 전두환만큼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전두환이 윤석열보다 더 나쁜 인간이라고 본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민주주의를, 그리고 국민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배신했다. 이에 대해 전두환과 윤석열은 역사가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평화봉사단 자격으로 1971년~1974년 광주에 머물렀던 도널드 베이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도널드 베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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