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이어지는 시위 때문에 서울 사대문 안에서는 차량정체가 일상이 되었다.
김지영
넉 달 동안의 치열했던 공방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불면의 밤을 뒤척였던 많은 시민들이 단 며칠 만이라도 깊은 숙면에 들 수 있게 되었다. 윤석열을 이용해 정치권력을 이끌었던 국민의힘 당권파는 아마 빠르게 손절하고 대선 준비에 뛰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간 극단의 세력 몰이로 엄청난 돈을 끌어 모았던 기독교 세력과 극우 유튜버들은 또 다른 극단적인 정치 지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봉착했다. 아마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그들의 광기 어린 선동과 폭력이 다시 한번 그 위용을 뽐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민주공화국의 이념이 분명한 누군가는 혹은 어떤 집단이나 세력은 또다시 공산당이나 빨갱이로 취급받아야 한다. 지금 세상에 진짜 공산주의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소련이나 중국은 이미 벌써 오래전부터 자본주의 생태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단지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지배하는 독재국가일 뿐이다.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매우 큰 오산이다. 북한은 김일성 일가가 지배하는 세습 독재권력이지 공산주의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한 나라다. 마치 우리나라에 있는 대형 교회들이 신도들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교회를 제 자식들에게 대대로 물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본질적으로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못하겠다.
헌재의 판결로 윤석열과 국민의힘과 전광훈, 그리고 혜성같이 등장한 전한길의 주장은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애초부터 그런 것이 없었지만. 그렇다면 이제 그들에게 한가지 말을 해주고 싶다. 역사의 순간은 잠깐은 되돌릴 수 있지만 긴 안목으로 바라보면 끝내는 비가역적이라는 사실이다.
헌재의 판결이 열리는 그 시간 두 가지 뉴스가 있었다. 하나는 윤핵관이라 불리던 장제원 전 의원의 발인식이 부산에서 열렸다. 어떤 이유든 죽음은 안타깝지만 윤석열의 파면이 결정되는 날 그도 영면에 들었다.
두 번째 소식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보석 허가 결정이다. 계엄에 동원되었던 군인들의 사령관으로 계엄 당일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했다는 그의 용기 있는 증언이 이번 파면의 결정적 증거 중 하나였다. 윤석열 측근들로부터 회유하려는 시도를 물리치고 의연하게 자신의 정의를 지켜냈던 그였다.
비록 내란 동조자로 감옥에 있었지만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그의 고뇌를 시민들은 함께 공감했다. 그런 그가 윤석열이 파면된 날 감옥에서 나왔다.
파면과 영면과 보석. 이 셋이 맞물려 뉴스를 장식할 때 우리 사회가 걷고 있는 민주공화국을 향한 걸음이 비록 순탄치 못해도 끝내 거기에 닿을 것이라는 역사의 진실을 살짝이라도 엿보는 것 같았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은 그 서막이기를. 그리고 두 달 뒤 더 큰 희망을 노래하는 새로운 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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