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치는 이재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남소연
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아온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으로 정국은 이제 조기 대선 국면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파면 직후 일찍이 유력 대권주자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언론 관심이 집중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조어가 일부 기사 헤드라인에 등장하고, '재미없는 경선' 관측까지 심심찮게 제기되지만, 8년 전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윤석열 공백 시작, 민주당 '전략 수정' 제언 나오는 까닭
현재 민주당은 김윤덕 사무총장 등 선거관리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대선 주자별로 조기 대선 경선 규칙 논의를 진행하는 등 조기 대선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파면'이라는 한고비를 넘었고 이재명 대표가 여야 대선 주자 중 절대 1강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내엔 일부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당내 전략통 의원들은 일각의 들뜬 기류들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윤석열의 공백'이 무조건 달콤한 상황은 아니라는 쓴소리다. 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 탄핵 찬반 여론 등 당장 통계로 드러난 '숫자'에서 위기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한 전략통 중진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제는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라면서 "윤석열이 사라지면 국민들은 우리를 권력자로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윤석열' 기조로 강경 대응하던 파면 이전의 전략 대신 '수권 능력'을 증명할 예비 집권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이제는 공격 대상이 없어졌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 의원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여론에 미칠 영향을 더 면밀하게 검토해 대응해야 한다"라면서 "국론 분열을 극복하고 파탄 난 민생을 빨리 회복시킬 수 있는 그런 수권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닥친 숙제는 '당 지지율 관리'다. 박근혜 탄핵 때와 비교하면, 현재 여야의 지지율 차이는 긴장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탄핵 심판 당일인 2017년 3월 10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2017년 3월 둘째 주 조사를 보면 야권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당 11%인데 반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11%로 야권 지지율이 범여권의 지지율을 압도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 심판 당일인 4일 같은 기관 조사에선 야권은 더불어민주당 41%, 조국혁신당 4%, 여당인 국민의힘은 35%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만 비교해 보면 단 6%포인트의 격차다. 지난 1월 3째주(국민의힘 39%, 민주당 36%), 2월 2째주(국민의힘 39%, 민주당 38%)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근소한 격차로 앞선 조사 결과도 있었다. 8년 전 조사에선 자유한국당이 탄핵 국면 내내 당 지지율이 수직 하락하며 민주당에 뒤처진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남소연
대선주자 지지도에선 이재명 대표가 꾸준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의견 유보를 밝힌 여론층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같은 기관에서 4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34%로 국민의힘 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9%를 크게 압도했으나, 의견 유보를 밝힌 유권자층도 38%에 달했다.
결국 최대 과제는 의견 유보층 등 중도층 끌어안기에 기반한 전략 모색이다. 이재명 대표도 같은 날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제일 중요한 과제는 신속하게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면서 "현재 사회 갈등 상태가 최고조일 텐데 국가 분열이나 대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민주당도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극우에는 단호한 대응, 합리적 보수와 대화" 필요 주장도
일부 중진 의원들 가운데는 원내 전략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당내 한 친명 중진 의원은 "대선에서 압승하기 위해선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하고 그래서 원내 전략이 중요하다"라면서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선 국민을 통합하고 민생 경제를 회복할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의 공백'으로 더욱 확대된 '다수당의 역할'이 민주당의 정치적 수준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내란 핵심 책임자들에게는 상응하는 책임을 묻되, 경제 상황 타개와 내란 위기 극복을 위해 '합리적 보수'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다. 전략통 중진 의원은 "다시는 그런 일들이 없도록 처벌할 건 처벌하고, 미래에도 못하게끔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극단적인 세력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합리적인 측에 대해선 (통합)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상목 탄핵소추안 법사위 회부 동의 건, 본회의 통과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선고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최상목)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
남소연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직전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정세 판단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 때문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이게 끝난 게 아니고 새로운 출발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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