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즉각 공개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2
연합뉴스
"서울시가 근거로 든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제33조는 오히려 공간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사유에 해당할 경우에는 비공개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긴 했습니다. 그런데 정보공개법은 환경이나 개발, 안전과 교통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는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전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고 전 서울시에 사고의 위험을 알린 시민들의 민원과 제보도 있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 현장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2024년 10월 21일과 올해 2월 24일 연약한 지반과 강한 압력 부실공사 때문에 붕괴 우려가 있다고 두 차례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사고 2주 전에는 주유소 바닥 균열 관련 민원도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붕괴위험을 알고도 적절한 안전대책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공운수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서울시장이 지켜야 할 건 땅값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이고, 지반침하 안전지도는 땅값을 지키기 위한 기밀이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표지판이어야 합니다.
또 다른 구멍, 노동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이번 싱크홀 사고로 드러난 또 다른 구멍이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라이더는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했다고 합니다. 낮에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광고회사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시 퇴근 이후에는 라이더로 변신해 새벽 2시 까지 주7일 일했습니다. 정훈님, 이름은 프리랜서인데 회사에 출퇴근을 한다니 이상하지 않은가요? 이렇게 계약형식은 프리랜서인데 실제로는 노동자처럼 일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수고용(특고) 플랫폼 프리랜서들은 3.3%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인적용역사업자인데 2023년 기준 무려 862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연차, 휴게시간,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퇴직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노동조건도 시시각각 변합니다. 배달의민족은 4월 1일부터 배달노동자의 건당 임금을 3000원에서 2500원으로 일방 삭감했습니다.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제어할 방법도 없습니다. 임금의 최저기준에 구멍이 뚫려 바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해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이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근로자여부와 상관없이 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나아가 헌법 제 32조에 1항의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에서 '근로자'를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사회보험에도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고인은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었습니다. 자신의 노후준비는커녕, 질병과 사고로 쓰러지면 가족 전체가 생계의 위기에 빠집니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라 하더라도 고용 산재보험은 국가가 지정한 18개 직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보장되긴 합니다. 그러나 근로자에게 보장되는 육아휴직 배우자출산전후휴가가 없고 산재보상도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입니다.
게다가 특고 플랫폼노동자들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부담합니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를 활용해서 돈을 버는 기업들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면제 받는 혜택을 받고 있는 겁니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을 사회보험의 안으로 품지 않으면 일도 개별적으로 하는 노동자들이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잃고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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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서울시가 관리하는 도로를 달리다 시민이 사망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서울시에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4월 2일 기자회견에 참가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박남선 변호사는 법의 한계를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열거하고 있는 '공중이용시설'에 도로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이번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한순간에 한 시민, 한 노동자의 삶이 18미터 아래로 추락했음에도, 법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보탬이 되기보다는, 사고 관련자들이 각자 책임을 회피하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될 것이라 믿습니다. 빠르게 조기대선 국면이 열릴 것이고 윤석열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만들지를 둘러싼 커다란 논쟁과 투쟁이 벌어질 겁니다. 서울시장 오세훈은 대선후보 오세훈으로 등장해 오세훈표 정책을 제시할 겁니다. 우리가 싱크홀 사고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민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싱크홀 사고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멍을 어떻게 막을지가 윤석열 이후의 세계를 판가름하는 기준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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