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멍게젓밥에 얹어 비벼도 좋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여운규
회로 먹을 멍게를 일부 덜어두고 나머지는 잘게 썰어 멍게젓 담글 준비를 한다. 씻어서 잘게 썬 멍게는 소금을 살짝 뿌려 절이고 소쿠리에 1시간 정도 받쳐 물기를 잘 뺀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원래 멍게의 짠맛이 있기 때문에 염도 조절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물기 빼느라 받쳐둔 멍게를 자꾸 주워 먹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맛있다고 하나둘 먹다 보면 나중엔 젓 담글 멍게가 모자라게 된다.
물기를 다 뺀 멍게를 큰 그릇에 담고 쪽파, 양파, 마늘,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넣은 다음 고춧가루 3, 액젓 1, 설탕 0.5의 비율에 통깨 넉넉히 넣고 버무려 양념하면 끝이다. 이렇게 만든 멍게젓은 냉장고에 하루 정도 숙성하면 그때부터 제맛을 낸다.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생채소와 함께 밥에 올려 비빔밥을 만들면 최고다. 술안주로야 더 말해 뭣할까.
우리가 알던 세상이 사라지기 전에
얼마 전,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이상 수온으로 인해 멍게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다. 너무 더웠던 지난여름, 수온이 지나치게 상승해 멍게 속살이 다 터져버렸다고 했다. 이제 수확 철이 되었지만 건져 올릴 멍게가 없다는 것. 전국 멍게 유통량의 70%를 차지하는 통영 거제 근처 양식장의 폐사율이 90%를 넘는다는 소식에 나는 봄을 잃어버린 것처럼 안타까웠다.
내가 이렇게 안타까운데 어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타들어 갈 것인가. 걱정되는 마음에 통영에서 활멍게를 공급해 주시는 '이순신 수산' 사장님께 상황이 어떤지 여쭤봤다. 사장님 역시 직접 운영하는 양식장의 멍게가 대부분 폐사되는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고 하신다. 아직 공급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나면 준비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 우려도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당장 큰 문제는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이제 멍게 한 접시 먹는 일도 큰 사치가 될지 모르겠다. 멍게 없는 봄이라니. 상상만 해도 싫다. 기후 위기라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우리가 알던 세상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낯설고도 두렵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한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꼭 멍게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나서서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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