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31 11:52최종 업데이트 25.03.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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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남소연

자고 일어나니 대한민국이라는 울창한 산림이 다 타버리고 한순간에 잿더미만 남았다. 세계 경제 대국이자 문화강국이며 87년 이후 급격한 제도적, 의식적 변화를 동반한 K-민주주의라는 이름까지 얻었던 대한민국이 넉 달이 넘도록 명백한 친위 쿠데타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계엄 사태 초부터 대한민국의 국격은 계속 하락하고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후 불투명해진 국제 정세에서 패싱당하고 있다. 경기는 바닥인데 물가는 오르고 기업인이나 상인은 문을 열수록 적자인 데다 안정된 일자리를 기대할 수 없는 서민은 죽을 맛이다. 게다가 역대급 산불로 인명과 재산이 불타고 서울 한복판에서는 땅이 꺼져 느닷없이 목숨을 잃었다.


이 모든 역대급 재앙과 난제를 총지휘해야 할 대통령이 총체적 붕괴의 원인이 되어 갈수록 재앙만 키우고 있다. 절박한 국민은 매일 광장을 메우며 정치, 사법, 행정 책임자들의 결정을 압박하지만, 정작 이를 위임받은 이들은 하등 급할 게 없다는 식으로 어떤 설명도 없이 하염없이 느긋하다.

무슨 시간이 더 필요한가

계엄령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가기관과 그 기능을 강제로 중지시키는 비상대권이므로 그 요건과 적법성을 엄격히 제한한다.

헌법 제77조는 '①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고 계엄 요건을 규정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024년 12월 3일 대국민 담화에서 크게 세 가지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첫째,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하였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이며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둘째,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이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계엄 사유로 주장한 내용을 따져보면 하나같이 법이 정한 계엄 요건이 아닌 자신의 판단과 감정, 주장일 뿐이다. 각료와 기관장에 대한 탄핵이나 국가 예산 심의와 삭감은 모두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이다. 그것은 윤석열이 2년 반의 임기 동안 무려 25건에 행사했던 대통령 거부권이 있는 것과 같은 견제권이다.

더구나 계엄의 필요성을 역설한 세 번째 주장은 더욱 황당하다.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도대체 국회의 탄핵이나 예산 삭감이 북한이나 종북 반국가 세력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그게 계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할 만한 연관성이나 근거도 없이 '이제부터 털어보면 다 나와' 식의 주장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담화는 하나같이 헌법에 규정된 엄격한 계엄의 요건 대신 개인적인 감정이나 해석, 주장일 뿐이었다.

따라서 전시, 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없는데도 무력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를 장악하거나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려 하고,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침투시켜 자료와 정보를 불법 취득하려 한 행위는 모두 명백한 내란 사유다. 따라서 이 모든 내란 사태를 기획하고 주동한 우두머리를 파면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넉 달이 넘도록 마음 졸이며 공방을 이어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윤석열은 계엄령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고, 내란이라기에는 출동 군인도 턱없이 적었고, 탱크의 진주나 총성 한번 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무능과 시대 변화에 대한 무지일 뿐, 이 사태가 매우 위험한 헌법위반 사태라는 사건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더구나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국무위원 증언만으로도 계엄령 포고의 조건인 국무회의조차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이미 확인되었다. 게다가 내란 주범들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적법한 국회 대응과 사법처리에 굳세게 대항하고 있으니 정상참작의 여지조차 없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참 속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신속히 결의하고,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도 논란의 여지 없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도대체 이렇게 불의하고 불법한 대통령을 파면시키는데 무슨 근거와 요건, 절차, 시간이 더 필요할까?

국민 우롱하는 특권층의 위선적인 모습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금 정치, 행정, 법조 등 이 나라 최상위 파워 엘리트들은 스스로 특권 귀족이 되어 마치 작심하고 나라를 망치기 위해 함께 공모라도 한 듯한 모양새다.

평생 검찰에서 피고를 법정에 세우던 윤석열은 자신이 피고가 되자 적법한 사법처리를 거부하고 궤변과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정당한 경호를 넘어 사법기관의 적법한 집행까지 무력으로 막았고, 국민의힘 강경파와 전광훈 등 선동가를 비롯한 광장의 극우는 온갖 거짓말과 선동, 폭력을 마다치 않고 법과 공권력을 비웃었다.

그러더니 법원은 난데없이 구속 기준까지 바꾸며 윤석열을 석방하였고, 검찰총장은 항고를 포기했다. 대통령을 대신해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할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는 마은혁을 헌법재판관에 임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조차 멋대로 해석하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헌재의 탄핵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훈계하니 그 위선적인 모습에 천불이 난다.

이제는 헌재마저 별다른 근거나 설명도 없이 탄핵 판결을 미루며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법대로 재판하랬더니 자기들 셈법에 따라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민주공화국이라는 이 나라의 특권층들은 하나같이 스스로 법과 국민 위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국민에게는 늘 법과 질서를 지키라고 훈계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법 위에 군림해 멋대로 거부하고 지연하고 한없이 기다리라 한다. 헌법정신은 무너지고, 법과 규범, 상식도 갈수록 파기되어 간다.

그 와중에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서민들은 절망에 빠지고, 오랜 수고와 희생 속에 소중히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기초와 공유자산들이 속속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온갖 특권과 성역을 둘러친 오만한 그들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고 변명이 가능한 지금 상황을 은근히 즐기며 내가 급할 건 없다는 투다.

국민이 막아낸 내란적 계엄을 스스로 국민과 법 위에 있다고 믿는 특권층들이 다시 기획하여 세우려는 것인지 의심하며 매우 우려한다. 민주공화국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역과 특권으로 무장된 최상층 귀족들의 담합으로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이 참담하다.

헌법정신이 무너지고, 헌재와 법원은 이중잣대로 혼란을 일으키며, 선관위를 불신하고, 공권력은 질서를 수호하지 못한다.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할 기본 잣대들이 하나같이 무너진다면 국민은 대체 무엇을 의지할 수 있을까? 윤석열이 귀환이라도 한다면, 우려가 현실이 되어 정의와 공정은 무너지고 무자비한 피를 부를까 두렵다.

다른 길은 없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고 주동자들과 함께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이는 주장이 아니라 국민주권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국체에 따른 가장 기초적이며 엄중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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