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1 10:56최종 업데이트 25.04.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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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많은 사람들은 대화와 평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지난 2023년 7월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내부를 시찰하고 있다.미 해군 제공

한국의 내란 사태 종결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대만 사태와 같은 한반도 역외 분쟁에 미국이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6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윈회 공청회에서 "대만해협이나 서필리핀해(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은 항상 원정팀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라며, "강력한 동맹과 파트너십은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주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스탠퍼드대 연구위원도 "잠재적인 (중국과의) 분쟁 시 한국이 북한에 대한 대응책임을 맡도록 하는 더 나은 위치에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만 사태 등 미중 분쟁 시 한국이 조선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 미국이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다음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 나선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엘브리지 콜비가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될 것인데, 그들(콜비와 국방부 당국자들)은 거의 확실히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한미군, 세 가지 의제

향후 주한미군을 둘러싼 한미간의 의제는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감축, 전략적 유연성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 중 '한국이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는 현재보다 9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예산의 감축과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그리고 북미 관계 재구축도 추진하고 있어,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향배도 큰 관심거리이다.

그런데 이들 세 가지는 상당한 긴장 관계에 있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은 어울리는 짝이 아니다. 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필요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동시에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동맹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염치라곤 찾아보기 힘든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세 가지를 동시에 요구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한미동맹의 일대 파란은 불가피해진다.

'한미동맹은 강화되어야 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2023년 4월 26일 당시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요한 건 우리의 선택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 세 가지 가운데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여야를 막론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주한미군 감축을 가장 꺼린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주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해 주면, 주한미군 감축을 비롯한 한미동맹의 약화를 막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를 '가능한 최악'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방식으로 한미동맹 강화를 추구하면, 한국의 재정적 부담은 늘어나고, 한반도 군비경쟁은 더욱 격화될 소지가 크며, 대만 유사시 등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공산도 커지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졸저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 참조)

대안적인 접근은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상기한 문제들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큰 그림은 한국군은 조선을, 주한미군은 중국을 맡는다는 식의 역할 부담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를 재구축하고, 미국·중국·러시아 등 3대 핵보유국과 군비지출 국가들이 핵군축과 군사비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제를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에도 적극적으로 담아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주한미군이 감축되더라도 안보상의 우려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전략적 유연성 강화 요구에도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의 지정학이 "군비경쟁형 세력균형"에서 "군비축소형 세력균형"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한 대전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조속히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해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데에 있다. 세계 지정학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단층선에 있는 한국이 위헌·위법한 계엄 사태를 하루빨리 수습해야 '내우외환'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이자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쓴 책으로는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등이 있다.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 -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한민국의 선택은?

정욱식 (지은이), 갈마바람(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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