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기준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약 88만 명에 이릅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비해 배달 노동자나 가사 노동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정보 기술(IT)과 교육 서비스 등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 전체 플랫폼 노동자는 2020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한 약 22만 명에 비하면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앞서 본 타일공 강씨와 배달 노동자 최씨가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이유는 더 많은 수입과 시간 선택의 자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 운전 노동자 다수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일하고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9시간을 주말에 일하는데 호출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1시간 30분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시간 이상 근무 시간이 되는 겁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늘어나는데 이들은 전통적인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휴식 시간과 휴일·휴가, 그리고 퇴직금 등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하다 다치면 산재 보험을 통해 보상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2017년 3월부터 배달 노동자를 비롯해 일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전속성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플랫폼에 전속되어야 산재 보험 적용이 가능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얻는 구조인데 전속성을 이유로 산재 보험 적용 대상을 제한하여 다수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 보험의 적용 대상의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전속성이라는 요건이 해소되자 이번에는 보험료 부담이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는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합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 중 산재 보험 적용 대상 노무 제공자는 일감을 구하는 플랫폼 업체가 노무 제공자를 산재 보험에 가입시키되 플랫폼 노동자와 산재보험료의 절반씩을 부담해야 합니다. 보험료 부담으로 산재 보험 적용을 꺼리는 플랫폼 노동자가 늘고 이를 핑계로 플랫폼 업체는 산재 보험 적용을 회피하는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이나 연차유급휴가 문제야 하나의 사업장에 종속된 노동이 아닌 만큼 차차 대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일터에서 안전과 연관된 산재 보험의 적용 문제는 시급한 해결 과제였습니다.
지자체가 나서 플랫폼 노동자 지원 정책 펼쳐
이처럼 플랫폼 노동자의 불공정 계약 문제나 노동안전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였습니다.
서울특별시 노동정책과는 지난 1월 '서울시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노무 제공자 권익 보호지침'을 발간했습니다. 용역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간 공정한 계약을 위한 계약서 작성법과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 등의 인격 침해에 맞서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정리한 것입니다. 서울시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불공정 계약, 노동안전, 고객의 폭언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권익 보호지침에서 법적 대응 방법과 지원기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2021년부터 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 중 사고 위험이 큰 퀵서비스 배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월 산재보험료의 90%를 1년간 지원했습니다. 2022년에는 약 2800명의 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재보험료 지원이 이뤄졌고, 2024년에는 화물차 기사와 대리운전기사, 그리고 이를 고용한 사업주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해 3000명 이상을 지원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감을 찾아 이동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서울시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가 주요 교통 거점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동노동자 쉼터 개설 전에는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에 대리기사를 비롯 플랫폼 노동자들의 주요 대기 장소는 편의점이나 심지어 은행의 자동 현금인출기 부스였습니다.

▲부천시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부천시 이동노동자 쉼터
지난 3월 8일 경기도 상동역 부근에 있는 부천시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낮부터 대리기사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일감을 기다리며 모여들었습니다. 세련된 공간에 휴대전화 충전기, 안마의자, 각종 음료가 갖춰져 잠시나마 플랫폼 노동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2021년 경기도의 지원으로 부천시가 한국노총 부천김포지역지부에 위탁해 운영을 시작한 부천시 이동노동자 쉼터는 대리기사,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휴식과 산업안전을 위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천시 이동노동자 쉼터의 운영을 담당하는 박순광 실장은 플랫폼 노동자의 휴게 공간을 제공하며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쉼터의 기본 기능이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서로 분절된 이들이 교류하며 자기의 일과 관련한 정보를 얻고 나아가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자조 모임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노동 현장 민생토론회를 통해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만들겠다 약속했습니다. 곧이어 고용노동부는 '미조직근로자지원과'를 설치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특수형태 고용노동자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해서는 휴게시설 확충 등 이미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야말로 뒷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 노동조합과 노조 미가입 노동자를 분리해 노조의 힘을 약화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짙어 노동계는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정부의 플랫폼 노동자 보호 의지가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지자체가 세밀하게 지역의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펼쳐왔던 다양한 노동인권 보호정책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