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이유는 단순하다. 극우 집단에 결집한 사람들이 누구의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겠는가. 일단 야당은 아닐 것이다. 또한 윤석열을 체포한 전력이 있는 사법 기관도 이미 적대 집단이다. 물에 물 탄 듯 현 시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이들에게 들릴 리 만무하다. 그러니 답은 간단하다.
윤석열 정부를 만들었고 한 몸처럼 움직였던 여당이 그 일을 해야 한다. 물론 극우 집단 구성원의 태반은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처음에는 욕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조차 외면받고 정치권력에서 완전히 멀어져야만 극우의 결집력은 약해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국민의힘에 자신이 만든 괴물을 직접 청산하는 최소한의 책임 이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의힘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거리를 두던 극우 탄핵 반대 집회에 이제는 당연한 듯 소속 의원들이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를 독려하고 부정 선거 음모론에 힘을 싣고 내란에 동조하는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3일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선 탄핵이 인용될 경우 내전이 일어날 것이고 '국민저항권'을 행사해 선관위와 공수처,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음에도 행사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끝가지 싸울 것을 강조하며 기름을 부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기는 게 정말 이기는 것일까
만약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과 계엄은 절대 옹호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면 어땠을까. '부정 선거 가짜뉴스'에 단호히 선을 긋고 반박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바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극우 집단의 결집과 이어진 사회적 혼란의 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낮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의힘은 극우 집단을 저지하기는커녕 거기에 편승하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당장에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게 좋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극우 집단의 주장처럼 탄핵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이미 계엄에 실패한 윤석열이 더 무모한 짓을 저지를 것이란 예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내란을 일으킨 자가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걸 국민들이 두고 볼 리가 없다. 상상하지 못한 규모의 사회적 혼란이 뒤따르는 건 뻔하다. 혹은 탄핵이 인용되었지만 판결에 불복한 극우 집단들이 자신들이 주장하던 소위 '국민저항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꼴을 생각해 보라. 이쪽도 만만치 않은 혼란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운 좋게 여당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혹은 극우 집단을 뒷배로 두고 권력을 쟁취한다고 해도 저렇게 망가진 나라에서 힘을 가지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정말로 이긴다고 해도 이긴 게 맞는 걸까.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무엇에 반대해야 할까. 당장 자신들의 편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붙어 조금이라도 세를 불려보려는 게 정말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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