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24 16:24최종 업데이트 25.03.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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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국민의힘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이정민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없다. 요즘 한국 사회를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다. 요즘 시대에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계엄과 국회 침탈 시도가 있었고 이는 결국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다. 이후로도 난장판이 따로 없다.

직무 정지 상태이긴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는데 이걸 피해 보겠다고 관저에 칩거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다 결국 체포되고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출두했는데 책임 회피에 몰두하고 음모론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모습이 국민에게 공개되었다. 혹시 빼먹은 게 있을까? 맞다. 그 대통령은 어이없는 이유로 구속에서 풀려나 관저에서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있다.


탄핵 인용은 이 모든 난맥상에서 벗어날 첫 번째 출구다. 물론 마지막 출구는 아니겠지만 거기서부터 진정한 수습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예상한 시점에도 선고는커녕 선고 일정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아마도 며칠 뒤 혹은 다음 주에 내려질 것이란 예견들이 줄줄이 빗나갔다. 그러더니 이제는 4월이나 되어서야 판결이 내려지는 게 아닌지 혹시 이 모든 게 기각 혹은 각하를 예견하는 신호가 아닌지 불길한 걱정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계엄을 옹호하는 극우 시위대의 집회가 더욱 가열되는 상황이다.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이라 여겼던 모습들이 점점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주말마다 주요 도심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는 건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마냥 헌재를 압박하기 주저되는 이유

왜 선고는 예상보다 늦어지는 걸까. 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 해석을 내놓긴 했지만 모든 것은 추정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헌재가 시간을 끌고 있다고 단언하거나 빠르게 선고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기 주저되는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강조하듯 헌재가 다루는 사건은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한 시국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복의 빌미를 한치도 남겨 놓지 않는 흠결 없는 판결문을 위해 헌법재판관들이 고심을 이어가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헌재를 재촉했다가 급히 나온 판결문에 또 다른 위헌 행위의 빌미가 남겨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헌재가 장고를 이어가는 동안 가만히 기다릴 수만도 없다. 앞서 언급했듯 탄핵을 둘러싸고 상상하지 못한 '찬반 대립'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좋아 '찬반 대립'이지 실질적으로는 조직화된 극우 세력의 부상에 가깝다. 이들은 광장에 모여 선거 제도를 부정하고 계엄을 옹호하며 온갖 가짜뉴스와 혐오를 발산하고 있다. 과열된 이들의 분노는 법원 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선고를 재촉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이런 방식의 극우 결집을 저지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일에 가장 적합한 집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극우를 막을 수 있지만 오히려 힘 싣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권우성

이유는 단순하다. 극우 집단에 결집한 사람들이 누구의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겠는가. 일단 야당은 아닐 것이다. 또한 윤석열을 체포한 전력이 있는 사법 기관도 이미 적대 집단이다. 물에 물 탄 듯 현 시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이들에게 들릴 리 만무하다. 그러니 답은 간단하다.

윤석열 정부를 만들었고 한 몸처럼 움직였던 여당이 그 일을 해야 한다. 물론 극우 집단 구성원의 태반은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처음에는 욕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조차 외면받고 정치권력에서 완전히 멀어져야만 극우의 결집력은 약해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국민의힘에 자신이 만든 괴물을 직접 청산하는 최소한의 책임 이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의힘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거리를 두던 극우 탄핵 반대 집회에 이제는 당연한 듯 소속 의원들이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를 독려하고 부정 선거 음모론에 힘을 싣고 내란에 동조하는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3일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선 탄핵이 인용될 경우 내전이 일어날 것이고 '국민저항권'을 행사해 선관위와 공수처,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음에도 행사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끝가지 싸울 것을 강조하며 기름을 부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기는 게 정말 이기는 것일까

만약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과 계엄은 절대 옹호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면 어땠을까. '부정 선거 가짜뉴스'에 단호히 선을 긋고 반박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바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극우 집단의 결집과 이어진 사회적 혼란의 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낮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의힘은 극우 집단을 저지하기는커녕 거기에 편승하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당장에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게 좋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극우 집단의 주장처럼 탄핵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이미 계엄에 실패한 윤석열이 더 무모한 짓을 저지를 것이란 예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내란을 일으킨 자가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걸 국민들이 두고 볼 리가 없다. 상상하지 못한 규모의 사회적 혼란이 뒤따르는 건 뻔하다. 혹은 탄핵이 인용되었지만 판결에 불복한 극우 집단들이 자신들이 주장하던 소위 '국민저항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꼴을 생각해 보라. 이쪽도 만만치 않은 혼란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운 좋게 여당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혹은 극우 집단을 뒷배로 두고 권력을 쟁취한다고 해도 저렇게 망가진 나라에서 힘을 가지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정말로 이긴다고 해도 이긴 게 맞는 걸까.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무엇에 반대해야 할까. 당장 자신들의 편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붙어 조금이라도 세를 불려보려는 게 정말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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