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이 헌재 탄핵 심판 선고에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파면 후에도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제기됩니다. 파면 결정이 나면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되기 때문에 사저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데, 선고에 불복하며 '관저농성'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이런 추측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이 보인 반헌법·반법률적 행태와 헌재 선고가 나올 때까지 승복 여부를 밝히지 않겠다는 윤석열 측 입장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파면되면 당선 전 거주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가는 게 정해진 수순입니다. 그러려면 탄핵 선고에 대비해 한남동 관저에서 이사 준비를 하거나 서초동 사저를 손보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윤석열과 변호인단이 탄핵 기각을 확신하고 있어서라고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선 아예 퇴거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현행 법에는 탄핵된 대통령이 언제까지 관저를 퇴거해야 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파면되면 곧바로 전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만큼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퇴거를 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유일한 선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 탄핵 선고 후 이틀만에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복귀했습니다. 당시 박근혜도 탄핵 기각을 예상하고 삼성동 사저를 방치한 상태였지만 파면 결정이 나자 서둘러 청와대 내 관저를 비웠습니다.
윤석열이 퇴거를 미룰 핑계는 경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최고 10년간 적절한 수준의 경호를 받도록 돼있습니다. 통상 대통령이 물러나면 사저 주변에 미리 경호동을 설치하는데, 윤석열은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아크로비스타 사저 주변에 별도 시설을 찾기도 어렵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마찬가지였던 박근혜는 사저 주변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경호동을 마련하기로 했고, 그 전까지 일부 요원은 사저 내부에 머물렀습니다. 퇴거를 작정하면 경호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탄핵 선고에 대한 윤석열의 명확한 입장 표명 필요
윤석열이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를 늦춘 채 '진지전'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파면된 윤석열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며 극렬 지지층에게 자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격앙된 지지자들은 한남동으로 몰려와 방어벽을 치는 시나리오입니다. 윤석열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 때처럼 강성 지지자들을 방패삼아 '관저정치'를 펴는 혼란스런 장면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입장에선 지지층들이 거세게 항의해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연장되고, 무엇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공권력이 동원돼 윤석열을 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관저에서 마냥 버티면 사실상 강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호위무사'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그때까지 구속되지 않고 있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여론과 정치권의 퇴거 압박이 빗발치겠지만 헌재 결정 부정과 야당 책임론 등 궤변만 늘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상 '제2의 내란'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윤석열은 탄핵 심판말고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윤석열이 파면 후에도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지지층을 선동하면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은 자명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헌재 결정 수용은 당연한 헌법절차 준수로, 대통령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극단적 대결과 충돌, 혼란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탄핵 선고에 대한 윤석열의 명확한 입장 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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