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7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6공화국 정치의 이러한 한계에 비추어 볼 때, 나아가 대통령에 의한 친위쿠데타의 내란까지 발생한 최근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6공화국 정치가 앞으로도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까? 더구나 대전환기에 진입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심화된 국내외적 갈등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미래에 이 같은 정치가 과연 우리 공동체의 안정된 삶을 제대로 보장해 줄 수 있을까? 6공화국 정치를 넘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6공화국 정치의 한계가 대통령과 국회의 빈번한 충돌과 양당 중심의 적대정치라 한다면,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을 방지하고 조정할 수 있는 개헌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새로운 정당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개헌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함으로써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의 3권 간에 엄격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고, 감사원을 국회로 이전하거나 중립기관화해서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고, 출석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재의결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며, 대통령의 대법원장·대법관 임명권 및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삭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 간의 제도적 협조를 통해 그 방지책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국회의 다수 또는 다수연합이 바뀔 때 국회는 내각 불신임권을 갖고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국무총리를 선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명에 대해 동의권을 갖도록 한다. 여기에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이 아니라 동의권을 주장하는 것은 특히 야당 국무총리가 등장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는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이다. 이상과 같은 방안을 실현한다면,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 대통령과 국무총리 간의 협력을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개헌이 성공할 경우 국정운영은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여당 또는 여당연합이 국회의 다수를 점할 때의 국정운영은 대통령과 여당 국무총리의 협력 아래 이뤄질 것이다. 이 경우 그것은 기존의 대통령제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야당 또는 야당연합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할 때에는 대통령과 야당 출신의 국무총리가 대연정 또는 거국내각을 꾸리는 방식으로 공동정부를 운영할 것이다. 이 경우는 대통령과 야당 국무총리가 권한을 공유하는 이원집정부제에 가깝다.
나아가 만약 이런 식으로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을 방지하고 조정할 수 있다면, 4년 임기의 대통령 중임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국정운영의 불안정성은 상당 정도 줄어들 것이다.
물론 개헌과 관련해서는 이상과 같은 정부형태 이외에도 지방분권의 확대, 기본권의 강화, 헌법기관들의 지위와 역할 조정, 경제조항 등 많은 중요한 이슈들이 있다. 하지만 개헌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개헌을 이룬다 하더라도, 그것은 6공화국 정치의 한계를 부분적으로만 극복할 수 있을 뿐이다. 거대 양당의 적대 정치를 넘어 다수 정당들이 경쟁하고 타협하는 정당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온건다당제 지향의 정당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정당정치가 양당제로 고착한 것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로 선출되는 국회 지역구 의석이 300석의 전체 의석 중 거의 대부분(254석, 85%)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득표율과 의석률이 비례하지 않는 특성상 제1당 또는 제1, 2당에게만 의석을 몰아준다. 이런 현실에서 온건다당제 지향의 정당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46석에 불과한 정당투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전체 의석을 확대하거나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당투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회 전체 의석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역구 의석을 상당 정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때 가능하면 다선 의원들이 비례의석에 출마하도록 하고 그것도 여러 번에 걸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 이상과 같이 온건다당제 지향의 선거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여기에서 활성화할 연합정치를 위해 대통령 선거 역시 결선투표제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개헌, 언제 어떻게 할까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야당과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소속 단체 및 시민들이 깃발, 응원봉 등을 흔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대통령 탄핵 후 조기 대선을 실시할 경우 헌법의 일부 조항이라도 개정하자는 주장들이 있다. 그 경우 개헌을 2달 만에 해내야 하는데, 그러면 국민 참여는 제한된 채 정치인들만의 타협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개헌은 조기 대선 과정에서 충분히 공론화하고 차기 정부에서 차분히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에 국회의원 총선과 차차기 대선을 같이 치르자는 주장도 있다. 총선과 대선을 같이 치름으로써 가능한 한 여소야대 상황을 피하자는 생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주장에는 차기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자 하는 정략적 의도도 없지 않다.
만일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3년에 그친다면 차기 대통령의 역할은 개헌에 집중될 것이고, 개헌 과정은 모든 문제들을 빨아들이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적인 상황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차기 대통령이 3년 동안 개헌에만 매달리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런 점에서 개헌은 원칙대로 추진해야 한다. 즉 현행 헌법대로 차기 대통령에게는 5년의 임기를 보장해 주고, 개헌을 통해 바뀌는 대통령 임기 조항은 차차기 대선이 실시되는 2030년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선거제도 개선 역시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질 2028년 이전까지는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상황이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제7공화국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정해구 /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정해구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정해구는 전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정치학 전공 교수이자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입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국무총리 소속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로서 한국 정치 및 대전환기 미래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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