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외교통'인 위성락 위원은 17일 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비핵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당이 주도해서 국민의힘과 함께 우리 조야가 핵 비확산 소통 공간을 확고히 하고, (이를 토대로) 농축 재처리 권한을 받기로 입장을 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민감 국가로 분류되었다는 것을 최초로 보도한 <한겨레>도 17일 자 사설에서 "'핵을 갖겠다, 안 되면 잠재력이라도 갖겠다'고 시끄럽게 외쳐댈수록 일본과 같은 수준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 길도 막히게 된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은 '비핵 3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지금과 같은 권한을 손에 넣었다. 일본의 사례를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한국이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연료 재처리 권한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이러한 권한을 승인받은 일본의 사례가 모범적인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가 '타산지석'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상이다. 50톤에 육박하는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해 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이 쌓이면서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왔다. 이에 일본은 'MOX'라고 불리는 핵연료를 제조·사용해 플루토늄 보유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런데 'MOX' 방식은 저농축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에 비해 돈도 엄청나게 들어가고 위험도 훨씬 크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일본은 여차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은 갖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카드도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없다.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면 미일원자력협정부터 각종 국제조약을 줄줄이 위반하는 셈이기에 엄청난 외교적·안보적·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또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원자로급'이기에 무기로서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일본의 선택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지속적인 신뢰를 보내면서 핵확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
미국은 뭐라고 할까?
한국이 현행 한미원자력협정을 유지하면서도 농축·재처리 권한을 인정해 달라거나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면, 미국은 '왜 하려고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라는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면 미국이 양해해 줄까? 아니다. 핵확산 우려뿐만 아니라 '내가 해봐서 아는데 경제성도 없다'고 말할 것이다.
세계 최초로 그리고 한때는 최대 규모의 농축·재처리 능력을 갖췄던 미국은 저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고 재처리는 접은 지 오래다. 이게 훨씬 저렴한 방식으로 원자력을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이유로 농축을 접고 해외에서 핵연료를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지 오래다. 경제성이 없는데도 한국이 고집하면 핵무장 카드를 손에 쥐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키우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이 한국의 농축·재처리를 불허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또 있다. 당면 과제인 이란 핵 문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란 핵 협상의 핵심은 이란의 농축·재처리를 최대한 규제한다는 데에 맞춰져 있는데, 한국에 권한을 인정해 주면 미국의 발언권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어떤 이유에서든 농축·재처리 권한과 능력을 갖겠다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지피지기부터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자신도, 미국도, 일본도 잘 모른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기 전에 깨끗이 포기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