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가 보도한 "카드 할부 안되는 헬스장…폐업 위험은 소비자몫?" 화면
연합뉴스TV
나에게 꼭 맞는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선 시행착오를 반복하거나, 넘쳐나는 정보에 흠뻑 빠져들어야 한다. 헬스장의 위치와 운영시간을 고려해 출퇴근 동선을 짜는 것은 물론이고, 선착순 할인, 기간 한정 특가, 특별 프로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나 챌린지 참여 시 혜택 등 각종 마케팅전략을 꿰고 있어야 한다.
물론 몇 번의 경험을 통해 1년짜리 회원권을 끊어 봐야 손에 꼽을 만큼 방문하게 된다는 진리를 깨달은 어른들은 할인율의 유혹을 뿌리치고 1개월 혹은 3개월짜리 회원권을 선택한다.
건강도 챙기고 통장잔고도 지키는 현명함에 뿌듯함이 밀려왔다면, 그것이 어느 쪽이든 아마 성공적인 마케팅의 결과다. 가장 합리적인 헬스장 회원권 구매 전략을 연구했던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역대급 할인이나 무제한 이용을 앞세운 정기권보다 일일권을 선택해야 한다. 처음 마음먹기와 다르게, 사람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철회하거나 번복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자아는 미래의 자아와 상충한다. 흔히 말하는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와 '왜 그랬어 어제의 나' 사이의 갈등이 문제다. 혹은, 내가 비록 미래에 주어질 궁극적인 행복을 지향하더라도 오늘 당장 주어질 소소하지만 확실한 보상에 더 눈길이 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떻게 설명하든,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자 마음먹으면서도, 매일매일의 현실을 살아가노라면 눈앞에 산적한 업무와 야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모든 정보와 자유로운 거래를 가정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온전한 개인의 선택, 자기통제의 문제로 진단한다. 그래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선택지를 고르거나, 습관기록용 리마인더나 알람 앱 같은 도구를 활용해 통제력을 높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헬스장 회원권뿐 아니라 신용카드, 구독제 서비스, 의료보험까지 사람들은 흔히 자기관리 실패의 책임을 내면화하고 나약한 자신을 탓하지만, 모든 선택과 행동이 소비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 통제력을 상실하고 무책임한 불공정 계약이 넘쳐나고 있다. 목표 달성 실패시 100% 환불 보장이라던 헬스장은 어느새 주인이 바뀌거나 부도가 나서 선수금을 환불받기 어려워지고, 홈트레이닝의 유행을 타고 구매했던 운동 영상은 어느 날 갑자기 접속이 차단된다. 예산과 직장, 건강까지 심사숙고해 계약한 전셋집이 하루아침에 경매에 넘어가도 국가는 책임도 보장도 지지 않는다. 아무리 마음을 추스르고 다스려 봐야 이런 상황들은 확실히 건강에 해롭다.
마음먹기 나름? 행동하기 나름!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한편, 정말로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믿는 집단도 있다. 대의민주주의 제도로 선출된 지도자들은 '폭주하는 남성성'으로 무장하고 사회적 최선을 위한 심사숙고를 거부한다. "군이 부당한 지시 안 따를 거란 전제 아래 비상계엄" 했다는 궤변이나,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보여준 행보가 대표적이다.
그날의 기분이나 지지자의 결집을 위해 공공예산을 삭감하거나 조직을 와해시키는 결정들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공동체적 연대를 한껏 위협한 다음
태연하게 실적을 자랑하거나
결정을 철회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고된 일상에도 연이어 거리로 나서고 있는 시민들이 바라는 바는 분명하다. 경험이 장기적으로 옳은 길을 추구하는 사회적 계약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 그리고 다시는 이 '통제력 부족' 집단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약을 위반하는 사례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민주주의 회복을 도모하며 "소중한 일상"을 지켜나가고 있는 시민들도 이제는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불공정 계약'에 속지 말아보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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