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했던 컬럼비아대 대학원생 마흐무드 칼릴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13일 뉴욕 트럼프 타워를 점거한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가 조심스러워하는 또 다른 하나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이다. 트럼프가 의회 연설을 통해 관세정책을 재천명한 다음날 발행된 5일자 BBC 뉴스
'트럼프, 불법 시위 관련 학생들의 추방을 다짐'에도 보도됐듯이, 그는 이스라엘 반대 시위를 벌이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추방하고 그들의 소속 대학에 대한 자금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틀 뒤 BBC 뉴스에는 '트럼프, 유대인 학생 보호에 실패했다'라며 컬럼비아대학에서 4억 달러 회수'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지난 2월 7일 정상회담 때, 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관세에는 동률관세'라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재천명했다. 4월 2일부터 부과된다는 이 상호관세에 대해 이스라엘 언론보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나라의 보도에서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텔아비브 시각으로 지난 5일, 이스라엘 경제 일간지 <글로브>의 영문판 홈페이지에
'트럼프 관세가 이스라엘에 이익이 되는 방법'이란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론 토머(Ron Tomer) 이스라엘 제조업협회 (Manufacturers Association of Israel) 회장과 엘라드 바르샨 국제물류 전문가 등의 의견을 근거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하는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파괴적인 결정은 이스라엘에 큰 기회를 드러낸다"라고 전망한다.
기사는 이스라엘 역시 대미무역 흑자국이지만,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유지되면 세계 각국의 첨단기업이나 제조업체들이 자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스라엘·미국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생산공정의 35% 이상이 이스라엘 내에서 진행된 경우, 또는 이스라엘·미국·요르단·이집트·팔레스타인 자격산업지대협정(QIZ)에 따라 '제품 누적가치 8% 이상이 이스라엘에서 생산될 것'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관세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세계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주목하게 되리라는 기사다.
이 기사는 이스라엘로 생산기지를 옮길 외국 기업들을 위해 '불필요한 조언'도 해준다. 이스라엘에서 생산한 제품을 갖고 유럽 세관을 통과하면 위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유럽 항구에 들어가더라도 세관을 거치지 말고 선박에서 선박으로 화물을 환적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일반의약품 기업인 유니팜(Unipharm)의 공동 CEO이기도 한 위의 론 토머 회장은 미국 공장이 없는 스페인 제약회사들이 생산시설 일부를 이스라엘로 옮기는 방안을 자신과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스페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간쯤이다. 미국 진출까지도 염두에 두고 생산기지 다각화를 추진하는 이 나라 기업들이 곧장 미국으로 가지 않고 이스라엘을 거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이스라엘에만큼은 타격이 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미국의 애정은 현대판 실크로드 구축을 위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추진하는 것과도 관련되어 나타난다. 미국이 주도하지만 이스라엘이 제안했다고 알려진 이 구상은 유럽-중동-인도는 물론이고 미국까지 잇는 철도·해상 루트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사우디-아랍에미리트를 연결하는 중동 역내 수송로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들을 화해시킬 수도 있다.
이 구상에 대해 트럼프는 꽤 적극적이다. 2월 16일 자 <이스라엘 타임즈>
'트럼프가 이스라엘 경유 미국-인도 회랑을 홍보하자, 이스라엘과 인도는 2025년 내에 무역협정 희망'은 2월 13일 미국·인도 정상회담 때 트럼프가 위 경제회랑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역로"로 불렀다며 "인도에서 이스라엘을 거치고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면서 우리의 협력자, 도로, 철도와 해저 케이블을 연결할 것"이라고 발언한 일을 소개했다.
트럼프가 그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으니, 이 노선 경유지인 이스라엘에 관세 타격을 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지금의 관세정책을 유지하기만 하면 세계의 제조업체들이 우리에게 올 수 있다는 이스라엘제조업협회장의 기대감이 과하다고는 보기 힘들다.
트럼프의 세계전략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그가 무엇을 조심스러워 하는가는 향후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된다. 그는 김정은이나 푸틴처럼 예측불허의 인물들을 부담스러워 하고, 이스라엘에 이익이 될 만한 일들을 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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