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17 06:48최종 업데이트 25.03.17 06:48
  • 본문듣기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멍했다, 석방 소식을 듣고. 구속 기간 초과가 석방 사유라니 기가 막혔다.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해 초과되었다고 판단한 판사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만인의 법정에서도 과연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검찰의 행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법률이 보장하는 즉시항고권을 포기하면서도, 다른 구속 관련 업무는 '일' 단위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한다. 명백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법 집행의 불공정성이다. 윤석열은 풀려났지만, 같은 내란 사건의 다른 피의자들은 감옥에 남았다. 헌법 제11조가 보장하는 법 앞의 평등이 무너진 순간이다. 왜 윤석열에게만 특혜가 주어졌나? 법이 사람을 가려 판단했다는 분노와 자괴감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기소된 것이 아니고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됐다는 것을 검찰도 법원도 망각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법조 카르텔의 폐쇄성과 퇴행성 없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이 한국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임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이 부패한 먹이사슬 구조를 반드시 혁파해 내야만 한국 사회가 미래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간 단위 해석, 세계는 납득할까?

법원은 이번에 형사소송법 제208조를 기묘하게 해석했다. 구속 기간 10일을 '240시간'으로 쪼개 계산했다. 수십 년간 유지된 '날짜 단위' 계산 방식을 무시하고, 법조문에도 없는 독창적인 해석을 적용한 것이다. 이런 창의적 해석은 세계 주요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을 보자. 2021년 1·6 의회 난입 사건에서도 주요 지휘자급 피의자들은 대부분 구속되었고, 석방된 일부는 철저한 보석 심리((Bail Reform Act 1984)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법원이 위험성과 도주 가능성을 엄격히 심사했음은 물론이다. '시간' 계산 방식 같은 절차적 꼼수를 통한 석방 사례는 전혀 없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1995년 옴진리교 테러 사건 당시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재판까지 구속 상태였고, 일부 하급자만 보석으로 풀려났다. 일본 형사소송법도 명확히 '일 단위'(暦日)로 구속 기간을 계산한다.

독일은 형사소송법(StPO) 제112조에 따라 중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 기간을 기본 6개월로 규정하며, 국가반역죄(형법 제81조)에 대해서는 공공 안전을 이유로 거의 예외 없이 장기 구속을 유지한다. 1970년대 적군파(RAF) 사건 주모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역시 구속기간제한(Custody Time Limit)을 통해 구속 기간을 관리하지만, 구속 기간은 항상 날짜 단위로 명확히 계산된다. 2005년 런던 폭탄 테러 사건에서 보듯 반역죄급 중범죄는 공공 위험성을 철저히 심사받는다.

프랑스도 형사소송법(CPP) 제137조에 따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범죄의 경우 최대 4년까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2015년 파리 테러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은 장기 구속 상태를 유지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은 중범죄자의 구속 해제를 절차적 꼼수가 아닌 사건의 위험성과 증거에 대한 철저한 평가로 결정한다. 구속 사유 자체가 소멸되지도 않은 중범죄자를 구속 시간을 초과해서 기소했다고 풀어줬던 사례는 전무하다.

검찰의 항고 포기, 미국 기준으론 불가능한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 명이 지난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EPA/연합뉴스

더 충격적인 건 검찰의 선제적 항고 포기다. 형사소송법은 분명히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7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검찰은 숙의를 거치는 척하며 판결 이틀도 안 돼 항고를 포기했다. 상급심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이 예상된다는 명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과거 주요 사건에서 항고를 거르지 않았던 검찰의 기존 관행과도 명백히 배치된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거의 일어나기 어렵다. 미국의 형사소송 절차는 철저한 시민 참여와 사법 절차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히, 미국의 형사 사건은 중범죄로 분류될 경우 반드시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대배심(Grand Jury)'의 참여가 의무화된다.

이 대배심은 일반 시민 16~23명으로 구성되며, 검사가 제시한 증거와 증언을 비공개로 심리한 후,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검찰이 기소 권한을 독단적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장치이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예가 2021년에 발생한 1·6 의회 난입 사건이다. 연방검찰은 내란 혐의자들에 대해 대배심의 심의를 거쳐 기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600명이 넘는 시민들이 23주에 걸쳐 증거를 심리했고, 12표 이상의 동의를 얻어 약 300명을 기소했다. 물론 사건 피의자들의 구속 여부도 도주 가능성과 공공 안전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해 결정됐다. 위험성이 높은 주요 인물들은 보석 없이 장기 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았다.

윤석열에 대한 기소가 미국에서 진행됐다면, 기소는 당연히 대배심의 승인을 거쳐 이루어졌을 것이다. 대배심은 내란 혐의에 관한 증거를 철저히 검토했을 것이며, 정치적 지위가 도주 및 증거인멸, 공공안전을 저해할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시간단위' 해석에 의한 석방 판결에 대해 미국 검찰은 즉시 항소를 제기했을 것이다. 항소법원은 빠른 시일 내에 심리를 진행하고, 대배심 기소의 중대성과 공공 안전을 근거로 구속 상태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검찰 내부의 인적 관계가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미국 시스템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한미 검찰 시스템의 핵심적 차이는 기소 과정에서의 시민 참여와 검찰의 독립성에 있다. 미국은 대배심을 통해 검찰의 자의성을 견제하고, 항소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신속성을 보장한다. 시민이 참여해 중대범죄로 기소된 사건을 검찰이 자의적으로 번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검찰의 기소 독점과 내부적 유대관계가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법조 카르텔, 한국 사회 발전을 가로막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보편성과 투명성이 필수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끼리끼리 대충 서로 등 긁어주는 식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업 조직이 그나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투명한 이유다.

하지만 한국 법조계는 그 반대다. 폐쇄적 카르텔의 전형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 중심의 네트워크가 판사, 검사, 대형로펌을 장악하고 있다. 퇴직 판사와 검사가 변호사로 전직해 과거 동료에게 특혜를 받는 '전관예우'는 공공연한 현실이다. 통계적으로도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이 일반 변호사보다 월등히 높다. 윤석열을 비롯해 이번 석방 판결을 내린 판사, 검찰총장, 민정수석은 학연과 직연(직장 인연)으로 얽혀 있다.

이들은 세계를 상대로 한 보편성과 투명성을 경험해 본 적도, 그런 기준으로 경쟁해 오지도 않았다. 법조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을 유지하기만 하면 권력의 정점에 머물 수 있는 구조다. 그들의 성공 방정식은 한국 사회 내부에서만 통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것도 그들이 고시 공부에 매진하던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의 과거에 고착되어 있다. 법조 카르텔이라는 자신들만의 성채 안에서 여전히 '갑'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성공방정식을 한국 사회 전체에 투사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한국 사회의 미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사회는 세계화와 보편적 기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더 전진해 나아가야 하는데, 이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이유가 없는 이들에겐 그 보편적 투명성을 구현해야 하는 절박함이나 문제의식도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이 그토록 수구적이고 퇴행적인 행태를 반복해 온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수구 집단이 법복과 검사복을 입고 권력을 휘두르며 국가 전략과 미래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는 미국의 대배심 제도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 검찰의 독단적 권력 행사를 견제하고 법원의 투명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 물론 이미 개혁 방안들은 많이 나와 있다. 남은 것은 실행 의지다. 내란 및 탄핵 정국의 장기화로 다들 지치고 힘들더라도, 이제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맬 때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