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13 11:07최종 업데이트 25.03.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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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연합뉴스

사법 카르텔은 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지배하려 한다. 그러나 법을 지배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기득권이 위협받으면, 법을 무력화하거나 변질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근대 민주주의는 법치 위에서 실현된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기득권을 위협하면, 그들은 법의 원칙을 비틀어 법치를 조작한다. 겉으로는 법을 따르는 듯하지만, 실상은 법을 도구 삼아 민주주의를 흔든다.


법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법을 가장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하지만 애초에 법을 지배해 권력과 이권을 얻으려 했던 자들이라면, 놀라울 것도 없다.

시민에게 법은 기댈 수밖에 없는 최후의 보루지만, 엘리트에게 법은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렇게 공정성을 잃은 법치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고 불평등한 현실을 정당화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다.

사법 카르텔이 민주주의를 장악하는 방식

2020년 1월 1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반대하는 의미로 법복을 입은 유럽 전역의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사법 카르텔이 민주주의를 장악하는 방식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이 이미 무너졌다.

폴란드에서는 정부가 헌법재판소와 사법위원회의 구성을 변경해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임명하며 사법부를 장악했다. 비판적인 판사들은 조기 퇴직을 강요받거나 해임되었고, 그 자리에는 정부에 충성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헝가리에서는 정부가 헌법 개정을 통해 사법부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또한, 새로운 사법 행정기관을 설립해 판사 임명 승진을 직접 통제하면서, 법원의 독립성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처럼 정부가 법원을 장악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법 개정을 통해 사법부의 구조를 바꾸고, 반대 성향의 판사들을 배제하며, 친정부 성향의 법관들로 요직을 채운다. 이를 통해 사법부가 권력의 견제자가 아닌 협력자로 변질된다.

하지만 외부 압력만으로 사법부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내부의 협력 없이는 법원의 장악이 완성될 수 없다. 권력과 결탁한 세력이 등장하면서, 사법 카르텔은 더 공고해졌다. 정권과 타협하는 판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며 법원은 권력의 도구로 변질되었다.

사법부가 정부와 결탁하는 순간, 법치는 권력 유지의 도구가 된다. 법원은 독립성을 포기한 채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고, 반대 세력에게는 법을 탄압의 무기로 활용한다.

정권에 불리한 판결이 사라지고, 법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휘둘리는 순간, 사법부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다. 법치는 무력해지고, 사법 카르텔은 새로운 지배 질서를 구축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대법원의 권한을 축소하려 한다.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법원의 힘을 약화시키며, 사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권한 축소가 아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권력과 타협하는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

2023년, 이스라엘 정부는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다. 이 개혁안에는 대법원의 입법 심사 권한을 제한하고, 판사 임명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법관과 법조계 인사들은 정부와 협력하며, 법원의 독립성 약화에 기여했다.

이스라엘의 사법 개혁 논리는 '민주적 대표성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대법관이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아니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의회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사법부의 권력 견제 역할을 막으려는 조치에 불과했다.

사법부 내부의 친정부 성향 법관들은 이를 용인하며, 법원의 정치화를 가속화했다. 대법원이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순간, 법원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고, 사법부의 견제 기능은 사라진다.

튀르키예에서는 법원이 이미 정부의 탄압 도구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법원이 압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내부에서 권력과 결탁한 세력이 적극적으로 이를 돕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기자들은 '법적 절차'라는 명분 아래 투옥되었다. 그러나 이는 법원의 일방적인 조치가 아니다. 사법카르텔은 친정부 성향의 판사들을 앞세워 반대파를 제거하고,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맞춰 법 해석을 조정한다.

법원은 단순히 권력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내부 세력이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되었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판결이 조작되었고, 법 해석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었다.

사법부가 권력의 하수인이 된 순간, 법은 더 이상 보호막이 아닌 지배의 도구가 된다. 튀르키예에서 법적 판단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졌고, 반대 세력은 법을 두려워해야 했다. 법치주의는 공정한 원칙이 아니라,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는 기술로 전락했다.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정의

서울 서초구 대법원이정민

이러한 사례에서 법원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그 파괴자가 되었다. 사법 카르텔은 법의 이름으로 권력을 정당화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 법이 권력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그 본질을 잃고 허울 뿐인 형식만 남게 된다.

그런데 사법 카르텔은 단순한 사법부의 인맥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을 지배하는 집단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법을 이용하고, 법을 피하면서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방법을 아는 자들이다. 이들은 동우회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는다.

이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은 법 해석의 독점이다. 법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해석이 필요한 언어다. 누가 헌법을 해석할 것인가? 누가 법률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사법 카르텔이 독점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관료주의에 종속된다.

더 큰 문제는 법이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이 바뀌지 않아도, 해석이 달라지면 공정성의 기준도 변한다. 법률 조항이 남아 있어도, 그 적용이 기득권에 맞춰지면 법은 공정성을 잃고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다.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정의이고, 가장 늦게까지 보호되는 것은 기득권이다. 법을 해석하는 자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법치가 아닌 권력의 논리로 작동한다. 결국, 법은 원칙이 아니라 정당화의 도구가 된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말했다. "정의는 해체될 수 없다. 하지만 법은 해체되어야 한다."

사법 카르텔은 법을 지배하며, 법 해석을 독점하고 변질시킨다. 그러나 조작된 법이 정의가 될 수는 없다. 기득권을 위한 법이 아닌, 모든 이에게 공정한 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법 해석을 독점하는 권력이다.

법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사법 카르텔이 법 해석을 독점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법치가 아니라 권력자의 의도에 종속된다. 따라서 사법 카르텔의 법 해석 독점은 반드시 무너져야 하며, 법을 권력의 도구로 삼는 그들 또한 철저히 해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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