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 전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했다. 나는 '포괄 정당'(catch-all party)으로 민주당을 규정하지만 이 대표가 왜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졌는지는 안다. 이 대표의 고민은 국민의힘 주류가 버린 중도보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여기서 새 과제가 제기된다. 누군가는 중도보수 공간이 아닌 빈 공간(광장의 요구 및 자유주의적 진보나 더 진보적 아젠다)에 자리매김하면서도 민주헌정주의 세력이 승리하고 그 이후에도 사회 대개혁 과제를 내실 있게 하도록 촉진하고 기여해야 한다. 누군가는 다당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평등과 차별금지 등 현 민주당 지형보다 더 진보적인 사회 대개혁 요구(혹은 대전환 과제들)를 적극적으로 정치과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진보 기질을 가지는 조국혁신당과 더 왼쪽의 제반 진보정당들은 이 공간에 최대한 반응하려고 하면서 다채로운 색깔의 민주헌정주의 연합을 만들어갈 중차대한 소명을 지닌다. 특히 진보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기반이 단단할 때만 이를 더 진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반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원래 진보란 언제나 국내외적으로 그 사회가 당면한 긴급과제에 대해 가장 앞서 치열하게 투쟁하면서 대전환의 틈새를 만들어가는 "노련한 선장"(고 노회찬 전 의원의 표현)의 역할을 해왔다. 이번 국면에서도 민주주의 투쟁에서 가장 헌신적인 진보의 선도적 역할은 중요하다.
왜 다원적 스펙트럼의 후보 경쟁이 돼야 하는가
민주헌정주의 연합은 현재 민주당의 협소한 지형을 넘어서는 다원적 스펙트럼의 대연합이어야 한다. 원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는 민주공화주의이며 리버럴 정당이자 포괄 정당이다. 이는 곧 중도가 중심을 잡고 온건보수, 중도, 자유주의 진보를 포괄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이제 민주당 경향의 정치인들은 원래의 포괄 정당 정신을 강화하여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에 더해 자유주의적 중도와 자유주의적 진보 성향의 대선 후보들을 내보내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왜냐하면 각자의 그 길이 결국 민주당의 승리를 넘어 민주헌정주의 연합 진영의 승리에 기여하는 경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국혁신당 등 원내 정당, 정의당 등 원외 정당, 즉 민주당 외부의 다양한 개혁 및 진보정당 세력들도 과감하게 자신들의 후보를 내세우고 경쟁하면서 연합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현 시기 민주헌정주의 진영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압도적 대선 승리를 이루는 방안이다.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 세력들은 생산적 경쟁 과정에서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활동에 대해 겸허하고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동반해야 한다. 이에 기초한 미래비전 경쟁일 때만 비로소 광장과 중도시민들이 더 마음을 열고 함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다수연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후보 선출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3가지 정치협약을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고 사회 대개혁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후보 선출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역동적인 경로는 내란 세력 청산 및 민주헌정주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국민 경선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중도보수, 자유주의 중도, 자유주의 진보, 진보 등 다양한 스펙트럼 후보가 단일한 장에 함께 참여함을 의미한다. 서로 생산적으로 경쟁하면서도 3가지 협약의 내용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만약 위의 경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최대한 시민 참여 속에서 3가지 정치협약과 이후 후보단일화 등 선거연합과 연합정부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어떤 경로이든 이 연합정치 구현 과정은 시민들의 광범위한 관심과 참여, 정치세력들 간의 상호 신뢰 구축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
왜 진보 정당 후보가 나와야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가
광장과 진보의 목소리가 결집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진보 정당 후보가 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결속시키고 발전적으로 경쟁하며 선거연합 등 연합정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왜냐하면 최근 12년간 모든 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이들과 힘을 합쳐 스윙보터층을 설득해 투표율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 정당 후보가 나와야 민주당 후보가 중도적 포지션과 균형을 취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민주헌정주의 세력은 60%를 넘는 지지율을 획득하여 안정적인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선거 과정에서 연합정치를 통해 신뢰를 축적하고 향후 전환의 방향을 공유해나가지 않는다면 집권 이후 사회 대개혁을 둘러싼 균열 속에서 집권세력은 국정 동력을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
진보 정당 후보는 왜 국민경선이나 정치협약에 참여해야 하나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4차 범시민대행진’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사회 대개혁에 가장 철저한 진보 정당 후보가 국민경선이나 정치협약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과연 이번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수렴하고 대전환 과제를 이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그동안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가 사회 대개혁 과제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으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많은 한계를 보여 왔다.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이번에도 각 당의 경선장만 열린다면 대선의 속성상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대결에 대한 경마식 보도로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갈 것이다.
반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원내 및 정의당을 비롯한 원외 정당 등 민주헌정주의 세력들이 어떠한 형태든 하나의 장에서 경쟁하며 연합을 실현해 낸다면 광장과 진보의 목소리들이 더 강하게 시민들과 결합할 수 있다.
물론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 경선 플랫폼에서는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민주당 외부의 후보들이 그저 독립적으로 외부에서 협소한 목소리를 내기보다 관심이 증폭되는 장을 활용한다면 대선 이후 더 힘을 가지고 반헌정주의 세력을 고립시키고 사회 대개혁을 위한 진보 과제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왜 진보 정당 후보는 시민운동과 진보의 연합 후보여야 하나
필자는 진보 정당 후보들이 단순히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고 연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길 희망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진보 정당들은 매우 약화되고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진보 정당이 역동적으로 발전해야 중도 정당도 성공한 정치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대선은 진보 정당들이 더 역동적으로 재구성되면서 새로운 정치 질서에서 일각을 담당할 수 있는 반등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진보 정당들이 광장에서 능동적 목소리를 낸 세력들(특히 청년들)과 시민사회 중 후보 전술을 추구하는 이들과 협의해 더 확장적인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그 후보는 진보 정당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단지 진보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아니라 현재 진보 정당의 협소한 기반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시민 진보' 후보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단지 진보 정당의 기존 강령이 아니라 이번 광장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더 적극 반영하려고 유연하게 노력하며 광장의 '시민헌정주의'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연합정치는 어떤 로드맵으로 진행해야 하나
우선 제반 세력들이 이를 위한 논의기구를 시급히 결성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경선이나 정치협약이 역동적 시민 참여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제반 세력들은 이 과정에서 3가지 정치협약을 만들어가야 한다.
경선이 최종 완료되면 선출한 후보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연합정부 세력이 사회 대개혁 특별위원회를 시민참여형으로 만들고 세부 공통 로드맵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그 이후 새 정부가 만들어지면 이 연합세력들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합리적 보수까지 참여하는 7공화국 시민 개헌 위원회 및 중장기 미래 국가전략위원회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단지 반헌정주의 세력 집권 저지만이 아니라 대전환기에 슬기롭게 적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가지기에 이번 대선은 미래적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향후 정치 일정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 그리고 대선 후 차가운 내전은 더 격화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큰 위기감을 가진다면 민주헌정주의와 대전환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든 이들이 이제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감히 제안한다.
▲안병진 /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안병진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바이오크라시(생명 정치 질서) 학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관심영역은 미국과 한국 대통령제 정치를 비교하며 더 나은 가치에 기반한 정치질서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최근 관심은 이론적으로 기후위기 등 미래가치를 선도하는 전환 정치론입니다. 주요 저서로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노무현과 클린턴의 탄핵 정치학>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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