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10 14:41최종 업데이트 25.03.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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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2022년 6월 21일 당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일터혁신 CEO클럽 신규회원사 위촉식 및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세기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라고 명명할 수 있다. 20세기까지의 환경 변화 속도에 비해 수십 배, 수백 배의 속도로 환경이 변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생성형 AI, ESG 경영, 윤리경영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이런 큰 환경 변화는 기업 및 노동자들에게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기존과 다른 환경하에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고 어떻게 노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일터 혁신(workplace innovation)'이다.


일터 혁신(workplace innovation)은 노동자의 참여를 핵심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생활의 질을 동시에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면서 그 목적 달성의 방식이 인간의 역할을 높이고 인간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성과 달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적 노사문화 형성을 지향하고, 기업 내 공정혁신·기술혁신 또는 조직혁신·마케팅 혁신 등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큰 중요성을 갖는다.

사람이 배제되는 일터 혁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일터 혁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약 20년간 정부에서 일터혁신을 정책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러 주요 주체들로부터 일터 혁신의 실효성과 의미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비판은 2가지인데, 먼저 일터 혁신의 실제적인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즉,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컨설팅을 비롯하여 다양한 일터 혁신에 대한 지원을 진행하였지만 실제로 기업들의 일터 혁신이 향상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정부에서 매년 기업들의 일터 혁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지만 기업들의 일터 혁신 수준이 진정으로 높아졌는지, 또한 일터 혁신이 기업의 다른 변화와 연계성을 갖고 이루어졌는지, 궁극적으로 일터 혁신을 통해 기업혁신 및 성과 향상이 이루어졌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비판은 일터 혁신의 기본적인 정신이 다소 변질되었다는 주장이다. 즉, 일터 혁신의 기본에는 노동자의 참여와 공동체적 노사문화 형성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제외된 채 지나치게 경영혁신이나 경영 컨설팅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로 인하여 사람의 변화와 프로세스 변화는 고려치 못한 채, 일터 혁신이 제도·구조적 변화와 결과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정부에 따라 일터 혁신에 포함되는 영역이나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 달라져 왔기 때문에 단순히 노동정책을 뒷받침하는 수단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후자의 비판은 일터 혁신의 철학 및 프로세스에 대한 것이고, 전자의 비판은 결과에 대한 것인데, 이런 2가지 비판은 서로 상충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서로 연결된 양면적인 부분으로도 볼 수 있다.

즉, 우리는 일터 혁신을 통해서 과정과 결과 두 가지 모두를 얻으려는 것이고, 기업의 성과와 노동의 질 모두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은 위 2가지 비판을 모두 해소해야 효과적으로 일터 혁신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측면이 반영되어 우리나라에서 일터 혁신의 가장 초기 모델인 유한킴벌리의 경영방식은 패러독스(paradox) 경영*이라고도 불렸다.

유한킴벌리 로고유한킴벌리

물론 일터 혁신과 유사한 관점으로 주로 성과 및 결과에 초점을 두는 미국식 고성과작업시스템(HPWS: High Performance Work System)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일터 혁신은 과정과 결과를 모두 달성하려는 유럽식 일터 혁신 방식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과정과 결과,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의 질, 노동자의 참여, 공동체적 노사협력 모두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현재 시점에서 더욱 필요하다.

진정한 일터 혁신을 위한 방향

그럼 일터 혁신을 어떻게 추진해 가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방향성을 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참고하고 있는 유럽식 일터 혁신 논의는 참고할 만할 것이다. 유럽의 일터 혁신 위원회(EU Commission)에서는 2014년 일터 혁신 구성 요인에 대하여 정리한 내용을 제시한 바가 있다(참고자료). 이 중 현시점 우리나라의 일터 혁신에서 고려치 못하고 있거나 소홀하게 고려되고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터 혁신 촉진 요인으로서 근로자 개인 차원 요인들인 건강, 직무 태도, 직무능력 및 사회적 능력에 대한 부분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혁신의 주체는 인간이므로, 일터 혁신이라는 시스템을 촉진하는 요인으로서의 개별 인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생성형 AI의 발달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기술변화를 고려하여,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환경 및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 활동 및 학습 활동도 더욱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보다 다앙한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고, 주로 내부적인 측면만 고려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외부적으로 변화가 크고 중요한 사회적 환경, 예를 들어 ESG 경영, 탄소중립, SDGs(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등에 대응한 혁신 활동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도 일터 혁신의 영역에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일터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인 생산성 향상 및 노동의 질 등의 일터 혁신 성과와 기업의 계량 성과 등과의 연계성도 고려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터 혁신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터 혁신은 이제 20년의 역사라는 유산을 바탕으로 빠르고 크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더욱 혁신을 해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일터 혁신의 범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폭을 좁게 가져가는 것 대신, 보다 다양한 환경으로부터의 도전에 대응하고 혁신하는 영역을 포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또한 일터 혁신의 패러독스적인 성격을 잊지 말고 노동자의 참여 및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과정과 결과, 생산성과 노동의 질 측면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터 혁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패러독스 경영의 목표는 지금까지 이분법적 선택 상황으로 여겨졌던 것에 대하여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고 동시에 추구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European Commission 2014 일터혁신 구성요인

촉진 요인European Commission 2014 일터혁신 구성요인
개인차원· 건강
· 직무만족
· 직무충실
· 기초 직무능력(정형화된 과업)
· 특수 직무능력(복합적 과업)
·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
개인과업
차원
· 노동 과업(work task)
- 직무 통제(job control)
- 직무 재량(skill discretion)
- 의사결정 권한
· 직무 요구(job demands)
- 심리적 직무 요구(work fast)
- 육체적 직무요구(힘든 육체적 노력)
· 노동시간
- 유연근무제도
- 재량적 시간(discretionary time)
· 노동 환경
- 작업 기술에 대한 적응 정도
- 물리적 환경에 대한 적응 정도
- 지원 기술의 활용 정도(ICT 등)
- 재택/원격근무 가능성
- 타 부서의 지원정도
· 경영 시스템과 방식
- 실수의 용인 정도
- 형평성과 공정성 문화
-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경영방식
- 서로 상의하는 경영방식
- 비공식적 의사소통과 협력 여부
- 보상과 평가 시스템
· 종업원의 혁신 참여에 대한 보상
- 제안제도
- 혁신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
- 내부 경쟁과 포상
- 조직 내 훈련과 지원
- 혁신 TFT 존재
· 대화와 대변(voice) 기능
- 법적 기준 준수(노동권 등)
- 국제기준의 준수(ILO 기준 등)
- 노조와의 단체교섭
- 종업원 대표기구를 통한 대변
- 다양한 조직 내 의사결정에 대한 종업원 참여
- 고충 처리 제도
- 종업원 만족도 조사
· 조직 내 학습
- 기초 직무능력 훈련
- 특별 직무능력 훈련
- 종업원 요청에 따른 추가 훈련
- 지식 경영 시스템 구축
· 근로 계약과 직무 기술(description)
- 직무(고용) 안정성
- 근로 계약과 직무 기술의 적용
- 혁신 활동의 공식적 인정
· 조직 구조
- 부서와 위계 상의 유연성
- 조직환경의 유연한 경계
사회적
차원
· 경제, 사회, 환경에 대한 경영전략과 인적자원관리 관련성
· 도전에 대응하는 경영 관행의 실행
· 도전에 대응한 혁신 활동 전개
· 글로벌 사회적 책임 기준 준수
·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 보고서 제출
과정
process
· 학습
- 이중 순환(double loop) 학습
- 성찰적 문제 해결
- 개선, 실험, 발전적 학습
· 의사결정
· 팀워크
- 자율적 문제해결 팀
· 내부 협력
- 부서 간, 직급 간 협력
- 부서 간, 직급 간 정보공유
· 대외협력
- 외부 혁신 커뮤니티 참여
- 최신의 발전 사항 습득
-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력
· 참여
- 전략개발 참여
- 의사결정 참여
- 개선과정 참여
- 신규 조직이나 과정 참여
- 혁신 과정 참여
결과
results
· 새로운 방식, 과업, 역할, 과정, 관행, 조직구조의 표준화, 확산, 제도화
목표한
성과
outcomes
· 기능적 성과의 향상
· 일터 혁신 관련 개인적, 개인의 과업 차원, 조직적 요인들의 향상
· 근로생활의 질 향상
· 종업원 행복(well-being) 향상
· 생산 및 서비스의 개선과 신규 창출
목표한 영향력
impacts
· 재무성과의 향상(매출액, 이익, 시장 점유율 등)
· 경제, 사회, 환경 변수들에 대한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의 향상

* 필자 소개 :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경영학 박사(인사/조직 전공), 한국인사관리학회 학술위원장, 한국인사조직학회 브릿지위원장. 다년간 근로시간 및 휴직제도, 청년고용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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