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07 06:54최종 업데이트 25.03.0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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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인터뷰 "망상가 윤석열, 헌재에서 전원일치 파면할 것"(https://omn.kr/2cgxf)에서 이어집니다.

보수우파의 대표 논객인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조성식

조갑제 대표의 윤 대통령 비판은 폭포수처럼 거세고 직선적이었다. 굳이 반박할 이유도 없지만, 반박할 여지도 거의 없었다.

"취임사 때 반지성주의를 내세웠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든 행위는 반지성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의 말 중에는 거꾸로 해석하면 맞는 게 몇 개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집무실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문구가 적힌 명패를 둔 거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인데, 윤 대통령은 반대로 모든 책임을 부하에게 미루고 있다."


- 탄핵 반대 집회 규모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헌재는 법원과 달리 정치적 판단도 하니 집회 현장 참가자가 늘면 헌재 재판관들이 여론에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면 재판관들도 고민할 거다. 하지만 지금 탄핵 찬반 여론 비율은 6대 4로 일관되게 나타난다."

- 4도 높은 것 아닌가?

"비정상적이다. 그런데 좌우 대결 구도로 가면 어쩔 수 없다. 정치적 음모론이 힘을 얻으면 진영논리에 빠진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부정선거론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걸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거다. 그러다 그 세력에 먹힐 거다. 정당이 음모론과 손잡는 순간 회복 불가능하다. 계급투쟁론을 펴는 좌파 정당이라면 몰라도, 법치와 자유를 내세우는 보수 정당이 그걸 포기하고 음모론을 받아들이면 사교 집단이 된다.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중대한 국면이다."

"청와대 돌려준다는 명분에 다들 속아서 팬클럽 돼버렸다"

- 조 대표를 비롯해 보수우파 진영의 많은 사람이 문재인 정부를 때리면서 윤석열을 새로운 영웅, 슈퍼스타로 칭송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매섭게 비판한다.

"민주당의 뿌리는 광복 후 이승만에 맞섰던 한민당이다. 한민당은 보수인데 이승만이 자유당을 만드는 바람에 야당이 됐다. 김대중 대통령도 '우리가 진짜 보수'라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좌파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친북적인 정책을 폈고, 문재인 대통령은 종북 쪽으로 나아갔다. 보수 세력의 불만과 공포가 극에 달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특히 조국 수사를 보고 기대가 컸다.

윤 총장이 훌륭한 일을 할 거라는 기대보다는 이재명을 이길 사람이라고 본 거다. 보수 진영에서 제대로 된 지도자를 키우지 못했기에 대안이 없었다. 그리고 대통령 되기 전까지 그의 주장이 근사했다. 늘 헌법적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공정, 자유시장 등을 말하기에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열흘 만에 바뀌었다."

-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말인가?

"청와대 졸속 이전을 보고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더라. 만약 이 사람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더라면 오늘날 이런 처지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당선인이 두 달 만에 국방부 건물로 들어가겠다면서 방 빼라고 했다. 그 바람에 국방부와 합참이 한 건물을 쓰게 됐다. 합참은 남태령으로 옮긴다는데 언제가 될지도 모르고 비용도 엄청나다.

그리고 국군통수권자는 출퇴근하면 안 된다. 암살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에. 외교부 장관 공관을 옮기고 비서실장, 경호처장 공관 등이 마련되는 걸 보고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문화일보>에 내 돈 들여 (청와대 이전에 반대하는) 광고를 냈다. 그때도 보수 언론과 지식인들은 비판은 안 하고 박수만 보냈다. 청와대를 국민 품에 돌려준다는 명분에 다들 속아서 팬클럽이 돼버렸다."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진보도 속았다. 조국 수사는 공정한 면도 있지만, 조 전 장관 부부의 잘못과 별개로 수사 의도나 수사 방식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다. 그걸 출세의 발판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던데, 총장 후보 4명 중에서 검찰개혁을 가장 확실하게 하겠다고 일종의 충성 서약을 했다는 것 아닌가? 이건 위장 아닌가? 내가 아는 법조인 중에도 윤 대통령과 가깝고 대통령 되면 잘할 것 같다고 기대한 사람이 몇 명 있는데, 지금 와서는 다들 '속았다' '사람 잘못 봤다'고 말한다.

"나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이용하려다 윤석열한테 당했다고 본다. 윤석열의 출발점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다. 그런데 무리한 수사였다. 국정원 직원들이 좌파적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댓글만 딱 집어서 선거 개입이라고 몰아붙이니 박근혜 정부와 갈등을 빚은 거다. 거기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언론이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그다음에 박영수 특검 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잔인하게 단죄하는 데 공을 세웠다. 문 대통령이 그걸 보고 적폐청산 수사의 칼잡이 역할을 맡기고 검찰총장을 시킨 거다. 그런데 윤 총장의 계산은 달랐던 거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을 가리켜 "아주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고 평했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건 목숨을 거는 거다. 친위 쿠데타 아닌가? 실패했으면 목숨까지 바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하야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하야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그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장 다른 점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이 완전히 분열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중에 안보와 경제를 못 챙기고 있다."

"계엄의 진짜 이유는 부인 보호하려는 것 아니었을까"

-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김건희씨의 국정농단을 비교하면 어떤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은 탄핵 사유도 아니었다. 스캔들 정도였다. 최순실이 총리를 임명했나, 의대 정원 2000명 정책을 밀어붙였나? 그러나 김건희씨는 인사와 공천, 국가 정책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 최근 공개된 김건희씨 음성이 담긴 몇몇 음성파일만 봐도 그런 듯싶다. 한동훈 전 대표 책에도 김씨가 국정에 많이 관여한 정황이 나오는데.

"지난해 12월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비상계엄의 진짜 이유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김건희 보호용 계엄령이었다'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명태균 쪽에서 공개한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완전히 거짓말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계엄 명분으로 반국가 세력 척결과 선거 부정 조사 두 가지를 내세웠는데 진짜 이유는 부인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조 대표는 주진우 기자가 공개한 녹음파일에서 김씨가 '<조선일보> 폐간'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피아 구분이 안 되는 사람 같다"고 꼬집었다.

"그간 <조선일보>가 얼마나 윤 대통령을 옹호했나? 특히 의료대란과 관련해서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가 총대를 메다시피 윤 대통령 편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동아일보>가 가장 객관적으로 보도했다. 보수 언론 중 언론의 원칙에 가장 충실했다. <동아일보> 폐간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을 걸겠다는 건지..."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조선>에 배신감을 느낀 건 아닌지? 김건희를 두고 윤-한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조선>이 한동훈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으니.

"사감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부부가 똑같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은 퍼블릭 마인드가 없는 사람이다."

- 보수 세력의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나?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발전한 데는 보수의 공이 크다. 건국, 호국, 근대화, 민주화에 이어 자유통일 과업을 남겨둔 상태다. 그런데 우리 보수에 결정적 약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한미동맹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자주국방 의지가 없고 사대주의적 타성에 젖었다. 북핵에 대응해 우리도 핵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수층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안보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안보에 무관심하다. 광장에 왜 성조기를 들고나오냐? 노예근성이다. 안보를 포기한 보수는 껍데기다.

또 하나는 언어다. 한국어가 망가지도록 한 게 보수층이다. 이승만, 박정희의 결정적 실수다. 한자를 포기하고 한글 전용으로 가는 바람에 한국어가 반신불수가 됐다. 교양은 정확한 언어에서 비롯된다. (한글 전용 정책으로) 어휘력이 부족해지고 분별력이 약해졌다. 그러면 선동에 잘 넘어간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보수의 반 이상이 넘어간 것도 어휘력, 분별력 약화 탓이다. 이거 회복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보수 지도층은 교양인이어야 한다."

"윤석열의 가장 큰 거짓말, '나는 자유민주주의자'라는 말"

2024년 12월 14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 '아스팔트 보수우파'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이 전광훈 목사다. 촌평을 한다면?

"그는 2019년 조국 사건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 때 등장했다. 지난해 자유통일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했는데 당선자가 안 나왔다. 원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가 아니었는데, 총선 이후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고 있다."

- 어떻게 우리가 한 석도 안 나올 수 있느냐는...

"억울한 심정이 그런 식으로 표출됐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의 거대한 좌경화에 대한 우파 진영의 불만이 쌓여가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다. 아주 변칙적으로."

- 전 목사 주장이나 행동에 이해할 만한 점이 있다는 뜻인가?

"그것과는 별개다. 그 사람이 대표하는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그걸 놓쳐 버리면 피상적인 것만 보게 된다."

-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이준석 의원 등을 비교 평가한다면?

"한동훈과 오세훈, 안철수, 유승민의 공통점이 뭔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김문수와는 시국관에 큰 차이가 있다. 이준석은 예전부터 부정선거 음모론과 가장 열심히 싸운 사람이니 경선 과정에 노선 투쟁이 벌어지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다. 한동훈은 책에서 주류 정치인이 음모론자들과 결탁하면 그들에게 먹혀버린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 오로지 이재명 집권을 막겠다고 하면 지지기반이 넓혀지지 않을까 싶다."

조 대표는 "한국 정치에서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정권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경선 드라마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났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얘기를 주문했다.

"<뉴욕타임스>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공정한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랭킹이 22위에서 32위로 떨어졌다. 그게 제일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렇게 될 수 있느냐? 하지만 한국은 역전 드라마를 많이 써왔다. 가장 큰 고비인 외환위기도 잘 극복했다. 그래서 이렇게 세계적인 경제를 일구었다. 위기라는 한자어에는 위험과 더불어 기회라는 뜻도 있다. 지금의 이 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를 하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 참아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참지 못했다."

- 윤 대통령이 맨날 주장한 게 자유민주주의다.

"그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 그의 가장 큰 거짓말이 바로 '나는 자유민주주의자'라는 말이다."

그의 주장 중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정체성 평가 등은 동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인터뷰 주제도 아니고 논쟁을 하자면 시간이 마냥 늘어질 듯해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정통' 보수우파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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