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파의 대표 논객인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
조성식
- 탄핵보다 자진 하야가 낫다는 주장도 했는데, 이제 하야는 물 건너가지 않았나?
"그렇다. 타이밍을 놓쳤다."
-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을 앞두고 우파 진영 일부에서는 기각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 오기 전에 파면 결정이 날 수밖에 없는 8가지 이유를 정리해 봤다. 요점만 말하면 이렇다. 첫째, 중대한 헌법 위반 증거가 넘친다. 둘째, 박근혜 파면 판례다. 가장 중요한 게 헌법 수호 의지 결여인데 윤석열이 훨씬 심하다.
그다음 '대국민 계몽용 계엄'이라는 자백이다. 헌법에 그런 계엄은 없다. 그러면 탄핵밖에 없다. 넷째, 실질적 국무회의 심의가 없었다. 국회 통보 생략 등 절차상 불법성이 명백하다. 다섯째, 국회 활동을 막는 포고령 1호의 위헌성과 국회의장 등 요인 체포령의 불법성이다.
여섯째, 헌법상 독립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점거의 위헌성과 부정선거 주장의 허위성이다. 이는 지난해 총선 결과에 대한 불복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가장 중대하게 위협한 행위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일곱 번째는 전공의 처단 포고령의 위헌성이다. 이미 이직한 전공의들을 강제로 복귀시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 자유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청구인 윤석열은 위헌 위법한 행위를 하고도 개전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지지자들에게 계속 집단행동을 촉구하여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할 때 제2, 제3의 계엄 선포 등 재범의 우려가 높다. 재판관 전원일치의 8대 0 파면 결정을 예상한다."
대통령 파면 결정에는 헌재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 꼭 만장일치가 아니어도 되지 않나?
"6대 2도 되고 7대 1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능하면 전원일치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우파 쪽 기대와 달리 보수 성향 재판관들의 헌법 수호 의지가 오히려 더 강하다."
- 8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 한두 가지를 꼽는다면?
"가장 황당무계한 게 선관위 점거다. 이는 포고령이나 담화문에 없는 내용이다. 그러니 공작 차원에서 벌였다는 게 아닌가? 윤 대통령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온 게 지난해 12월 12일이다. 나중에 보니 국회보다 선관위에 먼저 병력을 보냈다. 30여 명의 선관위 위원들을 체포하고 서버를 떼어내 들고 나오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총선 참패를 부정선거 탓으로 여긴 거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의원들이 국회를 장악했으니, 거기가 반국가 세력의 소굴이다. 그러니 국회를 무력화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망상이다. 핵심은 공정한 선거에 대한 불복이다.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은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것과 똑같다."
- 부정선거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보나?
"0.0001%의 가능성도 없다. 그런데도 통계를 보면 성인의 30%, 보수층의 절반이 속고 있다."
조 대표는 음모론 신봉을 두고 "학식이나 직위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 문제"라고 진단했다.
"'윤석열'의 반대말이 '맨정신'"
-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을 거다. 그런 심리에 맞아떨어지는 주장이 아닌가 싶다.
"선거에 지니까 핑계 대려고 부정선거론에 빠져든 거다. 얼마나 편리한 주장인가? 그런데 지난해 총선 참패는 윤 대통령 잘못 때문이다. 특히 선거 두 달 전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문제였다. 의사 표가 가족까지 합치면 한 100만 표 되는데 이들이 다 이탈하는 바람에 졌다고 봐도 된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음모론에 솔깃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 역술가와 무속인을 가까이한 걸 보면 성정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주술과 음모론이 굉장히 가깝지 않나?"
그는 "결국 망상적 계엄"이라며 "국제사회에서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게 바로 이 점"이라고 말했다. 그와 이런 얘기를 웃으면서 주고받는다는 게 씁쓸했다. 그의 말은 독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깨우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국민을 바보로 만들었다. 이는 민족사적 범죄다."
- "계몽용"이라고 주장하는데 계몽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 아닌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는 것은 사교를 믿는 것과 같다. 그 순간부터 인격이 달라진다. 대통령이 1500만 명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간 제기됐던 부정선거 음모론은 지난 총선으로 정리가 됐다. 수검표 단계를 추가로 도입했다. 2800만 표를 계수했는데 단 한 표도 오차가 없었다. 한국은 전자 개표가 아니라 수개표다."
- 기초적 사실에도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 전자 개표니까 전산 조작과 해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한국은 철저한 수개표다. 국민의힘이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는 게 가공할 일이다. 선거를 치러봤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눈치를 보면서 선관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든지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 투표 기간을 3일 늘리자고 주장하는 건 아주 비겁한 태도다."

▲5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가 열린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 책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 한동훈 전 대표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읽어봤는데, 그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사전투표제 부작용을 얘기하면서 본 투표 기간을 늘리자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부정선거론자들하고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그들의 주장 중 하나를 받아들인 거다. 일종의 아부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한 제도다. 얼마나 편리한가? 투표율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고. 사전투표 없애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안 갈 확률이 더 높다. 2012년 김어준씨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냈을 때 민주당에서 '절대 믿으면 안 된다'고 정리했다. 그 정도의 판단이나 계산도 못 하는 게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국가적 재앙이다."
- 이번 탄핵 사태를 두고 "음모론 세력과 맨정신 파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만든 말인데, '윤석열'의 반대말이 '맨정신'이다.(웃음) 먼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그런 대결이 벌어질 것 같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이 후보가 되면 과거의 좌우 대결과는 성격이 다른 선거판이 될 거다.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과 호헌 세력의 대결인 셈이다."
"대통령이 헌법적 권한에 그토록 무지할 수 있다니"
- '조갑제TV'에서 이런 얘기 하면 구독자가 항의하거나 이탈하지 않나?
"이탈은 별로 없다. 많이 늘지도 않고, 현상 유지 정도다."
그는 "사전투표 모집단과 본 투표 모집단은 엄연히 다른데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 것은 큰 오류"라면서 "이런 논쟁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대란에 대한 그의 비판도 논증적이고 실증적이었다.
"내가 윤 대통령에게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절망한 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다. 이후 그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여 엄청난 인명 피해가 생기는 걸 보고 이 사람의 말로가 좋지 않을 거라는 기사를 썼다. 의료대란 하나만 해도 충분한 탄핵감이다. 그걸 집행하는 과정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사실을 부정했다. 결과는 뭐냐. 의사 수를 매년 2000명 늘리겠다고 했는데 거꾸로 올해 2000명 줄어들 전망이다. 전공의가 대거 이탈하자 전문의 시험 칠 사람도 줄어들었다.
주로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아 발생하는 초과 사망자 수도, 의사 출신 민주당 김윤 의원 계산에 따르면 1년에 6000명쯤 된다. 11개 국립대학병원 누적 적자가 5000억 원이다. 서울대병원 적자만 1000억 원이 넘는다. 정부가 그걸 메우려 건강보험공단 재정에서 막대한 돈을 끌어오는데, 건보 재정은 치료비로만 써야 한다. 완전한 유용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 자체도 반대하나?
"한국 의사 수는 오히려 남아돈다."
- 의료계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는 건가?
"동의한다. 다만 필수 분야 의사 수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거는 제도적 개선으로 해결해야지 단순히 의사 수 늘리는 걸로 안 된다. 300~400명은 몰라도 한 번에 2000명이 뭔가? 어떤 기업에서 갑자기 정원의 67%를 늘려 뽑는다면 망할 것 아닌가?
도대체 2000명이라는 숫자가 왜 나왔느냐? 김건희 여사가 그 숫자에 집착했다는 사실이 그와 통화했던 진중권 교수 증언으로 드러났다. 그게 오늘날 윤 대통령의 몰락을 불렀다. 그게 총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고 대통령도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그래서 포고령에 느닷없이 전공의 처단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거다. 얼마나 감정적인가?"

▲군인권센터, 군 사망사건 유가족, 아프지말고 다치지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공동주최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의 군대'를 다시 '시민의 군대'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맨날 헌법 수호를 얘기했다. 그런데 외려 헌법에 무지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심리 과정에서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군은 행정과 사법에 관여할 수 있지만, 선관위나 헌재, 국회와 같은 헌법상 독립기구에는 관여할 수 없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계엄 업무의 한계를 몰랐던 거다. 그리고 몰랐다는 사실을 헌재에 나와 고백했다. 그걸로 헌재 심리는 끝났다고 본다. 이는 놀라운 사실인데 우리 언론이 그걸 집중적으로 짚지 않고 넘어갔다.
한동훈 전 대표 책을 읽어보니 비슷한 내용이 있더라. 계엄이 해제된 후 윤 대통령과 대화해보니 자신이 국회 해산권을 가진 것처럼 착각하고 있더라고. 그러면 최상목 부총리한테 쪽지 건넨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쪽지에 국회를 대체하는 비상 입법기구 예산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사람은 국회를 해산할 생각도 했던 거다. 그런데 국회 해산권은 5공화국까지만 있었다. 대통령이 자신의 헌법적 권한에 대해 그토록 무지할 수 있다니."
- 발동 요건, 국회 통고 규정 등 헌법과 계엄법 위반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국회 해제 의결 후 곧바로 해제하지도 않았고.
"잘 다뤄지지 않은 게 하나 있다. 헌법 5조에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걸 위반했다. 총부리를 국회의원과 민간인에게 겨누었다. 이는 국군에 대한 모독이다. 어찌 보면 가장 큰 피해자가 군이다.
우리 군은 근대화의 기관차이자 민주화의 울타리 노릇을 했다. 장차 자유통일에 필요한 민주적 무력인 국군을 병정놀이처럼, 그것도 국민 계몽용으로, 또 야당을 겁주는 데 사용했다. 군대를 그렇게 만들어도 되나? 윤 대통령은 세계적 강군을 파괴하고 세계적 의료 시스템을 파괴했다. 문명을 파괴한 거다."
2편 인터뷰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이용하려다 당했다"(https://omn.kr/2cgyw)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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