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05 17:20최종 업데이트 25.03.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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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연합뉴스

"직원이 1년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을 하겠답니다. 사업장 사정상 근로 시간 단축을 시켜주기 어려워요. 불만 없이 내보낼 방법이 없을까요?"

올해 초 지역의 중소 영세 사업장 사업주는 대놓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을 사용하겠다는 노동자의 해고 방법을 문의했습니다. 남녀 고용 평등 및 일 가정의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정하고 있는 만큼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사업주가 너무 당당하게 문의해서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혹시 불법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사업주는 "잘 몰랐다"라며 난감해했습니다.


2025년에 육아휴직 급여가 인상되었고 사용 기간이 늘어났으니 차라리 6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부여하고 정부의 고용지원금(대체인력 지원금)을 활용해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권고했더니 고민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변경된 육아 지원 제도만 알고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강사님 왜 저희가 연차수당을 계산하고 있어야 합니까? 사장님이 임금 산정 방법을 제대로 노동자들에게 알려줘야 할 법적 의무가 있잖아요."

구직자를 상대로 한 노동법 교육에서 어느 구직자는 짜증을 벌컥 냈습니다. 연차수당이 제대로 산정되었는지 여부를 계산해 보라는 예시 문제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 구직자의 짜증이 당황스러웠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맞는 지적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사장님은 한 달 동안 일을 시키고 월급을 줄 때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 방법, 그리고 4대 보험료 등을 공제하면 그 내용 등을 적은 임금 명세서를 노동자에게 줘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월급에 연차수당이 얼마이고 어떻게 계산되었는지를 설명해 노동자에게 연차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를 확인시켜 줄 의무가 있는 겁니다.

근로기준법이 이처럼 임금 명세서의 지급 의무를 정한 이유는 노동자로서는 내가 일한 시간에 대해 사장님이 제대로 임금을 줬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장님이 여력이 되면 해도 되고 힘들면 안 해도 되는 임의 규정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받는 강제 사항입니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는 많은 사장님이 노동자를 채용해 일을 시키며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 방법 등을 명시하지 않은 채 대충 월급이 얼마라고 통보하는 관행이 여전합니다.

별도의 인사노무 부서 없는 영세 기업의 현실

그렇다면 사업주들은 이처럼 노동법이 정한 임금 지급의 규정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상담하다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사업주가 별도의 인사 노무 담당 직원을 둘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년 초나 연말에는 노동자들의 연차유급휴가 산정이나 퇴직금 계산, 매월 말에는 임금 계산이 제대로 되었는지 문의하는 중소 영세 기업의 사업주들이나 인사 노무 담당자의 상담이 많습니다. 사실 노동단체 처지에서는 노동자들 상담하기에도 버겁기에 이들을 상대로 법률 지원을 상설적으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연차유급휴가나 퇴직금이나 통상임금 산정 등 노동 이슈를 주로 문의하는 중소기업의 사업주나 인사 노무 담당자에게 지역의 경영자단체에서 주관하는 노동법 교육 등을 받아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참가 비용이 있어 부담스럽다고 참여를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는 세무사사무실에 연차유급휴가와 퇴직금 산정 등 인사노무관리 업무를 문의합니다. 대다수 사업장은 근로자의 근로소득세와 고용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료 부담금을 납부하는 업무를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세무사에게 맡깁니다. 사회보험 업무를 대리하는 세무사사무실에 세무 서비스에 더해 임금 지급 명세서 작성이나 퇴직금 계산 등 노무관리도 조언받는 것입니다.

문제는 세무사사무실에서 자문한 퇴직금 산정이나 임금 산정이 잘못되어 노사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퇴직금 산정 시 연간 받은 상여금도 일부를 포함해야 하는데 이를 빠뜨려 퇴직금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분쟁이 대표적인데요.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자들에게 사장님은 세무사사무실로 전화해 보라고 책임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정상적이라면 노동관계법과 인사노무관리 전문가인 공인노무사에게 자문받아야 마땅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촌극입니다.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88%가 중소기업인 현실에서 인사노무관리 부서를 따로 갖추고 전문 인력을 두고 변화되는 노동시장의 관련 법률과 제도를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면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지역 노동 현장에는 사장님도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영세한 기업이 많습니다. 테크노,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단 지역의 아파트형 산업단지 다수 사업장의 처지가 비슷합니다.

정부 지원, 영세 기업에 집중하되 대상을 더 넓혀야

고용노동부 부산고용노동청의 모습.김보성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바라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2월부터 인사노무관리 여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서와 급여명세서 작성 등을 지원하는 '영세 사업장 HR 플랫폼 이용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지원 대상이 500여 곳에 불과해 효과성이 크지는 않을 듯합니다.

정부는 노사발전재단이나 이라는 공공기관을 통해 연중 일터 혁신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직무컨설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인사 노무 역량을 강화해 생산성이 높은 보다 스마트한 일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취지인데, 2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임금체계와 직장문화 등 다소 전문적 영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전문 컨설팅으로 20인 미만의 중소 영세 사업장은 참가가 어렵습니다. 지금 중소 영세 사업장에 절실한 것은 기초적인 고용 질서 준수를 위한 최소한의 인사노무 역량 마련인데, 이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 영세 기업의 인사노무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20인 미만 중소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원 대상 기업의 숫자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문적 역량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역의 노사민정이 힘을 모아 노사단체와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영세사업주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교육이나 정부의 각종 육아 지원들 노동정책에 기반한 인력 운용 방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이 최저임금법 준수를 위한 임금 설계,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연차유급휴가의 운용, 나아가 정부의 육아 지원 정책 활용을 통한 일 가정 양립 일터 마련을 위한 제도 활용 능력 등의 기본적 인사 노무 역량을 갖추기만 해도 '좋소기업'이라는 멸칭으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중소기업의 노동 현실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육아 제도 사용 직원에 대한 불법 해고 방법 상담은 사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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