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인 티노 크루팔라와 앨리스 바이델이 총선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AfD의 급부상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독일 사회 내부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불만과 불안이 폭발한 결과다. 경제적 불안, 전통 정당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이민 문제에 대한 우려가 AfD를 독일 정치의 중심으로 밀어 올렸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은 과거 SPD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AfD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러스트벨트에서 민주당이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잃었던 현상과 유사하다.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뒤스부르크와 같은 과거의 공업지대에서 실업률이 크게 늘었다.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들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있던 SPD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기에 이민 문제가 기름을 끼얹는다. AfD는 독일 정부의 이민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며 '독일 우선' 기조를 내세웠다. 이는 특히 실업의 불안 속으로 내몰린 저소득층과 저학력층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흥미로운 점은, 러스트벨트 지역이 최근 들어 갑자기 이민자가 급증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이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시기부터 튀르키예와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철강 공업지대에서 많은 일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는 당시 노동력이 절실히 필요했던 산업 구조를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일자리 경쟁이 심화된 현재, 이민자들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복지 혜택을 받는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산업 성장기에는 이민 노동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회의 필수적인 구성원이 아닌, 비용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이는 근대의 산물인 시민정신과 자본주의가 불균형하게 발전한 결과다. 노동이 권리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면서, 수요가 없는 노동은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한다. 결국, 무가치한 상품으로 전락한 이민자들은 시민권마저 위협을 받는다.
노동할 기회를 잃은 시민들은 그 책임을 이민자에게 돌린다. 이는 노동권과 시민권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이며, 그 불균형의 대가를 소수의 이민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다. 그리고 AfD와 같은 극우 정당은 이러한 불안과 분노를 흡수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간다.
이번 독일 총선은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단절이 어떻게 극우 정치의 토양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기존 정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급진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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