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에가 2021년 3월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제주제2공항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사회는 분명 발전했다고 하는데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아이러니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결핍감은 인간을 짓누른다. 결핍감은 불만족과 불안한 삶으로 이어진다. 불안감은 인간에게 경제개발이라는 무모한 게임에 뛰어들게 한다. 개발과 물질문명의 발달은 이미 우리가 치른 대가에 대한 보잘 것 없는 보상일 뿐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인간이 누려야 할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2024년 9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되었다. 비록 환경영향평가만 남았지만 비상도민회의는 그 단계에서 주민투표와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계속 요구할 계획이다. 제2공항은 제주도의 미래와 주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도지사와 도의회의 권한이지만, 도민 다수의 의사를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용을 공개하고 TV 토론도 한 다음에 도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하라고 요구할 계획이에요. 공론화 위원회를 거쳐 찬반 의견들을 충분히 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주도에서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개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개발과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생태환경 복원 및 미래지속가능성의 가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회가 겪어야 하는 진통은 불가피하다.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제주 지역의 지난 10년을 단지 소모적인 갈등만으로 볼 수는 없다.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을 중심으로 개발과 성장 지상주의가 낳은 현실에 대한 진단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왔다. 그 결과 70%에 가까웠던 찬성 여론이 40%대로 낮아졌다. 이러한 성찰은 우리 사회가 생태를 고려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발과 성장의 이해관계는 건축업자와 정치인 등 일부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목숨을 잃은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하늘을 활공하며 습지와 갯벌에서 먹이활동과 번식활동을 하던 조류들 역시 목숨을 잃었고, 새들의 안식처였던 그곳이 지금은 생사가 오가는 터로 바뀌었다. 새들도 인간 사회의 개발과 성장의 이해관계자다. 새들이 자유롭게 논밭과 들 호수, 습지,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명으로 태어났으면 누군 중요하고 누군 덜 중요하지 않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환경적인 제약을 적절히 배려하지 못한 경제개발은 낭비적이고 지속 불가능하다. 인구, 자원, 환경 그리고 경제개발 상호 간의 연계성을 고려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고, 진행 예정인 개발 사업들이 미래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장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함이다. 미래세대의 욕구를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현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개발.
결국 지속가능성을 배제한 개발을 할지,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개발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결정의 주체로서 힘을 가진 인간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생물과 무생물을 포괄해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존중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생명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필자소개] 변정윤: 작은책 편집위원 /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밀양을 살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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