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첵파타 로고
첵파타 웹사이트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가짜뉴스와 사이버 트롤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섰다. 2019년 대선을 6개월 앞두고 24개 언론 매체와 민간 뉴스검증 기관인 마핀도(Mafindo)가 공동으로 팩트체크 웹사이트 '첵팍타'(CekFakta)를 개설했다.
대선 후보 토론회가 5차례 있었는데 첵팍타는 각 후보자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검증해서 진위를 가렸고, 토론회가 끝난 후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동원해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증했다. 인도네시아 선거에서 언론과 민간이 공식적으로 협력해서 팩크체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가짜뉴스 유포를 통해 온라인 여론전을 펼친 측에게 구체적인 위협이었던지 첵팍타 웹사이트는 지속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2024년 대선에서는 AI기술이 이슈가 되었다. 골카르당의 부대표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고인이 된 지 오래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투표 참여 독려 영상을 올렸다. 32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 수하르토는 골카르당의 창립자다. 영상에서 "나는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대통령 수하르토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꼭 골카르당 후보를 뽑아주십시오"라고 육성으로 말했다. 우리나라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이 많은 것처럼, 수하르토 대통령에 여전히 호감이 있는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상이었다. 올려진 후 2주 만에 500만 뷰를 달성했을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는 선거 캠페인에 AI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사회적 논쟁을 촉발한 계기가 되었다. 선거를 총괄하는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가 AI의 기술적 발전에 어떻게 대처할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적절하게 규제되지 않으면 여론을 왜곡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우려가 매우 크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당면한 문제라 대처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AI 기술이 선거 캠페인에 접목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2024년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은 AI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 인권 침해와 독재의 수호자 오명을 갖고 있는 프라보워 측은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고자 '귀엽고 뚱뚱한'(gemoy) 할아버지 캐릭터와 아바타를 만들었다. 다른 후보들은 대화형 AI 챗봇을 제작하는 등 AI 기술 활용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AI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기능과 더불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기능도 갖는다. 지난 대선에서 프라보워 측은 선거 광고에 미성년자 출연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우회하려고 AI 기술로 어린이를 만들어 TV 광고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AI 기술로 콘텐츠를 제작할 전문가 집단을 고용할 자금력이 있는 후보가 향후 선거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SNS를 통한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의 확산, AI기술을 이용한 대중 기만용 콘텐츠의 생산, 디지털 정보의 진위를 판별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부재 등, 인도네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는 정치적 양극화를 촉발하고, 언론 매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며, 사회적 긴장을 유발한다.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구체적 위협 요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 방법과 법적, 제도적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로부터 배울 것이 있을 것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측면에서 양국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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