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05 06:56최종 업데이트 25.03.0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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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극우세력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여론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배제를 조장하고, 음모론을 확산시키면서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더 큰 문제는 가짜뉴스로 만들어진 여론에 무분별하게 편승하는 정치권이 '혐오 정치'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망가뜨린다는 점입니다. 세계 각국의 '극우발 가짜뉴스'를 조명하고, 이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2019년 4월 17일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주 메단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대선 투표용지를 들어보이며 개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은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그 권리와 기회는 법적으로 보장된다. 선거는 반드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그래야 선거 결과의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선 정치적 의도로 선거 결과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으며, 세계 4위의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어떨까?

3수 만에 대통령이 된 프라보워의 정치적 이력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가장 최근 대선은 2024년 2월에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려면 2014년, 2019년, 2024년 대선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투쟁민주당(PDI-P)의 조코위(Joko Widodo) 후보와 게린드라(Gerindra)당의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후보가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맞붙었고 조코위가 승리했다. 투쟁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 게린드라당은 국민의힘 정도의 성향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양자를 비교하는 것일 뿐 성향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프라보워는 2014년, 2019년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좌절하지 않고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해 3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바로 프라보워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해당하는 독재자 수하르토(Suharto) 전 대통령의 사위였다. 장인의 위세를 업고 승승장구했는데 정권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장인의 정적을 제거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1997년 IMF 위기에 인도네시아도 직격탄을 맞았다. '98년 5월 항쟁'으로 이름 붙여진 시민들의 대대적 저항으로 수하르토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다. 당시 육군 전략예비대 사령관이었던 프라보워는 군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정권을 향한 대중의 분노를 중국계로 돌리는 비밀공작으로 많은 희생자를 내서 두고두고 비판받는다.

지난 2월 20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연설하는 모습.AFP/연합뉴스

정권 교체 후 군에서 축출된 프라보워는 인도네시아를 떠나 요르단에 망명한다. 정국이 잠잠해지자 3년 만에 귀국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 수완도 좋아서 큰 부를 쌓았고 재력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한다. 장인의 정치적 기반인 골카르(Golkar)당에서 정치에 입문했는데 2008년에는 지지 세력을 따로 규합해 게린드라당을 창당한다. 골카르당은 보수 우파 정당인데 게린드라당은 그보다 더 우클릭한 정당이다.

프라보워는 처음부터 대권을 염두에 두었다. 정치적 기반이 약했던 2009년 대선에는 국부 수카르노 대통령의 딸인 메가와티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직에 도전했지만 실패한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첫 도전은 2014년 대선이었다. 맞상대는 투쟁민주당 소속 조코위 후보였다.

인도네시아 정계에서 조코위는 이질적인 정치인이었다. 군 출신이라는 배경이 없었고, 기득권 세력과 직접 연결되지도 않아서 이방인이나 다름없었다. 지방 소도시에서 가구 제조 회사를 운영하다가 그곳의 시장이 되고, 자카르타 주지사 후보로 발탁되어 중앙 정계에 진출한 조코위는 우리나라의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일으킨 것 같은 돌풍을 일으켰다. 주류 기득권 세력의 적자를 자처하며 자신만만했던 프라보워는 득표율 6.3%P 차이로 패배한다.

가짜뉴스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2019년 대선

절치부심한 프라보워는 2019년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 현직 대통령인 조코위도 연임에 나섰기에 2019년 대선은 리턴 매치였다. 프라보워 선거캠프와 지지자들은 조코위를 꺾기 위해 여론전을 펼쳤는데 SNS를 적극 활용했다. 프라보워가 3수를 한 2024년 대선은 선거 기간 내내 프라보워가 다른 후보에 대한 리드를 놓치지 않았고 대부분 낙승을 예상했기에 SNS를 통한 여론전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따라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양 후보가 격돌한 2019년 대선에서 거짓 정보와 가짜뉴스가 어떻게 생산, 유통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SNS는 유권자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와 그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주요 통로다. 그 편리성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선거와 관련된 콘텐츠는 대부분 SNS를 통해 유통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SNS 사용자는 약 1억 39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9.9%를 차지한다. 2029년까지 2억 5140만 명이 SNS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같은 해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3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의 84%가 SNS 사용자이니 그만큼 SNS의 파급력이 커진다. 특정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려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면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온라인 선거전의 시대를 연 2019년 대선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지닌 조코위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추격자인 프라보워 측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조코위 후보를 공격했는지 다음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자.

사례 1. 악마를 숭배하는 펑크족 출신 조코위 후보

'펑크족 조코위'라며 퍼진 사진페이스북

2018년부터 2019년 대선까지 SNS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된 사진이다. 청소년 시절의 조코위로 악마 숭배 음악을 듣는 펑크족이었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슷한 용모를 가진 청년의 흑백 사진이지만 전체 인구의 약 87%가 이슬람교 신자인 보수적 인도네시아의 여론을 자극할 목적으로 유포되었다.

사례 2. 공산당 행사에 참석한 조코위 후보

조코위가 투쟁민주당의 창당 41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한 모습을 인도네시아 공산당 행사에 참여한 것처럼 조작한 이미지페이스북 캡처

사진 속 테이블보에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 문양이 있다. 부활한 인도네시아 공산당(PKI) 행사에 조코위 후보가 참석한 것처럼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공산당은 1966년에 강제 해산되었는데 명맥을 유지했고, 이를 조코위가 적극 동조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사실 사진은 조코위가 소속된 투쟁민주당의 창당 41주년 기념행사 장면이다. '망치와 낫' 문양과 공산당 깃발은 조잡한 합성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공산당에 연루되어있다는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사례 3. 사실은 중국계인 조코위 후보

공산당이 나왔으니 이제 또 뭐가 나와야 할까. 중국이 빠질 수 없다. 조코위 후보가 사실은 중국계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오보르 라키얏이라는 타블로이드 신문 발행인이 주역인데 현직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8개월의 실형을 살았지만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례 4. 동성결혼 허용하고 히잡 착용 금지할 것이라는 조코위 후보

중년 여성 3명이 집마다 방문해서 조코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이슬람 예배와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선동하는 장면detikcom X계정

조코위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는 개인 차원에서도 이뤄졌다. 중년 여성 3명이 집마다 방문해서 조코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이슬람 예배와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선동하는 장면이 SNS에 올라왔다. 영상이 게시된 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거짓 정보 유포 혐의로 모두 체포되었는데 여파는 컸다. 이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900만 명의 유권자가 그 정보를 그대로 믿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 대선에서 득표 차는 약 1700만 표였으니 대선 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만한 선동이었다.

사례 5. 중국에 인도네시아 섬을 팔아넘긴 조코위 후보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인 혐중, 반중 정서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언제든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 2019년 대선 승리로 조코위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했는데 임기가 시작된 후에도 가짜뉴스를 동원한 공격은 계속되었다. 뿌리 깊은 '차이나 포비아'(Chinaphobia)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2021년에 인도네시아를 들썩이게 한 가짜뉴스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19년 대선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투자를 약속하며 조코위 후보의 승리를 도왔고, 그 대가로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섬을 담보로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무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며 대중의 공포심과 애국심을 자극했다.

시진핑 주석이 연설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그 근거로 제시되었는데 인도네시아의 섬을 담보로 요구했다는 자막이 입혀졌다. 인도네시아어 자막이 그렇게 나오니 다들 시진핑 주석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진짜로 받아들였다. 이 영상은 SNS에서 수십만 번 공유되었다. 과연 시진핑 주석은 실제로 그렇게 말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원 영상은 시진핑 주석이 2013년에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국회에서 양국의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겠다고 연설하는 장면이었다. 연설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마타도어를 인도네시아어 자막에 담은 것이었지만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널리 퍼졌다.

버저 계정을 통한 조직적인 가짜뉴스 유포

2022년 7월 28일 당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인니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가짜뉴스만이 아니라, 우리 편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거짓 정보도 양산되어 논란이 됐다. 이른바 '버저'(buzzer) 계정(이슈에 대한 홍보나 여론 형성을 위해 사용하는 SNS 계정)이 2019년 대선을 앞두고 SNS에 대거 등장한 것이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인도네시아어로 미망인을 의미하는 '잔다'(janda) 계정이었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싱글맘인 자신의 삶이 조코위 대통령으로 인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계속 트위터에 올렸고, 팔로워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며 긍정적 여론을 조성했다.

사실 이 계정을 만든 사람은 중년 남성이었다. 개인적으로 활동한 것도 아니었고, 12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여론 팀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사칭 계정 운영이 조코위 측 대선캠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종의 사칭 계정이지만 활동에 별 제약이 없었던 것은 법에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명예훼손법은 가짜뉴스를 제작, 유포는 금지하지만 실제 사람이 아닌 가공의 인물로 계정을 만들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SNS의 영향력이 별로 크지 않을 때 만들어진 법이라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것인데 조직적으로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를 유포하려는 개인이나 집단은 얼마든지 법의 빈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선거에서 각 후보 측이 거액을 들여 버저들을 고용해서 적극 활용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과 민간의 공동 대응

첵파타 로고첵파타 웹사이트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가짜뉴스와 사이버 트롤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섰다. 2019년 대선을 6개월 앞두고 24개 언론 매체와 민간 뉴스검증 기관인 마핀도(Mafindo)가 공동으로 팩트체크 웹사이트 '첵팍타'(CekFakta)를 개설했다.

대선 후보 토론회가 5차례 있었는데 첵팍타는 각 후보자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검증해서 진위를 가렸고, 토론회가 끝난 후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동원해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증했다. 인도네시아 선거에서 언론과 민간이 공식적으로 협력해서 팩크체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가짜뉴스 유포를 통해 온라인 여론전을 펼친 측에게 구체적인 위협이었던지 첵팍타 웹사이트는 지속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2024년 대선에서는 AI기술이 이슈가 되었다. 골카르당의 부대표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고인이 된 지 오래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투표 참여 독려 영상을 올렸다. 32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 수하르토는 골카르당의 창립자다. 영상에서 "나는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대통령 수하르토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꼭 골카르당 후보를 뽑아주십시오"라고 육성으로 말했다. 우리나라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이 많은 것처럼, 수하르토 대통령에 여전히 호감이 있는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상이었다. 올려진 후 2주 만에 500만 뷰를 달성했을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는 선거 캠페인에 AI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사회적 논쟁을 촉발한 계기가 되었다. 선거를 총괄하는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가 AI의 기술적 발전에 어떻게 대처할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적절하게 규제되지 않으면 여론을 왜곡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우려가 매우 크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당면한 문제라 대처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AI 기술이 선거 캠페인에 접목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2024년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은 AI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 인권 침해와 독재의 수호자 오명을 갖고 있는 프라보워 측은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고자 '귀엽고 뚱뚱한'(gemoy) 할아버지 캐릭터와 아바타를 만들었다. 다른 후보들은 대화형 AI 챗봇을 제작하는 등 AI 기술 활용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AI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기능과 더불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기능도 갖는다. 지난 대선에서 프라보워 측은 선거 광고에 미성년자 출연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우회하려고 AI 기술로 어린이를 만들어 TV 광고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AI 기술로 콘텐츠를 제작할 전문가 집단을 고용할 자금력이 있는 후보가 향후 선거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SNS를 통한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의 확산, AI기술을 이용한 대중 기만용 콘텐츠의 생산, 디지털 정보의 진위를 판별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부재 등, 인도네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는 정치적 양극화를 촉발하고, 언론 매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며, 사회적 긴장을 유발한다.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구체적 위협 요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 방법과 법적, 제도적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로부터 배울 것이 있을 것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측면에서 양국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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