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25 09:33최종 업데이트 25.02.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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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자유당 국민소통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패배 후 군부와 결탁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선거 결과를 뒤집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 고위 관계자들과 협의했으며, 대법관 암살 계획까지 논의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민주주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협이다. 이들보다 불과 2년 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극우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사당 점거를 부추겼다. 흥미롭게도, 트럼프와 보우소나루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 D.C.는 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수천 명이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가 선거 인증을 막으려 했다. 2023년 1월 8일, 브라질리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 국회를 점거하고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외쳤다. 이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극우 정치 세력이 선거 결과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

트럼프는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와 오스 키퍼스를 사실상 방조하며 민주적 절차를 훼손했고, 보우소나루는 군부와 일부 정치 세력을 등에 업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

과거 쿠데타는 무력으로 정부를 전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20세기에는 칠레, 터키, 브라질, 미얀마 등에서 군부가 직접 나서 정권을 장악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쿠데타의 형태는 변모하고 있다.

이제 쿠데타는 전차와 총기가 아니라, 법의 틈새를 이용한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정치학자 홀레시와 키리아지는 이러한 변화를 분석하며, 군사 쿠데타보다 법적 절차를 악용하는 '소프트 쿠데타'가 민주주의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우 운동과 정당이 융합하는 정치 구조

2020년 3월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보우소나루와 트럼프의 사례는 단순한 반란이 아니다. 정치학자 카스 무데는 현대 극우 정치의 특징이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결과를 부정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극우 정치인들이 선거 패배를 민주적 절차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민주적 시스템을 흔들려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보우소나루와 트럼프 모두 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며 대중을 동원했고, 극우 단체와의 결탁을 통해 법적 절차를 방해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극우 정치의 특징을 사회학자 반 다이크와 그의 연구진은 '사회운동-정당주의(Social Movement Partyism)'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극우 정치가 단순한 개인의 지도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극우 정당과 극단적 시민운동이 결합해 서로 힘을 주고받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 다이크는 이 개념이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최근 극우 정치의 실제 행태를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기존의 정당정치에서는 정당이 프레임을 정하고, 지지세력이 따르는 구조를 띠었지만, 사회운동-정당주의의 경우 극우 시민 단체가 정당에 방향을 제시하거나 심지어 정당 자체를 재구성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극우 단체들은 정당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정당 역시 극우 운동의 영향을 받아 점차 급진화된다. 이는 단순한 정당의 이념 변화가 아니라, 극우 운동과 정당이 융합하는 새로운 정치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이 된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 세력과 극우 단체의 결합이다. 트럼프 지지층의 상당수는 기존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결이 다른, 극우적인 정치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이후 공화당이 보다 급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보우소나루 지지 세력이 극우 정치 집단과 결합하면서 보우소나루가 단순한 정치 지도자를 넘어 하나의 운동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현대 극우 정치가 단순히 개인의 인기나 지도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운동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극우 정치와 극단적 시민운동의 결합

2023년 1월 8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면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제 극우 정치는 단순한 개인의 지도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극우 정당과 극단적 시민운동이 결합해 서로 힘을 주고받는 형태로 발전한다. 극우 정치인은 기존 제도권 정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지층을 동원하며, 극우 단체는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트럼프와 보우소나루는 이러한 전략을 극단적으로 활용하며 민주주의 시스템을 약화시킨다. 결국, 극우 정치와 극단적 시민운동의 결합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을 정당화하고, 법치주의를 흔드는 도구로 변질된다.

현대 극우 정치의 위험한 특징 중 하나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적 거부 현상이다. 정치학자 줄리아 엘라드 스트렝거는 민주주의가 선거라는 기둥 위에 서 있지만, 최근 극우 세력은 오히려 그 기둥을 흔들어 무너뜨리려 한다고 지적한다.

엘라드 스트렝거에 따르면 극우 세력은 선거를 단순한 경쟁 과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당성을 시험하는 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패배하면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선거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체제 불안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권위주의적인 통치 방식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정당한 경쟁과 평화로운 권력 이양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보우소나루의 쿠데타 모의는 단순한 브라질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과 결합해 보면, 현대 극우 정치가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정치적 패배를 이용해 더 큰 지지를 구축하고 선거의 신뢰도를 낮추려 한다.

이러한 방식이 반복된다면, 민주주의는 지속적인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극우 정치 세력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을 막지 않는다면, 더 많은 국가에서 유사한 방식의 권력 장악 시도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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