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 충북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소통관에서 친일재산 국가귀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지금 김순흥의 자손들이 벌이는 재산 분쟁은 차치하고, 김순흥 같은 거부 친일파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접근법에 함정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김순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재산을 운용한 친일파들에게 공통으로 해당한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와 별도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2010년까지 4년간 재산 환수 작업을 벌였다. 그런데 위원회가 선정한 환수 대상자는 168명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4389명의 대부분이 친일 행위의 대가로 이익을 얻은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숫자다.
위원회가 발간한 <친일재산 조사, 4년의 발자취>에 따르면, 그 168명 중에 김순흥은 없다. 대표적인 재벌 친일파인 박흥식도 마찬가지다. 박흥식은 화신백화점만 운영한 게 아니라 조선비행기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전투기를 생산했다. 군수산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한 박흥식도 명단에 들어 있지 않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재산조사위원회의 활동 근거가 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는 '1904년 러일전쟁 발발 때부터 1945년 8·15 해방 때까지',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협력의 대가로 취득한 것'을 친일 재산으로 인정했다. 두 요건은 얼핏 보면 그럴싸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2조 제2호는 김순흥이나 박흥식 같은 거부급 친일파들의 재산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 언론의 사표로 불리는 송건호 전 <한겨레> 회장의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는 "식민통치시대 전(全) 한국 산업자본의 98%, 전 자산의 약 80%에 달하는 일본 재산"이 미군정에 의해 적산(귀속재산)으로 귀속됐다고 말한다.
적산의 상당 부분은 미군정 및 이승만 정권에 줄을 댄 친일파들에게 헐값으로 불하됐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해당 재산을 소유했던 일본인과의 연고관계를 근거로 적산을 넘겼다. 친일 행위가 적산 취득의 실질적 요건이 된 셈이다. 이로 인해 한국 전체 자산의 80%에 달하는 일본인 재산의 상당부분은 해방 직후 몇 년 사이에 친일파 상당수에게 넘어갔다. 제2조 제2호는 이 부분을 놓쳤다.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일제강점기의 샐러리맨보다 사업가나 대지주들이 돈을 훨씬 잘 벌었다. 이 시기에 큰돈을 번 친일파는 주로 사업가나 대지주였다. 일제 관청에서 월급을 받거나 어쩌다 한번 상금을 타는 친일파들의 수입은 그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데 월급쟁이 친일파의 수입은 상대적으로 쉽게 증명되는 데 반해, 대지주나 사업가의 친일 수익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는 쉽게 증명되는 '유리 지갑' 친일파들의 재산을 집중적으로 환수했다. 총독부와의 정경유착으로 거금을 벌어들인 친일파들의 재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방 직후에 적산을 대거 사들인 것도 대지주나 사업가 친일파였다. 해방 직후는 그들이 대목을 본 기간이었다. 거부 친일파들이 일본과의 연고 관계를 기반으로 적산을 대거 사들인 기간이다. 위 특별법은 이런 부분을 어쩌지 못했다.
거액의 유산 분쟁에 휩쓸린 김순흥의 재산이 국고에 환수되지 않은 것은 그 4년간의 친일 재산 환수 작업이 '헛다리' 짚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친일파 청산을 강도 높게 진행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친일파들이 얼마만큼의 반민족 수익을 취득했으며 그것이 해방 뒤 어디로 갔는지를 규명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런 수익이 엉뚱한 데로 가 있으면, 친일청산을 훼방하는 등의 나쁜 용도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지아, 조부 친일 논란에 "후손으로서 사죄, 재산 환수돼야"
부친 토지 상속 분쟁으로 논란…"부모와 연 끊은 지 10년, 친일 행위 모르고 자라" |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배우 이지아가 조부의 친일파 논란에 관해 직접 입장을 밝히며 사죄의 뜻을 표했다.
이지아는 21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조부의 역사적 과오를 깊이 인식하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두 살이 되던 해 조부께서 돌아가셔서 (그의) 친일 행위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자랐다"며 "2011년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해당 사실을 접한 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를 방문하고 관련 자료를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조부의 헌납 기록을 확인하게 되었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한 매체는 이지아의 아버지 A씨가 형제들과 350억원 규모 땅을 두고 상속 분쟁 중이라고 보도했다. A씨와 형제들이 친일파 故 김순흥의 자녀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지아는 "저는 18살에 일찍 자립한 이후 부모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가족사로 인해 부모와 연을 끊고 지낸 지 이미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된 가족 재산이나 소송 등 해당 토지 소유권 분쟁에 대해서도 저는 전혀 알지 못하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논란의 중심인 안양 소재의 땅이 일제강점기 동안 취득된 재산이라면, 반드시 국가에 환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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