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 용지의 계획도. 1권역의 ‘새만금신공항’ 자리에 현재 수라갯벌이 있다.
새만금개발청
충돌 직전까지 위태롭게 교차한 경우는 더 잦았다. 참사 이후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국내 모든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를 확충하고 전담 인력도 상시 2인 체제로 운영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새와 공생하기보다 새를 원인으로 삼는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방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조류 충돌의 약 99%가 공항 반경의 13km 내에서 발생하여 그 범위의 야생동물 위험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작년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확인된 새만금신공항 계획지구 13km와 그 주변의 조류는 총 56과 315종으로 약 24만 명 이상이다. 그마저도 단기간의 조사 결과이기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겨울 철새만 154종 21만 334명이 집계되어 국내 공항지역 반경 중 가장 많은 겨울 철새 도래지다. 전 지구적인 멸종위기 1급 저어새의 번식지이자 수천 명의 큰기러기가 쓰는 잠자리다. 참사 사고기의 기체 결함 원인으로 인력 문제도 지적된 가운데, 단 두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떤 경로와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를 조류를 다 관측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포착할지언정 사후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게 인간의 기술로 자연의 섭리를 관리,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우연이라는 건 의도치 않았는데 생기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새들의 서식지로 비행장이 들어와요. 비행기가 새 있는 곳에서 계속 오르고 날아요. 그러면 언젠가는 충돌이 날 상황을 정해두고 가는 거예요."
총위험도 계산에 의하면 무안공항에서는 1만 2221년에 한 번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개항 17년 만인 지난해에 이미 일어났고, 그로 인해 너무 많은 목숨을 잃었다. 새만금신공항은 최대 93년에 한 번으로 예상되는데, 그 빈도수나 경중과 관계없이 사고는 단 한 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새는 참사를 예상할 수 없었겠으나, 인간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부추겼다. 저감 대책보다 현재 불필요하게 운영되는 공항을 폐쇄하고, 새만금과 같이 조류 서식지에 계획되는 가덕도, 제주, 흑산도, 백령도 등의 신공항들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다. 아직 막을 기회가 있다.
퇴치의 대상을 넘어서 공생의 존재로
새만금신공항의 총위험도가 크게 가중된 이유로는 민물가마우지의 서식 변화도 있다. 정확히는 수라갯벌 인근에 오는 민물가마우지를 1만 6000명까지 급증시킨, 신공항 계획 부지 바로 옆에 있는 118㎢의 거대한 새만금호 때문이다. 이는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선 간척지에서 바다가 가로막히고 생겨난 담수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황윤 감독, 2023)의 장면. 방조제로 인해 바닷물(왼)과 담수호(오)가 분리되었다. 이후 급속도로 악화한 수질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가 출범했다.
황윤
"인간이 바다를 새만금호로 만들었잖아요. 바다가 호수가 되면서 몇몇 새들이 전보다 많이 오게 되었어요. 내륙 쪽에 살던 기러기류도 간척지로 더 오고, 민물가마우지와 흰죽지류가 굉장히 늘어났어요. 민물가마우지는 호를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이쪽에서 새만금호가 제일 크잖아요. 살기 좋은 조건으로 변했으니 온 거죠. 전체 새의 수는 줄었는데 특정 종만 대거 많아지고. 문제는 신공항이 그 중앙으로 들어온다는 거예요. 방조제도 막고, 새들도 오게 하고, 공항까지 추진한다? 그러고도 공항 입지로서 문제가 없다? 인간이 일으킨 문제에 인간이 괜찮다고 한다? 모순적이죠."
도요새는 사라지고 민물가마우지는 몰려들었다. 어떤 종이 늘고도 먹이원은 그대로이며 인위적인 호만 생긴 가운데, 금세 허기진 민물가마우지가 근처 유원지와 산림까지 찾아가며 생태계가 흔들린다. 새만금호는 민물가마우지의 넓은 터가 되었지만, 새만금호가 없었다면 민물가마우지는 더 넓은 곳에서 작고 많은 호를 넘나들고 훨씬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지냈을 것이다. 새만금은 드넓은 자연을 양식장처럼 가둬버렸다. 새들은 하늘에 고립되고 물살이들도 바다와 함께 고립되었다. 바닷물이 막힌 바다는 금세 썩어갔다.
그럼에도 전북도는 인근 군산공항처럼 새만금신공항의 안전 또한 위협적인 수준은 아닐 거라 고집한다. 그러나, 그 안전은 누구의 것인가. 눈에 띄는 사고와 드러난 사상자가 없다면 안전한가. 2020년까지 비행 편수 대비 조류 충돌 비율을 조사했을 때, 군산공항은 무안공항의 1.2배를 넘어서 전국 공항 중 다섯째로 높았다.
더욱이 새만금신공항의 활주로는 군산공항보다 1.35km나 해안가로 가까워진다. 그곳에 거주하는 새들에게로 더 가까워진다. 수요가 없는 군산공항이 하루 두 편만을 운행하고 2023년 기준 58억 원의 적자를 내며 전국 공항 중 가장 낮게 활용되는 상황에서, 군산공항보다 활주로가 짧게 계획된 새만금신공항이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 전북도의 주장과 달리 새만금신공항이 지역 발전으로조차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새들에게도 삶의 광장이 필요하다

▲지난 1월 25일의 광장을 날던 ‘수라갯벌 지키자’, ‘신공항은 미군기지 확장’ 문구의 깃발들
오동필
참사 이후 광장에서는 한동안 희생자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떠나간 이들의 삶을 애통해하는 시간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외칠 때면, 광장에 선 인간이기에 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다른 죽음들을 나란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희생자의 '자'는 '놈 자(者)'를 쓴다. 먼저 인간을 가리키는 그 말에 새도, 갯벌도, 바다도 같이 자연스럽게 그려질 날이 올까. 우리가 잃어버린 목숨을 애도하는 광장에서 모두가 동등하게 불릴 수 있을까. 날개와 손을 맞잡은 울음들로 만날 수 있을까.
참사에 붙은 이름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었다. 공동행동은 참사의 책임이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애초에 공항을 지어선 안 될 대규모 조류서식지에 공항을 건설하(…)고, 콘크리트 둔덕 등을 설치한 국토부와 이를 협의해 준 환경부에 있음을 분명히 지목하고자 '무안공항'을 병기"한 제주항공-무안공항 참사로 부른다.
엔진에서 나온 깃털과 혈흔에 대한 뉴스를 접했을 때, 새들이 광장에 선다면 이 고통을 어떻게 부를지 알고 싶었다. 공항이 해안까지 가게 된 이유는, 육지에는 공항이 더 설 자리가 없을 만큼 다 개발되었기 때문이기에. 안전과 생명 대신 끝없는 자본을 탐하는 욕망이 일으킨 인재의 이름이, 새들에게는 그저 '인간'일 수도 있을 것이기에. 이 모든 일에 연루된 인간으로서 새를 탓하기보다 아프게 애도해야 할 까닭이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진상 규명과 특별법의 약속을 새들에게도 전해야 할 까닭이다.

▲2024년 12월 기준, 전국 겨울 철새 서식지와 공항의 위치
연합뉴스
오동필 단장은 생태 자연 헌법 제정을 위한 환경권 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은 물론, 전국에 계획된 10곳의 신공항과 온갖 난개발 사업 백지화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의 환경권은 '공공' 개발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35조 3항의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요구에, 쾌적한 환경을 위한 개발은 어쩔 수 없는 공익적인 것이 된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건설하기 위해 그만큼의 생태계를 파괴한 새만금도 농지조성과 식량 자금 확보를 명목으로 시작되었다(그러나 실제로는 산업 용지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잼버리 사태로 알려졌듯 바다를 메운 자리는 물이 빠지지도 나무가 자라지도 않는 땅이 되어버렸다).
"헌법이 개발을 보호해요. 공공 개발에 생태 자연을 헌납하란 거죠. 법이 개발을 옹호하고 개발 이익이 법을 위배하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공항에 훼손되는 갯벌도 공공재잖아요. 자연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자산이잖아요. 그럼 안 해야죠. 반생명적이면서 공익적인 환경 파괴는 없어요. 개발이 필요하다면,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해야 해요. 그게 안 바뀌면 미래에도 이다음 것들로 문제가 될 겁니다."
'환경'도 인간의 범위에만 머물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인간에게 주거권이 필요하듯 새에게도 집이 필요하다. 인간이 누리고자 하는 이동권처럼 새들에게도 이동할 자유가 있다. 새들이 나아가고 통과하고 횡단할 그 모든 곳이 환경이다. 벌써 15곳의 공항을 소유하고도 새들이 살아갈 곳을 다시금 비집고 취하려는 인간의 과욕을, 다만 살기를 바라는 새들에게 행해지는 인간적인 재난의 폭력성을, 깨닫고 마주해야 한다.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하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지(한강)를 묻던 광장에서, 죽지 않아야 했던 생들이 죽지 말아야 할 생들을 구하게 되는 역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이를 바라게 되었다. 그것만이 죽음에 빚진 삶을 갚을 길이기에. 삶을 잃고 빼앗긴 새들이 두고 간 삶이기에. 몇 명인지도 채 모르게 떠나간 새들을 영원히 알 수 없는 인간의 자리에서, 인간이 목격한 것을 고백한다.
[필자 소개] 김누리: 읽고 쓴다. 돌봄과 연결의 힘에 기대어 더 정확히 비관하고 구체적으로 낙관하고 싶다. 현재 전주에 거주하며, 모든 거리와도 공생할 수 있는 삶을 실천하기 위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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