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 생필품을 살 수 있도록 전자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CDC 바우처. 서민생활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CDC
이번에 발표된 여러 민생지원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공동체개발위원회(CDC) 바우처를 예로 들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CDC 바우처의 사용처는 동네 마트, 푸드코트를 비롯한 소규모 식당이나 지역의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대형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사용이 안 됩니다. 술이나 담배, 자동차 주유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서민들이 생필품을 집 근처 소상공업자들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올해 추가된 다른 지원금도 사용 목적이 조금씩 다를 뿐 정해진 기간 안에 서민 생활에 밀접한 용도로 해당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된 것은 똑같습니다. 지원금의 목적 자체가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이기 때문입니다.
CDC 바우처 지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서민과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되어 지난 1월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지급되었습니다. 이렇게 반복해 CDC 바우처를 전 국민에게 나눠 주는 이유는 그 효과가 이미 검증되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2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TI)가 CDC 바우처의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CDC 바우처가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가구들의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2억 3790만 달러어치를 발행해 싱가포르에 최대 3억 1280만 달러의 경제 창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돈 들인 것보다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봤다는 내용입니다. (관련 기사 :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https://omn.kr/28g97)
지원 대상 두고 찬반 갈려 논쟁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4년간 실험한 결과 그 효과가 검증되어 올해 또다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던 18일, 한국 국회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고 대행에게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 주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25만 원을 받게 되냐"고 질문을 하고 "그렇게 된다"는 답을 받아냈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이런 장면을 그냥 놓치지 않습니다. <한국경제>는 "'이재용도 25만원 받나' 묻자 '네'…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나온 우려"라는 기사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생지원금을 주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같은 부자에게도 불필요한 지원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만 이러는 게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3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포함된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한 후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물론이고 민주당 내 비명계 정치인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걸 또 언론이 받아 민주당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재명표 '전국민 25만원' 재추진에… 비명계 "정신 좀 차리자" – <조선일보>
이창용 "현금 살포 부정적… 25만원보다 큰 금액 타깃 지원해야" – <뉴시스>
반대하는 주장을 들어 보면 지금이 민생 회복이 필요한 어려운 시기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전 국민에게 똑같이 25만 원씩 나눠 주는 방법이 문제라는 걸로 의견이 모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지 말고 취약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두텁게 지원하자고 합니다.
이렇게 지원 대상을 두고 찬반이 갈려 논쟁이 이어지면서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지금 상황에서도 서민들은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있습니다.
이재용 때문에 민생지원금 못 준다면

▲CDC 바우처 시행 2년 간의 경과와 성과를 조사한 보고서. 서민, 소상공인, 싱가포르 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MTI
앞서 소개한 것처럼 기한과 용도가 정해진 전자상품권은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다만 이재용 회장 같은 부자들에게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 주는 게 민생지원금의 걸림돌이라면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 이 방법 역시 싱가포르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CDC 바우처는 전 국민이 대상이지만 신청한 사람만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발행한 CDC 바우처의 경우 전체 적격 싱가포르 가구 중 90% 정도가 신청했습니다. 10%의 부유층은 신청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신청해서 받은 바우처를 등록된 사회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되 신청한 사람에게만 지급하는 겁니다. 이재용 회장 같은 부자가 세금으로 25만 원을 지원받는 게 민망하다면 신청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재벌 회장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에 핀셋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원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이나 고소득 정치인들도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받지 않게 됩니다.
10%의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그만큼을 이미 신청한 서민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습니다. 필요한 이들에게 두터운 지원이 가능한 겁니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원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런 지원금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저소득 가구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었고, 중산층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이미 검증된 방법을 이재용 회장에게 25만 원 줄 수 없다는 논리에 막혀 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 서민 지원과 지역 경기 활성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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