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9 09:53최종 업데이트 25.02.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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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해 파행을 빚고 있다.남소연

대통령 경호처와 비서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동조하고 사적 의전에 동원되면서도 예산 사용 내역은 철저히 감추고 있다. 특히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 1월 3일 윤석열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고, 그 이전에는 대통령 생일 행사에 경찰을 합창단으로 동원하는 등 국가기관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 경호처의 특수활동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67억 5000만 원 수준이던 경호처의 특수활동비는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증가해 2025년에는 82억 5000만 원이 편성됐다. 2022년 대비 15억 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반면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는 지난해 국회에서 불투명한 예산 집행을 이유로 82억 5100만 원 전액 삭감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 경호처를 포함한 대통령실의 예산 사용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의 예산 사용에 대한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정보공개센터는 윤 대통령 취임일인 2022년 5월 10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의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의 월별 집행액과 건수를 청구했다. 또한 윤석열의 1차 체포영장 유효기간의 예산 사용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 2025년 1월 1일부터 1월 6일까지 대통령 비서실, 경호처, 국가안보실이 집행한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의 일별 집행액과 건수도 청구했다.

이미 법원에서 대통령 비서실 예산 집행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비서실이 지속적인 항소와 상고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최소한의 자료라도 확보하기 위해 해당 내역을 청구한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의 비공개 결정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업무추진비에 대한 유형별 집행 건수와 집행액을 공개하고 있다. 2024년 4분기에만 1만 2140회에 걸쳐 13억 8784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집행했다고 밝혔다.정보공개센터

특히 정보공개센터가 청구한 내용은 구체적인 세부 내역(사용 일자, 사용 장소, 사용 금액)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 금액이 쓰였는지 확인하고자 한 최소한의 정보공개청구였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 및 경호처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항이며 외교·안보·경호 등 정부 주요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국가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이러한 비공개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통령 비서실은 이미 홈페이지에 분기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경호처 예산 역시 국회에서 매년 예산 총액이 공개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월별 집행 건수와 금액이 국가 기밀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예산 사용 내역을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 대통령 비서실 및 경호처의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가 이전과 동일하게 집행된다면 예산 남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모든 행정기관이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대에 유독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만 기밀이라는 핑계로 공공기관의 기본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 기본적인 업무 유지를 위해 떳떳하게 썼다면 금액조차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탄핵 판결을 몇 주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도, 용산 참모들은 '헌재 판결이 기각되어 대통령님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 사회는 불법 계엄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비롯해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보좌기관이 내란에 어떻게 가담하였는지, 또 내란수괴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일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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