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2024년 10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수원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유성호
검찰의 최대 화력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끄는 이창수(30) 지검장은 2020년 9월 추-윤 갈등이 격해질 무렵 '총장의 입'인 대검 대변인에 임명돼 윤 총장을 보위했다. 2022년 성남지청장 재직 시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수사를, 2023년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탄핵 사유는 김건희씨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로 종결한 것에 대한 지휘책임이다.
서울중앙지검장 아래 포진한 1~4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 길목으로 통하는 요직이다. 선임인 박승환(32) 1차장은 2019년 윤 대통령이 총장일 때 대검 반부패강력부 범죄수익환수과장을 지내고, 이듬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5월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서 중앙지검 1차장으로 영전한 그는 10월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전임자인 김창진(31) 검사는 한직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됐다.
윤석열 사단에 속하는 김창진 부장은 2016년 윤 대통령이 수사팀장을 맡았던 국정농단 특검팀 출신이다.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 중앙지검 특수4부장을 지냈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요직인 법무부 검찰과장을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조상원(32) 4차장도 국정농단 특검팀에 참여한 경력이 출세의 발판이 됐다. 2017년 윤 대통령이 이끌던 서울중앙지검에서 부부장으로 근무했고, 이듬해 사법농단 의혹 수사 때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조 차장은 2022년 이창수 성남지청장 바로 아래인 성남지청 차장검사로 재직하면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수사를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김건희씨를 불기소 처분한 후 이 지검장과 함께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됐다.
조상원 4차장 밑으로 세 명의 부장이 있는데, 이들이 반부패 수사의 실무 책임자다. 이준동(34) 반부패수사1부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을 거쳤다. 지난해 7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및 뉴스타파 기자들을 전격 기소함으로써 10개월째 끌어온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최재훈(34) 반부패수사2부장은 2019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참여했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한 후 상관인 조 차장과 함께 탄핵소추 당했다.
이승학(36) 반부패3부장은 2023년 전주지검 형사3부장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취업 특혜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하면서 이 부장을 중앙지검으로 데리고 왔다.
고검장급 검찰 인사, '구윤(舊尹)' 혹은 '신윤(新尹)'

▲김석우 법무부 장관 대행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춘석 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시갑)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다음으로 검찰의 원로원 격인 고검장(급)의 면면을 보자. 고검장들은 검찰 주요 현안 때 검찰총장의 의사결정을 돕는 고문 노릇을 한다. 최근 사례로는 1월 26일 심우정 총장이 윤 대통령 구속을 앞두고 전국 고검장/검사장 회의를 연 것을 꼽을 수 있다.
고검장급에서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빠른 사람은 법무부 2인자 김석우(27) 차관이다. 2019년 울산지검 차장으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최초 수사를 이끌었다. 당시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청와대를 겨냥해 울산지검 관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끌어와 수사를 확대했는데, 최근 항소심에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비롯한 관련자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돼 표적수사 논란이 재연됐다. 김 차관은 박성재(17)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낼 때 특수3부장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신자용(28) 법무연수원장은 윤 대통령과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에서 호흡을 맞춘, 윤석열 사단의 주축이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요직인 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냈다. 윤 대통령이 총장이 된 후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영전했다가 추미애 장관의 첫 인사 때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으로 밀려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대검 차장에 올랐다.
지난해 9월 그가 고검장 서열 1위인 대검 차장에서 법무연수원장으로 밀려난 것을 두고 '한동훈/이원석 색깔 지우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동훈(27)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며 최측근으로 통했던 데다 이원석(27) 전 총장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이 2024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브리핑 중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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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고검장은 모두 연수원 29기다. 먼저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은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윤 대통령의 인연은 약한 편이다. 2019년 윤 대통령이 총장일 때 대검 검찰연구관과 국제협력단장을 지냈다. 오히려 한동훈 전 대표의 고교 및 대학 후배라는 점 때문에 검찰 내 친한계를 대표하는 검사로 인식돼 있다. 박순용 전 검찰총장이 부친이고, 김용제 전 서울지검장이 외조부인 검찰 명문가 출신이다.
권순정 수원고검장은 윤석열 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을 맡았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고발사주 사건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함께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 3일에 걸쳐 128회 메시지를 주고받아 의심을 받았다. 뒷날 고발사주 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황병주 대전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으로 근무했다. 2019년 윤 대통령이 총장에 오른 뒤에는 대검 검찰연구관을 맡았다.
신봉수 대구고검장은 윤석열 사단의 대표주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창 적폐 청산의 칼을 휘두를 때인 2017~18년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의혹을 수사했다.
신 고검장은 윤석열 총장 시절에는 중앙지검 2차장으로 영전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을 지휘했다. 2020년 추미애 장관의 첫인사에서 평택지청장으로 발령 난 데 이어 이듬해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밀려났다가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인사 때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라는 요직에 올랐다. 이후 수원지검장, 광주고검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사단의 또 다른 간판인 송경호 부산고검장의 이력도 신 고검장과 비슷하다. 2017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밑에서 특수2부장을 맡았고, 2019년 특별수사를 이끄는 중앙지검 3차장으로 승진한 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수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이끌었다.
2020년 추미애 장관이 취임한 직후 여주지청장에 이어 수원고검 검사로 연거푸 좌천을 당했다가 윤석열 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를 놓고 민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인 일로 유명하다.
지난해 5월 송 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발령 나자 '좌천성 승진'이라는 평이 나왔다. 지검장에서 고검장으로 올라갔으니 승진이기는 한데,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인 만큼 좌천 성격이라는 해석이었다. 검찰 실세인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다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검 차장이나 서울고검장, 아니면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 고검장으로 승진하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검찰이 '디올 명품백'을 받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를 확정하면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원석 전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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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사는 대검 및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완전히 물갈이해 화제가 됐다. 송 지검장 휘하 중앙지검 1~4차장 전원이 교체됐는데, 검찰 안팎에서는 김건희씨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사건 처리와 관련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용산'과 검찰은 수사 방향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송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두 사건을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소환조사도 적극 검토했다. 이원석 총장도 중앙지검 의견을 받아들여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다.
노골적으로 검찰 지휘부를 압박하던 '용산'은 결국 인사권으로 수사 물줄기를 바꿨다. 이 총장의 손발인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 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신윤(新尹)의 대표주자인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김건희씨를 외부에서 조사하면서 이원석 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아 구윤(舊尹)-신윤 갈등설에 불을 지폈다.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이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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