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8 17:59최종 업데이트 25.02.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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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재개되었다.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현재 대통령 권한 대행)는 "국민연금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에 참여한 500명 시민대표단의 다수는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한다고 결론 내렸다.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사회(대표적으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 가입자 수(2024년 10월 31일 기준) 통계를 발표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재개되는 시점에 나온 통계라 그런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마치 서로 짠 것처럼 천편일률적 기사를 쏟아냈다. 이들은 2024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2023년 말에 비해 57만 명 감소했음을 강조했다. 가입자 수 감소는 국민연금 수입의 감소와 같은 말이니,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을 강조하는 기사이다. 이는 전혀 새롭지 않은 반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논점이 추가됐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 감소의 원인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불안은 특히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고도 한다. 결국 언론이 하고 싶은 말은, 청년층의 불신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하여 재정 고갈이 더 빨라지고, 누군가는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하자. 가입자 수를 비교하고 추세를 확인하려면, 같은 시기의 자료를 비교해야 한다. 이 숫자는 계절에 따라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2024년 10월 31일 기준의 가입자 수를 정확히 1년 전의 숫자와 비교하면, 41만5727명 감소했다. 이는 57만 명보다 약 15.5만 명 적은 감소이다.

2024년10월31일 기준 연령별 국민연금 가입자 수 / 전년 동기 대비 증감전용복

다음으로 가입자 수 감소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특히 청년층의 불신 때문인지 확인해 보자. 연령별 가입자 수의 증감은 그림에 나타나 있다. 언론의 주장대로 30대 미만 연령층의 가입자가 25만341명 감소하여, 전체 감소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청년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30대 가입자 수는 오히려 1만6508명 증가했다. 또한 40대에서는 16만1568명 감소했고, 50대에서는 2만3403명 증가했다(50대에서 특이한 점은 지역가입자만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첫째, 왜 연령별로 들쭉날쭉한가? 아직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이에 관한 전문 연구도 아직 없다. 하지만 '국민의 불신'이 원인이란 진단에 의문을 품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둘째, 왜 20대는 크게 감소했고, 30대는 오히려 증가했는가? 20대와 30대의 이러한 차이는 '청년층의 불신'이란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 변화에 미치는 요인들

국민연금 가입자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언론이 말하는 '불신'보다는 인구변화와 경제적 조건이 더 크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가 2030 청년층 가입자 수의 변화이다. 이 기간에 20대 인구는 약 27만 명 감소했다(통계청 출생아 수 기준). 인구가 감소하니 가입자 수도 감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반면, 30대 인구는 4만6392명 증가했다.

이들의 경제적 조건에도 차이가 있었다. 이 기간에 20대의 경제활동참가자 수(통계의 제한으로 15-29세 기준이고, 국민연금 가입 대상은 18세부터)는 약 24.9만 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도 18.1만 명이나 감소했다. 반면, 30대의 경제활동인구는 3.4만 명 증가했다. 취업자와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가입자 수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또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인구(실업자도 취업자도 아님)는 국민연금 '적용 제외자'가 되어,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요컨대, 청년층의 국민연금 불신이 커져서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인구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한 20대 가입자가 감소했다. 대조적으로, 인구와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 30대 가입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2021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도,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2030 중 60% 이상이 주된 노후 준비 수단이 국민연금이라 답했다.

불신을 조장하지 마라

불신 조장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인 빈곤율(40% 이상)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노인인구의 절대적 수와 비중도 점점 증가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근본적 해법은 출산율을 높여 인구구조를 더 젊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노인빈곤 해소와 노후소득보장을 이 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여, 가입자의 이탈을 유도하면, 금융자본에만 좋은 일이 된다. 노후 준비를 국민연금 대신 민간 연금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국민만 손해를 본다. 첫째, 국민연금은 매우 안전하다. 연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파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책임지는 국가는 파산하지 않는다. 민간 보험사가 파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자금을 운용하게 되면, 지급하는 연금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민간 연금보다 국민연금이 더 이익이다. 국민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연금 지급액도 올라간다. 민간에 그런 연금은 없다. 또한, 사업장 가입자는 연금 보험료의 절반만 낸다. 그래서 가입자의 실질적인 수익률은 두 배가 된다. 가령, 낸 돈 대비 받는 돈('수익비'라 부름)이 2배라면, 사업장 가입자의 수익비는 4배가 된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은 회사가 냈기 때문이다. 이런 민간 연금은 없다.

셋째, 국민연금은 소득이 낮을수록 유리한 제도이다. 다른 말로, 저소득자일수록 수익비가 높다. 이는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이 기능이 없는 연금제도를 채택할 경우, 노인층의 불평등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처럼 강제성을 갖지 않고, 노후 준비를 전적으로 개인의 자율에 맡길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후를 준비할까? 국민연금 '제도'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 빈곤층을 방치할 수 없듯, 각자의 선택에 맡길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2025.1.31 연합뉴스

일상에서 경험하는 원리는 이해하기 쉽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경험칙으로 세상만사를 이해하려 한다. 때로는, 특정 세력이 사람들의 이 성향을 이용해 여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어떤 문제를 다룰 때, 진실은 그 경험칙과 다른데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끼워 넣고 설명하는 사례가 많다.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관점이 이 사례 중 하나이다.

재정에 관한 경험칙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적자는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보수 언론과 정책 결정자들, 심지어 전문가들도 정부나 국민연금도 이 경험칙이 당연히 적용되는 것처럼 말한다. 인구 고령화로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래 국민연금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단순한 논리가 국민연금 개혁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상목 장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의 개혁'을 주문하는 것 아닌가.

국민연금의 재정은 가계나 기업의 재정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그 경험칙을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정부 재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한 자세하고 전문적인 설명은 졸고[전용복, 2024] 참고). 국민연금이 정부 일반회계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정부 재정의 일부란 말이다. 정부가 운영 주체인 한, 원리적으로 양자를 분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은 가계나 기업의 재정 원리와 다른가? 당연히 다르다! (졸저 전용복(2020)이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가계나 기업은 '돈'을 발행할 수 없지만, 정부(행정부와 한국은행)는 돈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근본적인 차이이다. 돈을 발행할 수 있다면 절대 파산할 수 없다. 개인이나 기업은 돈을 발행할 수 없으므로 재정 적자가 누적되면 파산할 수 있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정부 재정 위기는 '외환위기'이다. 정부가 발행할 수 없는 돈(외환, 금 등)으로 빚을 지면 정부도 파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통화(법정 통화)로 빌린 돈을 못 갚는 일은 없다. 국민연금의 재정, 즉 정부의 재정 적자는 외환 부채가 아니라, 국내 통화로 표시된 부채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국민연금의 적자, 다른 말로 정부의 부채를 무한히 늘려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세금(국민연금 보험료)은 꼭 필요하다. 다만, 세금은 재정 조달 목적이 아니라, 불평등 감소, 올바른 경제활동 유도 등의 이유로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정부 재정의 일부란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연금의 조달 범위를 달리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세입과 세출)을 집행한다. 특정 정책의 수혜 정도를 따져서, 더 많은 수혜를 입는 집단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없다. 예를 들어, 국방력이 강화되면 휴전선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더 큰 수혜를 입으므로 그들에게 '국방비로 쓸 세금'을 따로 더 많이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국민 누구도 '나는 힘이 세서 경찰이 필요 없으니, 치안에 드는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이것이 정부 재정의 일반적 속성이다.

그런데, 유독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원리를 강요한다. 국민연금 재정은 오직 가입자가 낸 세금(보험료)으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예를 들어, 양도세는 절대로 국민연금 지급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전제가 그것이다. 국민연금이 정부 재정의 일부라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없다. 이런 태도의 저변에는 '노후 준비는 개인적인 일'이란 전제가 깔려있다. 비슷한 예가 출산이다. 지금까지 출산과 양육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간주했다.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만약 출산과 양육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면, 왜 출산율 하락에는 호들갑을 떠는가?

출산이 사회적 성격을 갖는 것처럼, 고령화도 국가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이다. 치안과 국방도 그러하다. 그 수혜자를 선별하여 개인별로 세금을 차등 부과할 수 없다. 이는 국가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사회적 과제'이다. 따라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제도 또한 수익자 부담원칙을 강요할 수 없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근로소득에만 부과한다. 한 나라의 모든 소득을 합한 것이 GDP인데, 근로소득은 GDP의 30%도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더 내고 덜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당신은 치안유지의 혜택을 많이 받으니, 세금을 더 내라'는 말과 같다. 온 나라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를 개인적 문제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일 사회 전체가 국민연금을 분담한다면, 국민연금 지급이 국가 전체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될까? 국민연금 재정추계 위원회의 추산(제5차)에 따르면, 현 지급 수준을 유지할 때, 65세 노인인구 비중이 48%에 이르는 시기에도 국민연금 지급액은 GDP의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노령연금으로 이미 이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경제 전체로 봤을 때, 국민연금 지급 여력은 충분하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덜 받을 것인가에만 매몰되어 있다. 올바른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나는 GDP 대비 연금 지급 총액의 비율(=총지급액/GDP)을 노인인구 비중과 연동하는 개혁안을 제안한다. 국민연금 불신을 조장하고, 더 내고 덜 받는 방법을 당연한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

[참고문헌]
전용복, 2020.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위한 경제학』, 진인진출판사
전용복, 2024. "국민연금 재정은 정부 재정과 분리되어 있나?", 사회복지정책과 실천, 제10권 제2호, 99~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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