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뮌헨안보회의가 열린 독일 뮌헨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미러의 야합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휴전이나 종전 조건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나오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하지만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미러 협상 결과를 거부하면 트럼프의 다음 행보에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를 거야'라며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은 트럼프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선택지는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다. 휴전이나 종전 논의가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폭탄'과 조우하고 있다는 것도 유럽으로서는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 한때 미국을 제외한 최대 포탄 지원국이었던 한국도 미국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미러 협상 결과 거부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이 맞물리면 유럽으로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다. 미국의 군사 지원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도 러-우 전쟁은 러시아의 우세 속에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발을 빼면, 전황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더더욱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유럽의 군비 부담이 커질수록 정치사회적 혼란은 가속화되고 이 와중에 극우의 득세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또 유럽의 극우가 강해질수록 트럼프 행정부와 연대도 강해져 '대서양의 정체성'이 대혼란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공동의 가치와 이익'에 기반을 둬왔다는 나토는 트럼프의 귀환을 계기로 중대 고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유럽 내에선 '유럽 안보의 자주화'를 주창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게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은 현실 가능한 러-우 전쟁의 종결 방안 마련에 몰두하는 한편, 전후 유럽의 안보 구상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유럽이 악화일로를 걸어온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안보 증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 속에도 힌트가 있다. 그는 미·러·중 중심의 핵 군축과 군사비 감축, 그리고 러시아의 G8 재가입 등을 화두로 던졌다.
여기에는 유럽이 새로운 안보 구조를 모색하는 데에 유망한 요소가 있다. 군축 협상이 성과를 거두면 러시아의 군사적 능력과 위협, 그리고 유럽의 군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또 G8의 부활은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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