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 앞에서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DOGE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정책을 비용-편익 분석으로만 재단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인종차별 해소, 성평등 증진, 소수자 보호를 위해 미국이 수십 년간 공들여 발전시켜 온 제도들이 '비효율'이란 이유로 폐지된 것이다. 능력주의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이지만, 그 배경이 되는 원인은 백인 남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하겠다는 의도다.
방식도 과격하다. 인사관리처의 다양성책임자협의회가 해체되었고, 약 10억 달러(1조 4486억 원)의 관련 계약이 취소되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DEI 담당자들은 강제 휴직 조치되었으며, 교육부에서만 260만 달러(37억 7000만 원) 규모의 관련 사업이 중단되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용노동부 차별시정 기능을 없애고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국제 지원의 중단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연간 720억 달러(104조 2992억 원)의 국제 원조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 시기에 설립된 USAID는 60여 년간 미국의 '소프트파워' 핵심 기구였다. 빈곤 퇴치, 민주주의 발전, 기후변화 대응, 재난 구호 등에서 세계를 이끌어왔다. 한국도 1950~60년대 이 지원의 혜택을 받아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다.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는 미국이 되겠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미국이 더 이상 리더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금이야 재정 손실 줄인다며 이런 조치들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많지만, 길게 봐서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지역 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조치다.
트럼프의 미국을 상대하는 법
트럼프의 미국은 더 이상 교과서에 나오는 '모범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다. 측근정치, 가족을 통한 국정 운영, 권력 사유화는 오히려 우리의 불행한 과거와 현 탄핵 정국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의 미국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그러나 미국이 민주주의 궤도를 이탈할수록 우리는 더욱 민주주의 원칙으로 무장해야 한다.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황제처럼 굴며 19세기식 궁정외교를 강요하더라도, 우리는 민주주의 제도와 원칙에 기반한 대응을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론부터 핵무장론까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외교협상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 간 힘의 비대칭을 민주적 다양성으로 보완해야 그나마 협상력이 더 나아진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 접근법도 적극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상호주의가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이 친미든 반미든 오히려 막연한 감성적 외교나 접근이 국익에 더 해롭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와 첨단산업 역량, 동맹 기여도를 분석해 미국이 지금껏 당연하게 무상으로 누린 혜택을 정확히 계산하는 접근법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북핵 용인이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는 핵무장 옵션이나 주한미군 기지 유상 제공 등으로 맞대응해야 한다.
한미 관계의 근간은 특정 정파나 인물이 아닌,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와 제도다. 바이든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 바뀌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이 원칙과 제도를 지키는 것이 협상력도 높이고 진정한 국익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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