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낙태 반대 시위대 사면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화는 미국보다 중국, 한국, 그리고 제3세계 국가들에게 더욱 큰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세계화의 초기 단계에서 미국은 주도권을 행사하며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후발 주자들이 글로벌 경제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며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게 가장 큰 전략적 도전이 되었다. 중국은 세계화의 이점을 극대화하여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가 되었고, 점차 기술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미국 경제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미국은 세계화가 자국에도 이익을 주지만, 경쟁국들에게 더 큰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상대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였다. 그는 세계화가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를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자유무역을 제한하며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는 국가들(특히 중국, 한국, 유럽연합 등)에 대해 강력한 관세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반세계화의 실험과 미국의 전환
트럼프 1기 당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세계화 정책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 반세계화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보다 다른 나라들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국들은 무역전쟁과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경제 성장 둔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미국 경제의 상대적 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의 경제 성장 데이터를 보면, 미국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주의의 탄생과 함께한 '우연한 실험'의 결과로, 미국은 반세계화 정책이 자국의 국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 확신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과 별개로, 트럼프 2기의 탄생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더욱 강력한 반세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민주주의 헤게모니'라는 외피를 벗고, 보다 노골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미국 헤게모니'로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미국 헤게모니'의 새로운 시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열린 미국 신정부 대응 업계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패권 전략은 이제 보편적 가치의 확산보다는 직접적인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보다는, 보호주의적 경제 정책과 강경한 대외정책을 통해 패권을 유지하려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국제 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반세계화 정책이 경제적으로 결정적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 한, 미국은 폐쇄적 패권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세계는 민주주의 헤게모니에서 보다 직접적인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로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제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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