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에서 동안거에 참가한 재가 불자들이 참선을 하고 있다. 201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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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윤 대통령의 옥중 생활은 일종의 동안거(冬安居, 불교에서 스님들의 겨울철 수행 기간)로서, 삶을 되새기는 기회다. 동안거의 화두는 '이 뭣고(이것은 무엇인가)'를 비롯해 '무(無)' '나는 어디서 왔는가' '사는 의미는 뭔가' 같은 것들이다.
실제 스님들이 3개월 동안의 동안거에 들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어떤 곳은 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기까지 한다(폐문정진). 콧구멍만한 방안엔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 공양(밥)은 하루에 단 한 번(오전 11시), 개구멍 같은 문으로 소량을 넣어준다. 달콤한 음식 냄새, 달콤한 세상 냄새를 단칼에 없애기 위함이다. 방안에는 몸을 씻기 위한 물, 요강, 흰 벽이 있을 뿐이다.
번뇌와의 싸움은 육신을 박제하듯 고통스럽다. 졸음이 온몸의 땀구멍으로 쳐들어오고 1000여 개의 근육은 마디마디 저리다. 화두는 언제나 여우처럼 놀리며 달아난다. 산문(山門)밖의 일을 끊는 것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3개월간 산사와 선방, 토굴에 머물던 납자(스님)들은 세상의 평화로운 큰 뜻을 깨닫고 겨울 밖으로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소한 주린 자의 배고픔을 알 만큼 적은 공양에 감사하고, 만남은 최대한 줄여 '민심의 참뜻은 뭣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가', '앞으로 어떻게 반성하나' 같은 화두를 잡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국민이 던져준 민의를 제대로, 똑바로 되새기는 동안거가 돼야만 동안거에서 해제될 수 있다. 좋은 음식에 넘치는 술을 마셨던, 세상을 호령했던 과거를 붙잡아봤자 공염불이다.
그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으면 세상은 계속 시끄러울 것이다. 주변을 맴도는 메신저들도 입을 닫아야 세상이 조용할 것이다.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 윤석열…. 국민들은 언제까지 감옥 가는 대통령을 바라봐야만 하는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일개 잡범처럼 옥에 갇혀 비운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는 건 비극이다. 심지어 권력을 무기 삼아 군주정치를 하려는 간악한 모리배 정치집단이 아직도 있다는 건 참담한 일이다. 권력이 무능하면 불행한 이는 항상 죄 없는 국민들이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뒤 츨구로 나오고있다. 앞부터 김기현 전 대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 정점식, 박성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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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지른, 벌어진 죄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다. 없던 것으로 칠 수도 없다. 탄핵을 막기 위해 온갖 거짓말과 선전선동, 악의적 공격을 지속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넘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탄핵의 유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탄핵할 수 있는 용기다. 지금의 감방생활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독방이 아니라 어둠의 경고를 받아들이는 고해성사의 방이어야 하는 이유다.
감방을 서성이는 국민의힘도 환골탈태 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국민의 힘이 국민의힘으로 모이지 않는다. 옥중정치를 부추기지 말고 대통령과 함께 사과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사과도 그나마 받아줄 마음이 남았을 때 가능하다. 때를 놓치면 사과도 원망과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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