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스포츠 경기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 미국은 남성과 여성, 두 성만 존재한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과, 여성 스포츠 경기에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여를 금지한다는 행정 명령에 대해, "환영하고, 안도감을 느낀다"라는 주민 몇 분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뉴욕주 퀸스에 사는 A씨는 어린이 행사인 '드래그퀸 스토리텔링 타임(Drag Queen Storytelling Time)' 때문에 오랜 친구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뉴욕시엔 5개 행정 구역이 있다. 한인 인구 비율이 높은 퀸스도 그중 한 행정 구역이다.
공립 도서관의 '스토리텔링 타임'이란, 미취학 어린 연령의 아동을 대상으로 보통 도서관 사서나 자원 봉사자들이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뉴욕시의 다수 공립 도서관에서는 여장 남성인 '드래그퀸'이 진행하는 '스토리텔링 타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드래그 스토리 아워' 뉴욕 지부는 2017년에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하고 정치권과 공립 도서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비단 '드래그퀸 스토리텔링'뿐 아니라 '소수자와 다양성 포용'이라는 제하에 공공 기관이 예산 지원을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그 대상 또한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주민 B씨는 자신을 인도의 가족과 종교 전통에 '약하게 걸린 고리'라고 소개하는 젊은 엄마다. "(학업, 안전, 교우관계, 건강 등 미성년 자녀의) 다른 일들은 다 부모의 책임하에 두면서 왜 성별만 예외를 두는지 모르겠다"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미국에서는 10대들의 성정체성 선택을 개인의 권리로 보고, 가족이 그 결정을 지지하지 않을 때 경우에 따라 '학대'라 보는 사례가 있었다. 학부모 게시판에는 비슷한 사례를 다룬 게시물이 가끔 올라온다. 젠더프리(남녀공용) 화장실 설치나 운동부의 문제를 넘어서서 법이나 공권력으로 가족의 문화나 가치가 단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았던 것이다.
짧은 대화를 나눈 주민들은 A와 B씨처럼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 경기에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금지'를 환영한다는 카테고리로만 묶일 뿐이다. 그런데 한 번 연결되면 검색 엔진과 소셜미디어,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따라 줄곧 편향된 정보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아무 관계 없던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재확산 시키며 가짜 정보였던 것이 어느새 '각인' 효과를 내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런 '응집력'을 얻기 위해 가짜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를 들 수 있다. 이미 가짜뉴스 문제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퇴출당한 경력이 있는 로라 루머는, 지난 대선 트럼프 캠프에 비공식적으로 합류해 자문 역할을 했다. 그녀는 음모론을 정치적인 선동 어휘로 끌어넣는데 탁월하다. 대선 토론 당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라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 역시 로라 루머가 출처로 지목된다.
B씨에게 교내 10대의 성정체성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물었다. 주로 같은 학교 학부모 게시판(페이스북)의 하위 그룹에서 정보를 얻고, 거기서 부모 권리 보호 협회와 관련한 유튜브 채널을 구독 중이라고 한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그 협회는 정식으로 정부 승인을 받은 비영리조직(Non-profit organization)이냐고 물었다. B씨는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협회(Assosiation)이니 당연히 전문성이 있는 기관 아니겠냐고 했다.
알고리즘을 타고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에는 협회, 기관, 부서, 연합이라 표명된 각종 단체와 교수, 법조인, 의료인 등 전문가 타이틀을 건 개인이 가득하다. 검증되지 않은 단체와 배경이 모호한 '전문가'의 발언은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정보'가 된다. 알고리즘의 위력이자 타이틀의 위력인 셈이다. 따로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건 비단 B씨만이 아닐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더 취약한 이유가 우익에 편향된 가짜 정보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는 오하이오 주립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심지어 가짜뉴스는 공유도 더 잘 된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미국 메이저 언론의 뉴스보다 가짜뉴스의 공유율이 18%나 높았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표현의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위기
▲빅테크 기업의 가짜뉴스 확산 근절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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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들은 가짜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엑스의 전신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는 큐어넌 관련 계정을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빅테크의 노력은 실패에 가깝다. 가짜뉴스 제공자들은 오히려 자체 채널을 갖추어 구독자를 늘렸고, 정계 진출에 성공한 극우 지도자들과 연결되면서 가짜뉴스가 그들의 혐오 발언에 쓰이도록 했다. 아직은 기술력만으로 가짜뉴스를 제대로 검열하거나 막을 수 없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가짜뉴스의 선별은 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여러 전문가들이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을 이길 방법을 읽기 능력에서 찾는다. 이전 세대에 요구되는 능력이 정보 통합력이라면, 현세대에 요구되는 능력은 '정보 감별력'이라는 것이다.
미국에는 폴리티팩트(PolitiFact)나 팩트체크(FactCheck.Org)와 같은 뛰어난 가짜뉴스 검별 플랫폼이 있지만, 보다 직관적이고 대중의 접근성이 쉬운 앱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짧은 대화를 나눴던 주민 가운데는 "거짓말을 하고 가짜뉴스를 말해도 처벌받지 않는데 당연히 진실보다 이익에 맞춰 살지 않겠느냐"는 분이 계셨다. 법을 만들고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이들의 각성과 의지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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