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24 11:52최종 업데이트 25.02.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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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극우세력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여론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배제를 조장하고, 음모론을 확산시키면서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더 큰 문제는 가짜뉴스로 만들어진 여론에 무분별하게 편승하는 정치권이 '혐오 정치'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망가뜨린다는 점입니다. 세계 각국의 '극우발 가짜뉴스'를 조명하고, 이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의 일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분이 대부분인 단톡방에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긴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내가 보기엔 다소 황당한 내용들이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공립 학교에 성조기를 못 걸게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가 카톡 폭격을 맞았다.

멀쩡하게 성조기가 걸린 아이 학교 사진도 올리고, 교내 콘서트 시작 전 교장선생님의 사회로 성조기를 향해 충성의 맹세(Pledge of Allegiance)를 하는 짧은 영상을 올려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있었다. 평소에 타향살이를 위로해 주시던 친절한 분들이었다. 확신이 신화가 돼버린 사람들을 처음 맞닥뜨린 날이었다.

가상 세계를 뚫고 나와 현실 세계를 뒤흔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2023년 8월 8일 미국 뉴햄프셔주 윈덤에서 QAnon(큐어넌)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EPA/연합뉴스

지난 2016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피자 가게가 있었다. 맛집이어서도 아니고, 특별한 메뉴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코멧 핑퐁(comet ping pong)은 흔한 동네 피자집이었다. 20대의 젊은 아빠 에드거 웰치가 가게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준비해 온 총기를 난사했다. 다행히 인명 사고 없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웰치의 범행 동기는 단순했다. 가게 지하에 소아성애자들이 이용하는 아동 성매매 구금 시설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단다. 그런데 아동 구금시설은커녕 가게에는 지하실조차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총기를 내려놓고 경찰에 투항했다. 그러나 그는 장소가 잘못되었을 뿐 정치인과 결탁된 아동 구금시설이 있다고 여전히 믿었다. 이른바 '워싱턴 피자게이트 사건'이다.

대체 누가 그에게 코멧 핑퐁 가게 지하에 아동 구금시설이 있다고 알려주었을까. 잘못 지목된 장소 문제가 아니었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과 소아 성매매 기업의 유착'이라는 가짜뉴스가 문제였다. 다수의 미국 언론은 가짜뉴스를 제공한 SNS와 유튜브의 배후로 큐어넌(QAnon)을 지목했다.

알려졌다시피 큐어넌은 백신 음모론이나 케네디 대통령 생존설 등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음모론 신봉 집단이다. 큐어넌이 만들어낸 상당수의 정보는 '텍사스에 내렸던 폭설이 빌 게이츠가 만든 가짜 눈'이라는 주장처럼 확인되지 않거나 실체가 없음에도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곤 한다. '피자 게이트' 사건처럼 큐어넌 신봉자가 일으키는 소동과 사건들이 더러 있었지만, 2021년 벌어진 미국 국회의사당 침탈 사건은 큐어넌이 극우 폭력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나 오스 키퍼스(Oath Keepers)와 함께 집단적,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사실 가짜뉴스나 음모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굵직한 사건사고는 물론 특히 미국 대선 기간이 되면 유독 기승을 부리곤 했다.

'그림자 정부', '로스차일드', '프리메이슨'과 같이 예전부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던 용어가 '큐어넌' 신념이나 '딥스테이트'(Deep State) 담론으로 이어졌고 코로나 대공황을 거치며 빠르게 증폭되었다. 음지에서 양지로, 마이너 미디어에서 주류 언론으로, 정치계로 옮겨왔다.

딥스테이트(Deep State) 담론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거대한 권력층이 미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엔피알(NPR)과 입소스의 여론조사(2020년 12월)에 따르면 미국인의 74%가 딥스테이트 담론에 공감한다는 결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해체를 천명하며 정부 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를 신설하면서, 딥스테이트가 실재하는지 혹은 정적 타파용인지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던 메타(페이스북)를 위시한 빅테크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가짜뉴스 검열에서 한발 물러서는 추세다. 지난 1월, 메타 CEO인 주커버그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팩트 체킹' 기능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가짜뉴스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신념을 만들고, 잘못된 신념을 공유하는 집단을 형성하고, 가상 세계를 뚫고 나와 현실 세계에서 주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된다는 데 있다.

가짜뉴스를 통한 선동과 응집을 활용하는 정치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스포츠 경기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제 미국은 남성과 여성, 두 성만 존재한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과, 여성 스포츠 경기에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여를 금지한다는 행정 명령에 대해, "환영하고, 안도감을 느낀다"라는 주민 몇 분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뉴욕주 퀸스에 사는 A씨는 어린이 행사인 '드래그퀸 스토리텔링 타임(Drag Queen Storytelling Time)' 때문에 오랜 친구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뉴욕시엔 5개 행정 구역이 있다. 한인 인구 비율이 높은 퀸스도 그중 한 행정 구역이다.

공립 도서관의 '스토리텔링 타임'이란, 미취학 어린 연령의 아동을 대상으로 보통 도서관 사서나 자원 봉사자들이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뉴욕시의 다수 공립 도서관에서는 여장 남성인 '드래그퀸'이 진행하는 '스토리텔링 타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드래그 스토리 아워' 뉴욕 지부는 2017년에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하고 정치권과 공립 도서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비단 '드래그퀸 스토리텔링'뿐 아니라 '소수자와 다양성 포용'이라는 제하에 공공 기관이 예산 지원을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그 대상 또한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주민 B씨는 자신을 인도의 가족과 종교 전통에 '약하게 걸린 고리'라고 소개하는 젊은 엄마다. "(학업, 안전, 교우관계, 건강 등 미성년 자녀의) 다른 일들은 다 부모의 책임하에 두면서 왜 성별만 예외를 두는지 모르겠다"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미국에서는 10대들의 성정체성 선택을 개인의 권리로 보고, 가족이 그 결정을 지지하지 않을 때 경우에 따라 '학대'라 보는 사례가 있었다. 학부모 게시판에는 비슷한 사례를 다룬 게시물이 가끔 올라온다. 젠더프리(남녀공용) 화장실 설치나 운동부의 문제를 넘어서서 법이나 공권력으로 가족의 문화나 가치가 단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았던 것이다.

짧은 대화를 나눈 주민들은 A와 B씨처럼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 경기에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금지'를 환영한다는 카테고리로만 묶일 뿐이다. 그런데 한 번 연결되면 검색 엔진과 소셜미디어,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따라 줄곧 편향된 정보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아무 관계 없던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재확산 시키며 가짜 정보였던 것이 어느새 '각인' 효과를 내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런 '응집력'을 얻기 위해 가짜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를 들 수 있다. 이미 가짜뉴스 문제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퇴출당한 경력이 있는 로라 루머는, 지난 대선 트럼프 캠프에 비공식적으로 합류해 자문 역할을 했다. 그녀는 음모론을 정치적인 선동 어휘로 끌어넣는데 탁월하다. 대선 토론 당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라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 역시 로라 루머가 출처로 지목된다.

B씨에게 교내 10대의 성정체성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물었다. 주로 같은 학교 학부모 게시판(페이스북)의 하위 그룹에서 정보를 얻고, 거기서 부모 권리 보호 협회와 관련한 유튜브 채널을 구독 중이라고 한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그 협회는 정식으로 정부 승인을 받은 비영리조직(Non-profit organization)이냐고 물었다. B씨는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협회(Assosiation)이니 당연히 전문성이 있는 기관 아니겠냐고 했다.

알고리즘을 타고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에는 협회, 기관, 부서, 연합이라 표명된 각종 단체와 교수, 법조인, 의료인 등 전문가 타이틀을 건 개인이 가득하다. 검증되지 않은 단체와 배경이 모호한 '전문가'의 발언은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정보'가 된다. 알고리즘의 위력이자 타이틀의 위력인 셈이다. 따로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건 비단 B씨만이 아닐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더 취약한 이유가 우익에 편향된 가짜 정보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는 오하이오 주립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심지어 가짜뉴스는 공유도 더 잘 된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미국 메이저 언론의 뉴스보다 가짜뉴스의 공유율이 18%나 높았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표현의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위기

빅테크 기업의 가짜뉴스 확산 근절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rawpixel

빅테크 기업들은 가짜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엑스의 전신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는 큐어넌 관련 계정을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빅테크의 노력은 실패에 가깝다. 가짜뉴스 제공자들은 오히려 자체 채널을 갖추어 구독자를 늘렸고, 정계 진출에 성공한 극우 지도자들과 연결되면서 가짜뉴스가 그들의 혐오 발언에 쓰이도록 했다. 아직은 기술력만으로 가짜뉴스를 제대로 검열하거나 막을 수 없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가짜뉴스의 선별은 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여러 전문가들이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을 이길 방법을 읽기 능력에서 찾는다. 이전 세대에 요구되는 능력이 정보 통합력이라면, 현세대에 요구되는 능력은 '정보 감별력'이라는 것이다.

미국에는 폴리티팩트(PolitiFact)나 팩트체크(FactCheck.Org)와 같은 뛰어난 가짜뉴스 검별 플랫폼이 있지만, 보다 직관적이고 대중의 접근성이 쉬운 앱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짧은 대화를 나눴던 주민 가운데는 "거짓말을 하고 가짜뉴스를 말해도 처벌받지 않는데 당연히 진실보다 이익에 맞춰 살지 않겠느냐"는 분이 계셨다. 법을 만들고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이들의 각성과 의지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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