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4 16:09최종 업데이트 25.02.14 16:09
  • 본문듣기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기후위기는 행성적 지속가능성의 문제이다. 이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없다. 파리기후체제 하에서 1.5도 상승 제한을 위한 기후대응은 모든 당사국의 의무다. 앞선 나라들은 기후대응을 기후 탄력적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기회로 삼고 막대한 정책자원을 쏟아붓는 녹색전환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의 그린딜, 미국의 그린뉴딜, 일본의 녹색전환 시책,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녹색전환 포함) 등이 그러하다.

대규모 재정 투입과 법·제도 개혁은 고탄소 경제·사회구조의 전환을 촉매하면서 미래의 탈탄소 성장과 경쟁력을 끌어낼 것이다. 녹색전환의 경쟁적 추진 뒤엔 미래의 글로벌 녹색 패권을 잡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


이에 견줘 우리나라의 녹색전환은 더딜 뿐만 아니라 보수정권 하에서는 심지어 퇴보하고 있다. 이는 여러 녹색전환 지수 평가에서 드러나고 있다. 독일의 비정부 조직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 뉴클라이밋연구소 등은 2023년 12월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통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이 전체 67개국 중 64위라고 평가했다.

기후 경향 채권지수를 출시한 블룸버그도 자체 플랫폼 클라이밋 스코프를 통해 전 세계 140개국 중 한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매력도를 65위로 평가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녹색 전환이 지연되는 기후 후진국으로 분류되어 자본의 유출마저 우려된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23년 6차 보고서에 의하면 1.5도 글로벌 목표를 달성하면서(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의 경로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실패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게 되면 기후 변동성의 급격한 확대(극한 기후)로 천문학적인 '기후위험의 비용'이 발생한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들은 가치가 없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하게 된다. 녹색전환이 더딘 한국은 좌초자산의 발생 규모와 비중이 가장 큰 나라에 속한다.

녹색전환이 늦어질수록 글로벌 기후 행동에 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녹색전환을 향한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 2025년이 한국사회의 녹색전환을 본격 시동하는 해가 되도록 국정의 방향과 목표를 다 잡아야 한다.

녹색전환, 중장기적으론 비용을 편익으로 바꿔

2024년 9월 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지금 기후위기의 주요 지표들은 넘어서는 안 될 '행성적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 넘는 속도가 지난 수년간 더욱 빨라지고 있다. 1.5도 상승 시까지 더 배출할 수 있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510기가톤이다. 하지만 지구촌 전체 배출시스템(산업, 도시 등)이 지금과 같이 계속 작동하면 660기가톤을 배출하게 된다. 이 차이만으로 1.5도 상승 제한이라는 글로벌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체제는 1.5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의사결정을 하는 로컬 국가들은 실제 3.2도를 향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심각한 갭 속에서 기회주의식 기후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러하다.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7%씩 감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기후투자를 현재보다 6배 늘려야 한다. 매년 7% 감축을 위해 투자를 6배 늘리는 판단과 그 실행은 결코 쉽지 않다. 이는 딜레마다. 기후 문제는 근본적으로 '공유지의 비극'의 문제다. 외부 불경제인 기후비용을 누구도 '내부화'하려 하지 않는다. 녹색전환은 기후비용을 내부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편익으로 바꾸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책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에서 기후위기는 글로벌 체제 하에서가 아니라 로컬의 공동체 스케일에서 풀어야 한다고 했다. 공동체성이 있는 사회 단위에서는 기후비용을 자발적으로 내부화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현실로 돌아오면 이것은 국가공동체 내에서 국가의 역할과 관련된다. 좁힌다면 국가의 전환적 리더십, 기후투자를 둘러싼 민주적 의사결정, 국민적 참여, 즉 기후 민주주의와 관련된다.

녹색전환은 기후비용을 기후투자로 내부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편익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에너지, 산업, 소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연구보고서(2023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210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총투자비용이 2700조 원(현재 가치로 1850조 원) 소요되지만, 총편익은 기후편익(3090조 원)과 투자편익(2347조 원)을 합쳐 543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편익의 발생은 2045년경부터 빠르게 가속되다가 2063년엔 아래 있던 편익 곡선이 위의 비용곡선을 뚫고 솟아오르는 '탄소중립 골든 크로스'가 달성된다고 한다. 2030~2040년 사이 선제적, 적극적 투자를 통해 신시장의 선점, 생산성 향상, 인프라 확대 등을 이룬다면 투자편익의 조기 극대화가 담보된다고 한다. '선제적, 적극적 투자'는 결국 정부 정책의 몫이다. 유럽의 그린딜이 그렇듯,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은 이런 사유로 마련된 것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후위기가 초래한 극심한 가뭄에 말라 죽은 옥수수셔터스톡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그린뉴딜의 재추진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연 57조~87조 원의 투자(국내 GDP의 2.6~3.8% 수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부가 수립한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027년까지 총 89.7조 원(연간 18조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나마 계획된 투자마저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2050년을 목표로 하여 매 5년 단위로 수립·재정비하되 유럽의 '핏포55(fit for 55)'와 같은 패키지 실행 정책 수단을 갖춰야 한다.

둘째,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녹색전환 중심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원전 우선·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탄소 인지 예산제' 적용 대상과 범위를 넘어 예산 편성 자체를 녹색 전환해야 한다.

셋째, 탄소 비용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기존 에너지 환경세 등을 개편해 한국형 탄소세를 도입해 기업과 소비자들의 탄소 비용에 대한 방어력과 적응력을 미리 높여주어야 한다. 이 탄소세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부과하고 그 수익은 기본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탄소비용의 (가격) 내부화를 통해 탄소배출을 사회적으로 줄이는 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설계해야 한다.

넷째, 그린워크(green work) 혹은 그린잡(green job)의 창출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효율 제고와 재생에너지원 개발 등에 적절하게 투자할 경우 2022~2030년 사이 81만~86만 개, 2031~2050년 사이 90만~120만 개 등 최대 20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는 대부분 녹색 일자리로서, 급여 등 질적인 면에서도 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그린뉴딜과 연동하여 그린워크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연간 10만~20만 개의 그린워크를 만들어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법·제도의 개선이다. 현행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탄소중립 녹색전환 기본법'으로 개정해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전환을 위한 탄소중립의 성격·방법을 재규정하고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그린뉴딜과 연동시켜야 한다. 또한 녹색전환을 관장할 정책 추진 시스템을 환경부 중심으로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부총리급)로 승격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섯째, 전환적 리더십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새천년 국가환경 비전' 선포,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지속가능발전 비전' 선포,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발표 등과 같이 녹색전환에 관한 국가적 비전을 대통령이 선언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정 운영의 무게를 녹색전환(선진화)에 싣는 전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조명래 / 단국대 석좌교수(전 환경부장관)조명래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조명래는 단국대 석좌교수입니다. 영국 서식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단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습니다. 계간 환경과 생명 편집인, 한국환경회의 대표,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장 등 시민단체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환경연구원 원장에 이어 18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