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1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2020년 이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상가에 방문했고, 이를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들에게 얘기할 정도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공동취재사진
"선진국 주류 언론은 기사 제목에 따옴표를 넣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은 남의 말을 옮겨주기만 하는 따옴표 제목이 넘쳐흐른다. 선전 도구로 전락하는 일이라는 끊임없는 비판에도 버텨온 관행이다. 속보 클릭 경쟁 환경에서 지금도 사이비 민주주의자의 전략적 발언을 옮기기에 급급하다. 굳이 내란 옹호 주장을 옮겨야 한다면 직접인용 말고 '홍길동, 사법 집행 또 비난'이란 식의 진짜 사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기사 안에서도 '그가 말했다'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말한 바'의 사실 여부를 알려야 한다. "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쓴 지난 2일
<경향신문> 칼럼은 12.3 내란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 관행을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모론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주장을 기사로 옮기는 것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면, 강 교수의 말처럼 언론은 내란 옹호의 '선전 도구'로 전락할 뿐입니다.
정훈님도 아시겠지만 사실 전씨뿐만이 아닙니다. 유력 정치인의 발언은 '속보'를 달고 급속도로 퍼지지만, 그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권 원내대표의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할 수 없다"는 발언은
팩트체크 결과 거짓이었지만 일부 언론은 권 원내대표의 말을 그저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심지어 권 원내대표는 지난 1월 2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2020년 이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상가에 방문했고, 이를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들에게 얘기할 정도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곧바로 <연합뉴스> 등을 통해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 모친상에 조문을 간 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유력 정치인의 말을 빠르게 받아써서 기사화하는 관행이, 언론을 '가짜뉴스 진원지'로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찬성 집회는 대부분 중국인 맞네요"라는 내용이 포함된 출처 불명의 글과 사진을 올리자(나중에 삭제), 이를 검증 없이 단순 인용한 언론들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자 작정한 것이 아닐까요?
'끝나지 않은 내란'에 대응하는 언론의 자세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총 8개 언론현업단체들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내란범죄 지지 및 옹호 보도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언어는 그것이 프레임, 원형(prototypes), 은유, 서사, 이미지, 감정에 상대적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힘을 얻는다. 언어의 힘 중 일부는 그것의 무의식적 측면에서 비롯된다. 즉, 우리가 언어가 우리 안에서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것은 숨겨진 채 항상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같은 언어를 반복해서 들으면, 그 언어가 활성화하는 프레임과 은유를 점점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언어를 부정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동일한 프레임과 은유가 활성화되고 따라서 강화된다." -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페이스북에 자신의 저서(The Political Mind: A Cognitive Scientist's Guide to Your Brain and Its Politics)를 발췌해 올린 글 (김성우 번역)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작가가 지난 1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 세력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 적는 언론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지 레이코프의 말"이라며 옮긴 내용입니다. 김성우 작가는 "일련의 언어 표현은 일종의 방아쇠(trigger)가 되어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그 안에 담긴 사고의 패턴을 격발하고, 이는 사람들의 생각에 균열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언론이 내란 피의자들 혹은 내란 동조자들의 말을 검증이나 비판 없이, 반복적으로 전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결국 음모론을 조장하고, 탄핵 심판 불복을 운운하는 극우세력이 형성한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일테니까요.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전씨와 같은 이들의 말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의 역할은 그 말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팩트체크해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일입니다. 그것이 '끝나지 않은 내란'에 대응하는 언론의 자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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