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06 10:53최종 업데이트 25.02.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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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과제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었다.연합뉴스

식당에서조차 종이컵을 쓰는 일이 보통이 되어버렸다. 빈 그릇 하나 갖다 달라고 별도 요청을 해야 하는 다소 까다로워 보이는 손님이 되어야 하나? 그럴 바에야 그냥 쓰자 종이컵! 다회용컵이 사라진 식당에서 강요되고 있는 종이컵 남용 실태다. 우리 모두를 위한 규제가 사라진 탓에 자율이 허용한 종이컵과 쓰레기. 그래도 자율이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

1회용 폐기물 문제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 1회용품, 플라스틱 정책은 후퇴 중이다. 우리 사회는 5년 전 식당이나 카페 등의 매장에서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수저, 포크, 나무젓가락 등을 사용할 경우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며 사용을 규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초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1회용품 사용은 엔데믹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종이컵 사용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뿐만이 아니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규제를 위한 계도기간도 무기한으로 연장되었다.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던 1회용컵 보증금제는 제주도와 세종에서만 시범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택배 과대포장 단속 또한 2년이나 늦춰졌다. 그나마 시행되었던 1회용품 및 플라스틱 남용을 막고자 했던 정책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속속 유예되고, 규제에서 제외되는 퇴행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 이유로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들었지만, 실제 정부의 규제 정책에 맞서서 준비해 온 종이 빨대 제조업체나 1회용컵 보증금 라벨지 생산 유통에 참여한 업체는 조폐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 관리센터로부터 1회용컵 표시라벨 제작 업무를 위탁받은 조폐공사 역시 손실을 입었다.

1회용품이 더욱 범람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헌법 유린,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의 탄핵과 더불어 그가 결국은 부추겼다고밖에 설명이 불가능한 1회용 사용 및 플라스틱 정책 퇴출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역별 여건에 맞게?

올해 발표한 환경부 주요 정책 추진 과제를 보아도 여전하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지역별 여건에 맞게 대상과 기준, 방식을 적용하여, 카페거리나 대형 프랜차이즈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음료 금액에 1회용컵 1개당 보증금을 포함하고 빈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반납해 주는 제도다. 1회용컵 사용을 억제하고, 1회용 컵 회수율을 높이며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 제도가 효과를 보려면 1회용컵이 발생하는 업종을 대상으로 전 지역, 즉 전국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어느 곳에서 구매했는지와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반납하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교차 반납) 해야 하며, 무인회수기를 확대해야 한다.

1회용컵의 과도한 사용과 투기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 특정 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정'된 곳에서만 시행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무 규제의 차별적 제도 적용에 따른 형평성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녹색연합

그러나 정부는 제도 시행의 어려운 점만을 열거하며 차일피일 전국 시행을 미루고 있다. 제도가 시범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행정 담당자가 한 말처럼, 모든 어려움을 해결한 상태에서 제도 시행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제도 변화의 가장 큰 장애다. 그런 기조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넘쳐나는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유럽연합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세금을, 독일은 1회용 플라스틱 금지를 제도화하며, 접시, 나이프, 포크, 수저 빨대, 스틱, 스티로폼 음료 용기 등을 규제하고 있다. 뉴질랜드, 호주, 미국, 인도 등 다수의 국가에서 1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40년까지 1회용 플라스틱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태평양환경(Pacific Environment)은 1.5도 이하로 지구기온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 적어도 2040년까지 1회용 플라스틱을 퇴출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폐기물 문제를 넘어선 플라스틱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8~10%가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쓰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계 플라스틱 동향 보고서(2022)는 매년 플라스틱 생산단계에서 약 10억 톤, 가공단계에서 약 5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말한다.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3.4%에 달한다. 1회용 플라스틱은 단지 폐기물 차원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4.6억 톤(2019년 현재)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고, 값싼 플라스틱의 특성상 이대로 생산과 소비, 폐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양은 급속하게 증가하게 되어 2060년에는 지금의 3배로 생산과 폐기물 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의 퓨 자선재단(PEW Charitable Trusts)은 지금처럼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2040년에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을 약 2900만 톤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전 세계 해안 1미터당 50kg의 플라스틱이 배출되는 양이라고 보고한다.

바닷새가 삼킨 플라스틱 조각들, 멸종위기 바다생물들의 배를 채운 비닐봉지, 플라스틱을 섭취한 거북이 사례 등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이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유해화학물질을 우리 몸속에 축적시키고 있다.

방치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들녹색연합

이대로도 곤란한데, 역행은 더더욱 곤란

수년간 배달 음식과 택배 이용이 급격해진 생활양식의 변화는 더욱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의 이용을 급증시켰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1회용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1회용 포장재나 용기는 대체 가능한 포장재나 용기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가 연간 소비하는 페트병이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는 양이고, 비닐봉지의 경우 서울시를 13번 이상 덮을 수 있는 양이란 비유도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효과를 거둘 수 없어 이미 실패로 판명 난 자율이란 미명의 정책 아닌 정책으로 회귀하며 1회용품과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후퇴시켰다. 이는 한마디로 1회용과 플라스틱의 범람을 촉진시킨 것과 다름없다.

지금은 1회용 및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넘어 플라스틱 생산의 원천 감량을 위한 목표와 로드맵을 세우고, 재사용 기반 시스템을 갖추는 등 탈 플라스틱 정책에 매진하며 플라스틱 오염 유발 기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여야 할 시기다.

이런 시급한 과제를 간과하고 이미 시행하고 있던 1회용 및 플라스틱 규제 제도조차 역행시키는 '자원 남용 및 플라스틱 폐기물 양산과 오염을 심화시키는 정책' 역시 탄핵되어야 할 반환경 정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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