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07 12:22최종 업데이트 25.02.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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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2025년, 경제 분야에서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정치경제학적 시각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경제학적 시각은 단순히 정치와 경제가 상호작용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는 정책과 제도가 왜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요구한다. 이러한 시각은 필연적으로 우파 포퓰리즘에 대한 경각심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최근 최고 권력자를 포함한 정책 결정자들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익숙했던 과거의 정책 결정자들과는 사뭇 다른 방식과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두 가지 사건이 있다.

건전재정과 감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초 많은 이들이 이번 정권이 이명박 정권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정책 결정자 그룹에 이명박 정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법인세를 포함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세제 개편안이 우리 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감세가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은 전통적인 보수 경제학의 핵심 논리로, 그 타당성을 떠나 정치적 수사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발표된 정책에는 의아한 점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은 취임 첫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광우병 사태까지 겹치며 지지율이 17%까지 추락했다. 윤석열 정부 또한 정권 초반에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암초에 부딪혔고,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두 정권의 정책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말 한국은행은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3.5%에서 5.25%로 인상해 놓았다.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자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0월부터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해, 2009년 2월에는 2%까지 인하하며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상황은 달랐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지만, 2021년 8월부터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의 여력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또 다른 거시경제 정책 수단인 재정정책까지 스스로 묶어버렸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배제한 것이다.

정치경제적 시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현 정권의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정책 결정자들은 왜 이렇게 건전재정과 감세를 강조했을까?" 그들이 바라본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전 정권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이었다. 단순히 전 정권에 대한 반감이 그들의 행동을 지배한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2024년 9월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 참석하는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금투세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2024년 11월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주식시장의 어려운 상황과 약 1500만 개인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는 원래 정부·여당이 주장했던 사안이었지만, 민주당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기적의 논리"를 제시하며 금투세 폐지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이 논리는 전체 생산연령인구의 0.4%에 해당하는 15만 명의 고액 자산가가 내는 세금을 없애면 주가가 상승하고, 그로 인해 전체 생산연령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500만 개인투자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경제정책으로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금투세 폐지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금투세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시장 주체들, 예를 들어 사모펀드, 고액자산가, 유튜버 등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기적 같은 경제정책은 결국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볼 여지가 크다.

금투세는 단순히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조세 정의에 그치지 않는다. 조세체계에서 중요한 형평성, 중립성, 일관성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해외 사례까지 다각도로 검토해 지난 10여 년 동안 정교하게 설계한 제도다.

금투세가 완벽한 제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심각한 결격 사유가 발견된 것도 아니며 여야 합의를 통해 도입하기로 결정한 제도였다. 그럼에도 단순히 도입 시기를 문제 삼아 폐지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금투세를 폐지해야만 하는 실질적이고 타당한 이유조차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에 대한 공포 외에 이를 실물 경제 부양 차원에서 정당화할 근거는 부족했다.

최근 들어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정책을 펼칠 때,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이해관계자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조세를 폐지할 때 그 조세를 내는 특정 이해관계자들만을 염두에 두는데 이는 정책 결정자가 아닌 이익집단의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은 우파 포퓰리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측 불가능한 우파 포퓰리즘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반세계화, 반의회, 반사법, 반언론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다시 승리했다. 우파 포퓰리즘의 부흥에 대해 경제적으로 설명하자면, 글로벌 금융위기, 국제무역에서의 중국 충격, 이민 문제, 기술 발전으로 인한 저숙련 일자리 붕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단순히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만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적 설명으로 등장한 것이 문화적 동질성, 전통적 가치, 국가 정체성을 위협받는 듯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감정적 역풍이다. 백인, 노년층, 보수층, 서민층이 느끼는 불편함, 우울함, 외로움 같은 감정적 요소에 포퓰리스트들이 올라탄 것이다.

최근 우파 포퓰리즘에 대한 분석에서 특히 주목받는 요소 중 하나는 지도자의 개인적 특성이다. 지도자의 성격이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그 특성이 특히 독특하고 강렬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좌파 포퓰리즘과 달리 우파 포퓰리즘의 정치적 행보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좌파 포퓰리즘의 정의와 결과는 비교적 명확하다. 좌파 포퓰리즘은 재분배 우선주의를 핵심으로 하며, 이로 인해 재정 위기와 100%를 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반면 우파 포퓰리스트들의 칼끝은 어디를 향할지 알 수 없다. 2000년대 이후 서구를 중심으로 부흥했지만, 좌파 포퓰리즘처럼 재분배라는 공통된 의제도 없고 지도자들만 유독 과잉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실증적 관찰은 있다. 좌파와 우파 포퓰리즘 모두 공통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동시에 두 유형의 포퓰리즘은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정치적 포퓰리즘이 어떤 이념적 방향을 취하든, 결국 경제적 안정성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2024년 9월 2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 대통령.연합뉴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사회 후생(social welfare)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사회제도 설계자(social planner)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시에 이들의 사익 추구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사익은 단순히 권력을 이용한 재산상 이득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적 보복,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태도, 혹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을 지지하는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사익 추구에 해당한다.

경제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는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정상적인 의사결정 체계가 붕괴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정책 결정자들이 최측근이나 소셜미디어 등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경향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경제는 추상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거대한 추상 담론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태도는 약한 형태의 정책 결정자의 사익 추구로 볼 수 있다. 진보는 지적 추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보수는 지적으로 게으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둘 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귀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로 현 정권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집착을 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허한 논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 정권의 핵심 인물들은 자유시장경제라는 슬로건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외쳤을 뿐, 실제로 이를 구현할 구체적인 계획이나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은 "정부의 과잉인가, 시장의 과잉인가"에 대해 한국적 현실에 기반한 진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그 결과, 감세, 재정건전성, 규제폐지와 관치(官治), 검치(檢治) 사이를 오가며 혼란스러운 정책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경제는 실증 분석에 기초한 정책 조합(policy package)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책 조합의 사례로는 바이든 플랜과 아베노믹스를 들 수 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경제 재건을 위해 적절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경기 부양 정책(소비와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과 중장기 경제 성장 정책(노동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조합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단기 경기부양 정책과 중장기 경제성장 정책의 모든 분야를 논하는 것은 필자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니, 핵심적인 몇 가지 지점만 짚어보려고 한다. 먼저, 단기 경기부양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건전재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정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이자율이 매우 낮아지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확장적 재정정책 중 인프라 지출은 장기적 투자 효과와 고용 창출 면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반면, 세금 감면은 소비와 투자 증가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긴축적 재정정책은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상태라는 전제하에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반면, 재정 긴축정책은 경제가 완전히 회복된 뒤에 시행하거나,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장기 경제성장정책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중요한 주제는 산업정책이다. 과거에는 산업정책이 주로 개발도상국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경제 성장 정체, 생산성 정체, 그리고 신(新)보호무역주의와 같은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산업정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적인 점이 강조된다.

첫째, 기술 투자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정부의 산업정책은 이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경쟁이 높은 부문에서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같은 산업정책은 생산성 향상에 효과적이다. 셋째,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을 균등하게 배분할수록 기업 생산성이 더 증가한다. 넷째, 대출이나 관세 같은 정책은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 기업에 대한 지원이 특히 중요하다. 설립연도가 짧은 기업에 집중할 때 생산성 증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유럽의 최근 산업정책도 참고할 만한 점이 많다.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GDP 성장률이 낮고, 노동 생산성도 미국의 80% 수준에 그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화, 탈탄소화, 방위산업 강화를 중심으로 산업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이 유럽의 산업정책을 그대로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 역시 생산성 정체와 경제 성장 둔화라는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산업정책 프레임워크는 참고할 가치가 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와 함께 특정 산업 분야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이창민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 인디애나대(Indiana University at Bloomington)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고 주요 연구 분야는 금융, 기업재무, 지배구조, 규제 및 정치경제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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