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 3가지는 그린란드 매입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와 같은 행보가 '서부 개척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치적 노림수'라고 본다.
브루스 커밍스는 900여 쪽에 달하는 <미국 패권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19세기 미국 성장의 핵심으로 대서양을 향하던 과거와 달리 서부 개척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을 지적한다.
"미국은 풍부하고 값싼 땅을 장점으로 대도약을 거듭하여 세계의 시간 속에서 후발 개발국이 되었다. 동부에서 입증된 방법으로 서부를 개발했기 때문에 투자의 위험성은 낮았고, 투자자도 별로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왜 미국이(…) 다른 산업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커밍스는 미국은 당시 쉽게 얻은 다섯 개의 조각으로 지금의 미국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다섯 개의 조각이 초기 13개의 식민지로 출발한 미국, 프랑스로부터 얻은 루이지애나, 텍사스, 태평양 북서쪽, 그리고 러시아로부터 얻은 알래스카다.
특히 이 가운데 루이지애나와 알래스카 매입은 지금의 미국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순간이다. 먼저, 1803년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루이지애나를 매입한다. 당시 1500만 달러에 확보한 루이지애나의 크기는 미국 본토의 약 1/3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히 엄청난 규모의 미개발지라는 점뿐만 아니라 미국의 서부지역과 태평양을 확보하는데 핵심적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이러한 영토 확장은 이후 앵글로-색슨이 자유와 번영을 미 대륙과 전 세계에 전파하는데 우월성을 가진다는 미국 개신교의 선민의식과 연결된다. 특히 루이지애나 매입은 당시 세계 패권국이었던 프랑스를 아메리카 대륙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한 것으로, 미국인들은 유럽 열강으로부터 미국의 자유를 확보한 것으로 인식했다.
다음으로, 1867년 앤드루 존슨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다.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매입하며 미국은 북태평양 연안 북방 영토까지 확보하게 된다. 즉, 1803년의 루이지애나 매입이 미국 본토 확장을 통해 서부지역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이었다면, 1867년의 알래스카 매입은 미국 본토를 넘어 태평양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루이지애나와 알래스카 매입으로 대변되는 19세기 서부 개척의 역사는 위대한 미국의 서곡이다. 2016년 대선부터 트럼프가 줄곧 외치고 있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시작이 바로 19세기 서부 개척의 역사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린란드를 무리해서라도 매입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취임식에서 트럼프가 제25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떠받든 것도 주목할만하다. 1897년 취임한 매킨리 대통령은 관세와 영토 확장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활용해 강력한 미국을 추구했다.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침략해 사실상의 미국 영토로 만든 것이 매킨리 대통령이었으며, 하와이를 합병한 것도, 파나마 운하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매킨리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다"라며, 북미 대륙 최고봉인 알래스카주 디날리산의 명칭을 매킨리산(Mt. Mckinley)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리하면 트럼프는 그린란드 매입 발언으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의 대통령'보다는, 일단 자국민들에게 인정받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인권을 강조하며 도덕적인 미국을 꿈꿨던 지미 카터는 연임에 실패했다. 트럼프에게는 세계의 인정이 아닌 자국민, 그 가운데 자신의 주요 지지층들로부터의 확실한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그린란드 매입 노력은 '서부 개척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치적 노림수'인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