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백화점은 다시 뉴타운백화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익산시
1982년 1월에 문을 연 삼남백화점엔 볼링장, 레스토랑, 스탠드바, 그리고 나이트클럽 등이 들어섰다. 더 큰 도시였던 대전과 광주에도 아직 볼링장이 없던 시절이었다.
"꼭대기인 6층에 플라자나이트클럽이 있었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양쪽에 두 개를 뒀어요. 익산에서 가장 먼저 스탠드바 크리스탈을 열었고, 경양식레스토랑 티파니도 인기가 좋았죠. 거기서 결혼식도 많이 했어요.
볼링장은 장사가 잘 안됐어요. 캐나다에서 들여온 단풍나무로 바닥을 깔고 레일 밑에선 사람이 손으로 볼링핀을 세웠으니 요금도 비쌀 수밖에요. 시대를 너무 앞서간 거죠.(웃음)"
삼남백화점에 처음 스탠드바와 나이트클럽이 생긴 뒤로 중앙동 곳곳에 비슷한 가게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폭발 사고로 중앙동에 돈이 풀리고, 씀씀이가 좋던 시절 삼남백화점도 번성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김씨는 "장사가 안돼 부도가 난 걸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어머니가 대출 사기를 당했다"라고 했다. 누군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왔는데, 대출금을 챙겨 도망갔다는 것. 김씨 어머니가 수억 원에 달하는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고, 결국 그 빚을 갚지 못해 백화점은 부도가 나고 말았다. 김씨 어머니는 2023년 7월에 세상을 떠났다.
1986년 삼남백화점이 문을 닫은 뒤로 주인과 간판(익산쇼핑, 익스트림존)이 몇 번 바뀌기도 했지만 결국 뉴타운백화점을 끝으로 2007년부터 10년 가까이 건물은 비어 있었다. 그러다 2018년 리모델링을 거쳐 '수요양병원'이 문을 열었다.
▲리모델링을 거쳐 문을 연 수요양병원. 건물 외관은 그대로다.
윤찬영
▲익산역 앞 옛 삼남극장 골목 풍경
윤찬영
중앙동에 있던 다른 극장들도 모두 사라진 지 오래다. 1990년대 말 도심 외곽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중앙동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탓이다. 지금은 익산역 너머 서쪽 모현동 신도시와 멀리 영등동 신도시에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하나씩 있다.
곧 삼남극장이 있던 자리(수요양병원)에서 50m 떨어진 곳에 '문화살롱 이리삼남극장'이 문을 연다고 한다. 이 골목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일 날이 올까, 꼭 그럴 수 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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