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보내는 성경에 싸인하는 김진홍 목사"라며 두레수도원 웹사이트에 공개한 사진
두레수도원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물인 김진홍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성경에 사인해준 일을 거듭 소개했다. 그는 두레수도원 홈페이지 '아침묵상 읽기' 코너에 올린 22일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비서관이 찾아와서 나에게 부탁하였습니다. 대통령께서 옥중에서 성경을 읽기를 원하시면서 김진홍 목사의 싸인이 있는 성경을 넣어달라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내가 일러주기를 그렇다면 성경은 자네가 사오면 싸인을 해서 보내겠다 했습니다."
김 목사는 비서관이 사 온 성경에 시편 37편 23절과 24절을 써주었다고 말한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라"(개역개정판)고 써주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길을 미리 예정해놓으셨으며, 그 길을 걷는 백성은 넘어지기는 하나 결국 하나님의 손을 붙들게 된다는 내용이다.
두레수도원 홈페이지 글에서 "하나님을 만난 후 새로워진 후 대통령직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라고 쓴 김진홍 목사는 23일 유튜브 동영상에서 위 사연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비서관이 찾아오기 직전에 그 시편 구절을 위 코너에 써둔 일을 언급했다.
그가 말한 것은 20일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은 윤석열이 한국의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한다. 그 증거로 부정선거 문제를 예시한다.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두드러지게 되고 있는 점은 역사적인 변화"라며 "차제에 말썽 많은 선거관리위원회를 폐지하고 참신한 인물로 새 판을 짜서 선거에 임할 수 있어야겠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 뒤 시편 구절을 언급하면서 "옥중에서 고생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로 보냅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김진홍 목사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뉴라이트의 상징적 인물에게 성경 사인을 부탁한 윤석열의 의중을 돌아보게 한다. 그가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궁리하는 방법들도 생각하게 만든다.
또 김 목사가 써준 성경 구절의 맥락도 살펴보게 된다. 그의 글과 동영상에서는 넘어지고 붙들어주는 이미지가 강조됐지만,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하는 자'를 윤석열로 이해하게 되면 다윗이 쓴 시편 37편이 이상한 글이 되어버린다.
총 40절로 구성된 시편 제37편은 의인과 악인을 대비시키는 구도로 전개된다. 제1절은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라고 하고, 2절은 "그들은 풀과 같이 속히 베임을 당할 것이며 푸른 채소 같이 쇠잔할 것임이로다"라고 한 뒤 12절에서 "악인이 의인 치기를 꾀하고 그를 향하여 그의 이를 가는도다"라고 읊는다.
김 목사가 써준 23~24절이 나온 다음에는, 의인이 세상의 권세를 갖고 재판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선언이 나온다. 29절은 "의인이 땅을 차지함이여 거기서 영원히 살리로다"라고 예언하고, 33절은 "여호와는 그를 악인의 손에 버려두지 아니하시고 재판 때에도 정죄하지 아니하시리로다"라고 격려한다.
악인이 패하고 의인이 역전승을 거둔다는 시편 37편은 세상에 희망을 준다. 이 글이 그런 희망을 주게 하려면 누가 의인이고 누가 악인인지가 올바로 규명돼야 한다. 김 목사의 글과 동영상에서처럼 그것이 혼동을 준다면 다윗의 시는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이승만의 감옥 생활을 자주 언급한 김진홍
뉴라이트로 전향하기 전에 박정희 정권을 상대로 반독재투쟁을 벌이다가 감옥에서 성경을 읽고 회심했다는 김진홍 목사는 윤석열 정권이 추앙하는 이승만의 감옥 생활을 자주 언급했다.
2013년 10월 26일 자 <크리스천투데이>에 발표한 '[김진홍의 아침묵상] 이승만이 만난 하나님'에서는 이승만이 선교사가 준 성경을 읽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승만은 머리에는 칼을 쓰고 손에는 수갑을 차고 있어 성경 한 장을 읽고는 다음 장을 넘길 수 없었다"라며 "누군가 곁에서 넘겨주어야 읽을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김 목사는 위와 비슷한 2022년 12월 2일 자 <뉴스파워> '[김진홍 목사 아침묵상] 옥중의 이승만'에서는 이승만의 기도와 하나님의 응답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이승만이 자신과 더불어 민족을 구원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 뒤 "그 후 모진 고난의 세월을 겪은 후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그가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니 자유까지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의 글에서는 이승만이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마태복음 6:33)는 의인의 자리에 놓여 있다. 윤석열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게 되면, 객관적인 역사가 이상한 모양으로 꼬이게 된다.
독립협회 활동을 하다가 고종 폐위 음모에 연루돼 1899년에 투옥된 이승만은 1904년에 석방됐다. 그해 8월 4일 자 <고종실록>은 이승만의 특별사면에 대해 황제의 재가가 내려진 사실을 알려준다.
이 시점은 그해 2월 8일에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한일의정서 체결(2.23)을 통해 '유사시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을 가능케 해둔 이후였다. 일제가 이처럼 막강해진 상황에서 이승만을 빼낸 인물은 을사늑약(1905)의 주역 중 하나인 하야시 곤스케 주한일본공사다.
하야시의 역할을 증언하는 기록 중 하나는 일제 고등법원검사국 사상부가 1938년에 편찬한 <사상휘보> 제16호의 '이승만을 말하다'라는 글이다. 이 글은 하야시 곤스케가 한국 정부와 교섭해 이승만을 석방시켰다고 알려준다.
윤석열을 올바로 이끌려면
하나님이 아닌 일제가 이승만을 꺼내준 일은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이상하지 않다. 이승만이 참여한 독립협회는 한국 근현대사에 긍정적 기여를 했지만, 일본을 비롯한 외세에 이용당한 측면도 있었다. 일례로, 독립협회의 입헌군주제 추진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었지만, 고종의 왕권을 견제하고자 했던 일본의 이익에 부응하는 면도 있었다.
또 당시 서양 선교사 대부분은 일본 편이었다.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호머 헐버트에 관한 책인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의 <파란 눈의 한국 혼 헐버트>는 을사늑약 당시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선교사들 사이에 교회의 성장을 위해 일본을 자극하지 말고 정치와 멀리하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기술한다.
서양 선교사들은 이토 히로부미에게도 호감을 가졌다. 류대영 한동대 교수의 <한 권으로 읽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선교사들이 일본의 한국 지배에 대하여 가졌던 태도는 초대통감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그들의 기대 및 호감과 관련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실들은 독립협회 활동을 통해 고종에게 도전하고 서양 선교사들과 친분을 쌓은 이승만이 을사늑약 주역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난 일이 그리 이상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풀려난 이승만은 그 뒤 의로운 일은 대충 하고 악한 일은 자주 했다. 인류를 착취하는 제국주의에 맞서는 한국 독립운동에 참여한다고 하면서도 도리어 이를 방해해 임시정부에서 1925년에 탄핵됐다. 그는 1919년 3·1운동 직전에는 한국이 국제연맹 위임통치를 받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일본이 연맹 상임이사국이 된 점을 감안하면, 그가 말한 위임통치는 상당 부분은 일본 지배의 연속이었다.
그는 해방 뒤에는 친일청산을 저지하고 강제징용·위안부·강제징병 피해자들을 외면했다. 시대의 악(惡)이었던 제국주의의 도움으로 석방되고 그들에게 유리한 일을 많이 한 그는 결코 의인으로 불릴 수 없다. 그를 의인으로 띄우는 것은 기독교 목사가 할 일은 아니다.
김진홍 목사는 이승만을 칭송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을 칭송한다. 윤석열이 석방되기를 기도한다. 김 목사가 해야 할 일은 그 석방이 정의로운 석방이 되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세상에 지은 죄가 어느 정도라도 지워질 때까지 죗값을 치르고 떳떳이 석방될 수 있기를 기도해야 바람직하다.
김 목사는 윤석열이 하나님을 만난 뒤 대통령직에 복귀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한다. 윤석열을 올바로 이끌려면 그가 죗값을 청산한 뒤 의인의 자리로 가도록 기도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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